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보다 안목에 투자하는 고객들을 위한 인테리어 인사이트
"서재요? 우리 집엔 무리예요. 방도 부족한데."
상담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입니다. 특히 34평 정도의 아파트에 사는 분들이 그래요. 방 3개에 거실 하나. 안방은 부부가 쓰고, 작은 방 두 개는 아이들 방. 서재는 커녕 책 꽂아둘 곳도 마땅치 않죠.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서재는 정말 넓은 집에만 가능한 걸까요?
얼마 전 30대 후반 여성분을 만났어요. 34평 아파트에 사는 워킹맘이셨는데, 첫 상담 때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제 꿈이 집에 서재 하나 갖는 거였어요. 결혼 전엔 원룸에 살면서도 책상이랑 책장 하나는 있었는데, 이제는 제 책 둘 곳도 없어요. 거창한 서재는 아니어도, 책 읽고 생각 좀 할 공간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그분의 34평 아파트에 서재를 만들어드렸습니다. 방을 하나 더 만든 게 아니에요. 이미 있던 공간 안에서 찾아냈습니다.
왜 '나만의 서재'가 필요할까요
서재는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곳이 아닙니다. 책도 보지만, 생각도 하고 시간을 보내는 공간입니다.
요즘 우리는 얼마나 혼자 생각할 시간을 가지나요? 회사에서는 회의와 업무에 치이고, 집에 오면 가족 돌보고, 잠깐의 여유 시간엔 핸드폰만 봅니다. SNS 스크롤하고, 유튜브 보고, 뉴스 읽고. 머릿속이 늘 누군가의 생각으로 채워져 있어요. 내 생각을 할 틈이 없죠.
15년간 많은 집을 만들면서 깨달은 게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물리적 경계가 필요하다는 것. "여기는 나만의 공간"이라는 명확한 경계. 그게 있어야 마음도 경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생각을 펼칠 여유가 생기는 것이죠.
서재는 그런 곳이에요. 문을 닫으면, 혹은 커튼을 치면, 혹은 등받이 높은 의자에 앉으면, "지금 이 순간은 나만의 시간"이라고 선언하는 공간. 크기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2평이어도, 아니 1평도 안 되는 코너여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그곳이 온전히 '나'를 위한 곳이라는 거예요.
공간이 사유를 보호합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냥 멍하니 창밖을 보는 것. 이 모든 게 우리에겐 필요해보입니다. 더 나은 엄마, 더 나은 아내, 더 나은 직원이 되기 전에, 온전한 '나' 자신이 되기 위해서죠.
34평 아파트에서 서재는 어디에 숨어 있을까요
먼저 집을 다시 봐야 합니다. "여기는 거실, 여기는 침실"이라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서요.
베란다를 보세요. 확장한 베란다라면 끝 쪽 구석, 보통 빨래 건조대나 잡동사니 쌓여있는 그곳. 거기가 서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작은 책상 하나, 책장 하나, 의자 하나면 됩니다. 창밖을 보며 책 읽을 수 있는 최고의 자리죠. 시공이 부담스럽다면 파티션이나 커튼으로 공간을 나눠보세요. 시각적으로만 분리돼도 충분히 다른 공간이 되어요.
거실 한쪽 코너도 가능해요. TV 반대편 구석, 소파 옆 자투리 공간. 거기에 높은 책장을 두면 자연스럽게 공간이 분리돼요. 책장이 벽 역할을 하는 거예요. 그 안쪽에 작은 독서등 하나, 안락의자 하나. 아이들이 TV 볼 때도 그곳에 앉으면 소음이 책장에 걸러져서 생각보다 조용합니다.
드레스룸이 있다면 거기도 살펴보세요. 옷장과 옷장 사이 빈 공간, 혹은 드레스룸 안쪽 구석. 거기에 작은 폴딩 데스크를 달고 스툴 하나 놓으면 아주 프라이빗한 서재가 됩니다. 문 닫으면 완벽하게 혼자만의 공간이죠. 옷장 사이에서 책 읽는다니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막상 해보면 그 아늑함과 집중도에 놀라게 될 거예요.
