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여전히 잘 돌아간다.
회의도, 결정도, 숫자도 문제 없다.
겉으로 보기엔 단정하고 안정적이다.
그런데 요즘은
몸이 자주 먼저 반응한다.
소리가 조금만 커도 신경이 곤두서고,
의자에 오래 앉아 있으면 허벅지와 허리가 먼저 불편해진다.
옷이 피부에 닿는 감각도
괜히 오래 남는다.
머리는 괜찮은데
몸이 먼저 깨어 있다.
예전에는 이런 신호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컨디션이 좀 안 좋네”
"내가 좀 예미한가?" 정도로.
지금은 다르다.
몸은 더 솔직해졌고,
훨씬 직접적으로 말한다.
참지 않겠다고.
예전처럼 조용히 넘어가주지 않겠다고.
생각해보면
그동안 몸을 꽤 오래
긴장시킨 채로 살아왔다.
일을 할 때도,
쉬고 있을 때도,
항상 준비된 상태로.
어깨는 늘 올라가 있었고,
숨은 얕았고,
몸은 언제든 다시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게 능력이라고 믿었던 시간들.
하지만 이제는
그 긴장이
감각으로 돌아온다.
예민함이라는 이름으로.
불편함이라는 촉감으로.
요즘의 나는
몸을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조금만 더 버텨보자”는 말도 하지 않는다.
대신
움직임을 줄이고,
속도를 늦추고,
감각이 불편해지기 전에 멈춘다.
이건 약해진 게 아니다.
몸을 대하는 태도가 바뀐 거다.
관리라고 부르는 쪽이 더 정확하다.
이런 관리의 중요성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일은 계속 중요하다.
하지만 이제는
몸을 대가로 삼고 싶지는 않다.
요즘의 예민함은
문제가 아니라 신호다.
몸이 먼저 말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이렇게는 안 돼”라고.
그 말을
이제는 좀 들어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