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가 아닌 안목에 투자하는 고객들을 위한 인테리어 인사이트
구축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인테리어를 한 어느 가족 이야기 입니다.
방배동 신삼호 아파트.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오래된 구축이지만, 동네의 조용한 분위기와 주변 환경이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재개발 이슈도 있고, 건물은 낡았지만 — 이 가족에겐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었습니다. 이번엔 더 기쁜 소식이 함께했습니다.
이 부부의 첫 집도 이유디자인에서 했었는데, 이번에 둘째를 임신하셨더라구요.
새 보금자리에서 새 가족을 맞이해야 하는 상황. 구축이라는 현실적인 조건 안에서, 따뜻하고 아늑한 집을 만드는 것 — 그게 이번 이유디자인 프로젝트의 시작이었습니다.
'구축이라서 포기하는 게 아니라, 구축이기 때문에 더 잘 골라야 하는 것들이 있어요. 그걸 함께 찾아드리는 게 저희 역할입니다.'
지금부터 공간별로 그 이야기를 풀어드릴게요.
욕실 | 하루의 시작과 끝을 바꾸는 공간
처음엔 구축 아파트 욕실의 교과서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오래된 핑크 계열 타일, 노란 도기, 꽃 패턴 거울까지. 나쁜 것이 아니라 — 그냥 너무 오래된 것들이었어요. 가장 먼저 바꾸고 싶다고 하신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임신 중인 아내분이 매일 이 공간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한다고 생각하니, 저도 자연스럽게 욕실에 가장 먼저 집중하게 됐어요.
저는 욕실을 특히 민감하게 봅니다.
욕실은 아무도 없는 시간, 오롯이 혼자인 공간이거든요. 그래서 방향은 하나였어요. '호텔보다 조용하고, 스파보다 따뜻하게.' 고급스럽고 무게감 있는 스톤 질감의 타일로 벽과 바닥을 통일했습니다. 차분한 그레이-베이지 톤이 욕실 전체를 감싸듯 안정감을 만들어줍니다.
조명은 의도적으로 최소화했습니다.
천장 매입등 몇 개와 수납장 하단의 간접 조명 라인만으로 구성했어요. 환하게 밝히는 대신, 빛이 공간을 은은하게 감싸도록 했습니다. 다크 우드 수납장 아래로 흐르는 간접광은 특히 저녁에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하루를 마치고 욕조에 몸을 담글 때, 이 빛 하나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 직접 느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욕조는 군더더기 없는 화이트 빌트인으로 교체했습니다. 스톤 타일 벽면과 대비를 이루며 공간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요. 처음에는 요즘 유행하는 조적욕조를 말씀하시기도 했는데, 기능적인 부부을 고려해서 기성 욕조를 선택 제안했습니다. 둘째가 태어나면 이 욕조에서 아이를 목욕시키는 날도 곧 오겠죠.
주방 & 다이닝 | 요리하고, 먹고, 모이는 공간
이사 전 주방을 처음 봤을 때, 오래된 상태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지만 이 주방이 가진 가능성을 먼저 봤습니다. 넓진 않았지만 거실과 경계를 만들어줄 수 있는 냉장고 벽, 그리고 몇 가지 구조적인 부분만 개선하면 오히려 아늑한 멋을 살린 주방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비포 다이닝 쪽은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오픈 선반이 문제였습니다. 전자레인지, 밥솥, 에어프라이어까지 — 필요한 것들이지만 식사하는 공간에서 시선이 분산되고 공간이 무거워 보였어요.
해결의 핵심은 '오히려 아늑함'이었습니다.
거실과 구분되는 냉장고 벽을 둥글게 만들어 시선적 포인트로 살리고, 그 안으로 자연스럽게 냉장고를 품어 주방이 시작되게 만들었습니다. 화려하게 튀어나오는 주방보단 자연스럽게 거실과 어울리는 주방을 연출해 공간은 열고, 기능은 구분하여 좁은 느낌보단 확장된 느낌도 함께 잡았습니다.
아일랜드 모서리는 직각 대신 부드러운 곡선으로 마감했어요. 아이가 뛰어다니는 집에서 모서리는 늘 걱정거리잖아요. 기능적인 선택이지만, 냉장고 경계벽과 디자인을 맞춰 공간을 훨씬 부드럽고 따뜻한 인상으로 만들어줬습니다. 아일랜드 측면의 글라스 패널은 기능적인 선택이었지만, 이 주방의 포인트가 됐어요. 빛이 닿으면 리듬감 있게 반사되면서 오브제 같은 존재감을 더해줍니다. 싱크 상부장 아래를 따라 흐르는 간접 조명 라인, 결이 있는 타일을 선택해 살며시 질감까지 포인트가 될 수 있게 잡았습니다. 그 표면을 따라 번지는 따뜻한 빛. 가족이 함께 식사하고, 요리하는 동안 분위기 있는 공간이 되도록 연출했습니다.
다이닝은 단순하게 접근했습니다. '덜어내서 비운다.'
오픈 선반 자리는 깔끔하게 정리하고, 가전들은 주방 수납 안으로 흡수시켰어요. 오크 우드 다이닝 테이블은 주방 아일랜드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톤으로 선택했고, 그 위로 반투명 돔 펜던트 조명 하나가 조용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포인트는 머스타드 옐로우 패브릭 체어였습니다. 온통 화이트와 베이지로 구성된 공간에서 이 의자 하나가 조용한 생기를 불어넣어요. 둘째를 기다리는 가족이 곧 이 테이블에 넷이 모여 앉을 생각을 하니, 저도 덩달아 설레더라고요.