아이 방 한쪽도 방법이에요. 아이가 어리다면 방 전체를 아이만 쓰는 게 아니라, 코너 하나를 엄마의 책 읽는 공간으로 만드는 겁니다. 아이 잘 때 옆에서 책 읽고, 아이 놀 때도 함께 있으면서 각자 시간 보내고. 이렇게 하면 공간도 효율적으로 쓰고, 아이도 "엄마도 엄마만의 시간이 필요하구나"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습니다.
얼마나 들까요? 어떻게 시작할까요
예산이 정말 부담된다면 10만원 이내로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케아나 중고 가구 사이트에서 작은 책장 하나(3-5만원), 독서등 하나(1-2만원), 쿠션 좋은 방석(1-2만원). 이미 있는 의자나 바닥에 앉아도 됩니다. 중요한 건 "여기는 내 책 읽는 곳"이라는 결정입니다.
50만원 정도 예산이 있다면 조금 더 제대로 만들 수 있습니다. 괜찮은 책장(15-20만원), 편한 독서용 의자(20-30만원), 스탠드나 펜던트 조명(5-10만원). 여기에 작은 사이드 테이블이나 폴딩 데스크 하나. 시공 없이도 충분히 완성도 있는 서재를 만들 수 있습니다.
200만원 이상 투자할 수 있다면 맞춤 가구와 약간의 시공을 고려해봐도 좋습니다.
벽면 전체를 활용한 붙박이 책장, 독서등과 스탠드를 위한 전기 배선, 파티션이나 중문 설치로 공간 분리. 이 정도면 작지만 완벽히 독립된 서재가 완성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조명이에요. 서재만큼은 조명에 투자해야 합니다. 책을 읽으려면 충분한 밝기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너무 환하면 집중이 안 되죠. 스탠드는 3000-4000K 정도의 자연광에 가까운 색온도, 조광 기능 있는 걸로 선택해보세요. 그리고 전체를 은은하게 비추는 간접조명도 함께 두면 눈의 피로가 덜합니다.
책장은 닫힌 형태보다 오픈된 형태를 권해드립니다. 책등이 보여야 "무엇을 읽을까" 고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책을 장식품처럼 디스플레이하는 겁니다. 색깔별로 정리해도 좋고, 크기별로 정리해도 좋습니다. 사이사이에 작은 소품, 여행 기념품, 사진 같은 것들을 두면 그곳이 더욱 '나만의'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서재를 얻은 후 달라진 것들
처음 말씀드렸던 그 워킹맘, 우리는 그분의 베란다 끝 공간을 서재로 만들었습니다. 1.5평 정도의 작은 공간이었습니다. 맞춤 책상과 책장, 파티션으로 거실과 분리하고, 따뜻한 조명을 달았습니다. 시공비 포함해서 150만원 정도였습니다.
한 달 뒤 다시 만났을 때 그분 표정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디렉터님, 저 요즘 새벽에 일어나요. 아이들 깨우기 전에 30분만이라도 거기 앉아서 책 읽어보려고 합니다. 그 시간이 너무 좋아요. 제가 제 생각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에요. 예전엔 항상 누군가를 위해 살았는데, 이젠 저를 위한 시간이 있어요."
서재가 단순히 책 읽는 공간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고 '나'를 만들어가는 공간이 된 것입니다.
서재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그 안에서 누리는 자유라 생각합니다. 생각할 자유, 꿈꿀 자유, 잠시 모든 역할을 내려놓고 온전히 나 자신이 될 자유.
34평 아파트에도, 25평 아파트에도, 심지어 작은 원룸에도 서재는 가능합니다. 이미 그 공간은 거기 있습니다. 다만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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