집 인테리어 디자이너 입장의 후기

사치가 아닌 안목에 투자하는 고객을 위한 인테리어 인사이트

by WorthWorks LEE

이번에는 잠깐 쉬어가는 포스팅

프로젝트를 맡았던 디자이너 입장에서의 후기를 써봅니다.

인테리어 이야기를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잘 만든 집’보다 ‘만들고 나서의 집’이야기가 더 궁금해집니다.

도면이 끝나고, 시공이 마무리되고, 사진 촬영까지 끝난 뒤.

그 이후의 집은 어떤 모습으로 지내고 있을까?

많은 고객님들이 이후로도 삶의 모습이 변할 때마다,

이를테면 식구가 하나 더 늘었다던지 (줄면... 안되지만) 같은 이유로

연락을 주긴 하지만 완성된 집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더 궁금할 때가 많습니다.

디자이너 입장에서의 집은 언제나 완성형 이전의 과정으로 기억됩니다.

그래서 가끔은 이 시점에서 한 번쯤 멈춰,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질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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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가장 많이 보는 사람은, 사실 디자이너다.

입주전,

고객보다 집을 더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은 디자이너입니다.

설계 단계에서 수십 번, 시공 중에는 거의 매일, 그리고 완공 이후까지.

그 과정에서 느끼는 건 오히려 단순합니다.

집은 ‘예쁜 결과물’보다 ‘살아갈 준비’가 더 중요하다는 것.

사진으로는 완벽하지만,

실제로는 불편한 동선,

눈에는 좋지만 손이 가지 않는 가구,

처음엔 만족스럽지만 금방 지치는 공간.

겪어오면서 이런 집들을 꽤 많이 봐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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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집은 설명이 필요 없다.

경험을 해보며 느낀 것은

디자이너가 개입을 많이 한 집일수록, 오히려 설명이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이런 의도고”,

“이 재료는 이런 이유로 선택했고”.

반대로 정말 잘 만들어진 집은 설명이 거의 필요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쓰이고, 자연스럽게 머무르기 때문입니다.

공간이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고, 조용히 자리를 내어주는 느낌이랄까요?

사실 그러기 위해선 사전에 상담을 충분히 해야 합니다.

고객의 삶 자체를 자세하게 들여다 볼 수록 공간에서 오히려 자연스럽게 풀립니다.

그래서 요즘 내가 더 관심을 갖는 건

‘얼마나 디자인했는가’보다

‘얼마나 덜 방해했는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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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역할은 점점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디자이너가 집을 만드는 사람이었다면,

이제는 집을 정리해주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고객의 취향, 생활 패턴, 가족 구성, 예산, 미래 계획까지.

이 모든 것을 한 번 더 걸러서

“이 집에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라고 말해주는 역할을 떠올립니다.

고객들이 정신없이 몽땅 들고온 것들을

차분히 앉아 미학적인 기준을 살짝 더해서 정리해주는 일이죠.

그렇지 않을까요?

그래서 어떤 프로젝트에서는

무언가를 더하는 것보다

과감히 빼는 선택이 더 중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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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남는 건 ‘살았던 흔적’이다.

몇 년이 지나 다시 방문한 집을 보면,

디자인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생활의 흔적입니다.

살짝 벗겨진 손잡이,

자주 쓰여서 윤기가 난 테이블,

처음 계획엔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놓인 물건들.

그 순간마다 확신이 듭니다.

집은 완성되는 게 아니라, 계속 업데이트되는 공간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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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요즘은 이런 집이 좋다.

처음부터 너무 꽉 차 있지 않은 집

쓰다 보면 조금씩 변해도 괜찮은 집

사진보다 실제 생활이 더 자연스러운 집

디자이너로서의 욕심보다

사는 사람의 리듬이 더 잘 느껴지는 집.

아마 앞으로의 이야기들도

이 방향으로 조금씩 흘러갈 것 같습니다.


집은 설계로 완성되지 않는다. 생활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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