거실 & 현관 | 집의 공기를 만드는 공간들
이사 오기 전 현관은 전형적인 구축의 모습이었습니다. 오래된 갈색 타일, 낡은 현관문과 방충망 도어, 바닥에 쌓인 신발들. 1층이라 외부의 초록 나무들이 주는 느낌은 좋았지만, 오래돼서 따스함을 잃은 듯한 집의 첫 얼굴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현관 구역 디자인의 핵심은 '분리하되 막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깔끔한 화이트에 얇은 금속 프레임으로 된 유리 중문을 선택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유리는 시선을 부드럽게 걸러주면서도 빛은 그대로 통과시킵니다. 문이 닫혀 있어도 답답하지 않은 이유죠.
바닥은 포세린 타일로 교체했습니다. 집 분위기와 어울리는 타일을 선택하여 공간이 넓어 보이는 건 물론, 깔끔하고 따뜻한 느낌이 느껴지도록 의도했습니다. 흰 프레임, 매트한 도어, 매입등 하나. 많이 하지 않아도 충분히 따뜻하고 깔끔한 공간이 완성됩니다.
거실에서는 '더하는 것'보다 '지키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처음부터 예산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갖고 계셨고, 곧 둘째도 태어날 예정이었으니까요. 무리하게 채워서 제안하기보다는, 이 가족이 부담스럽지 않고 오래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먼저였습니다.
가장 공을 들인 건 전기 및 조명 계획이었어요.
구축 아파트는 조명 배선이 단순하게 설계된 경우가 많아, 공간마다 분위기를 다르게 연출하기 어렵습니다. 이번엔 매입등 위치와 회로를 꼼꼼하게 나눠서, 상황에 따라 공간의 밝기와 온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어요. 아이가 뛰어노는 낮과, 가족이 함께 쉬는 저녁이 같은 조명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우드 TV장은 소파와 함께 이 거실의 유일한 가구이자, 공간 전체의 무게 중심입니다. 세로 결의 리듬감이 넓은 벽면을 단조롭지 않게 잡아주고, 그 위에 놓인 빈티지 스피커 하나가 이 집 가족의 취향을 조용히 드러냅니다. 벽은 따뜻한 화이트 톤으로 마감했습니다. 날것의 화이트보다 조금 더 온기가 있고, 햇살이 들어올 때 공간 전체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효과가 있어요. 바닥은 타일 느낌이 나는 마루 자재를 사용해서 따스함과 시각적인 세련미를 동시에 챙겼습니다.
침실 & 서재 & 아이방 | 각자의 방, 각자의 온도
거실이 '함께하는 공간'이라면, 안방은 '온전히 쉬는 공간'입니다.
이번 침실 설계의 방향은 딱 하나였어요. '공간이 조용하게 나를 감싸는 느낌.' 거실의 밝고 깔끔한 화이트 톤과는 전혀 다른, 조금 더 깊고 따뜻한 계열 벽지를 선택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같은 집이지만 문을 닫는 순간 다른 세계로 들어오는 느낌 — 그게 좋은 침실의 조건이라고 생각해요.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붙박이장은 손잡이를 최소화한 심플한 디자인으로 마감했습니다. 수납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으니 공간이 훨씬 고요해 보여요. 아이가 둘이 되면 짐도 두 배가 되는 법이니까요. 수납 계획은 미리미리가 답입니다.
남편분의 서재는 안방보다 한 톤 더 깊은 올리브 그레이 계열로 마감했습니다. 집중이 필요한 공간에는 차분하고 묵직한 컬러가 잘 어울리거든요. 조명도 스팟 방식으로 계획해서 책상 위만 집중적으로 밝히도록 했어요.
아이방은 지금은 첫째를 위한 공간이지만, 곧 둘째와 함께 써야 할 수도 있는 방이었어요. 그래서 특정 컨셉보다는 어떤 가구가 들어와도 잘 어울리는 중립적인 톤으로 마감했습니다. 벽지, 바닥, 조명 모두 아이가 자라면서 취향이 바뀌어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요.
Q&A | 이런 게 궁금하셨죠?
Q1. 구축 아파트로 이사할 때, 인테리어는 언제 하는 게 좋을까요?
이사와 인테리어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짐이 없는 상태에서 시공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작업 효율이 높고, 마감 품질도 훨씬 좋아요. 이미 이사한 후에 공사를 진행하면 가구를 옮기고 생활을 유지하면서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크고 결과물도 아쉬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방배동 프로젝트처럼, 이사 전 공사를 먼저 완료하고 새 집에 입주하는 방식을 추천드립니다.
Q2. 구축 아파트, 신축 대비 인테리어 비용이 더 많이 드나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신축은 기본 마감이 되어 있어 부분적인 교체만 필요한 경우가 많지만, 구축은 노후화된 배관, 전기, 창호까지 손봐야 하는 경우가 있어 변수가 많은 건 사실이에요. 그러나 구축은 신축보다 매매가가 낮기 때문에, 인테리어 비용을 더하더라도 총 비용 면에서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요한 건 어디에 집중하고 어디를 절충할지 — 처음부터 명확하게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입니다.
Q3. 이사하면서 인테리어를 맡길 때, 업체 선정 기준이 있을까요?
포트폴리오의 '결'을 보세요.
시공 실력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봐야 할 건 그 업체가 어떤 공간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왔는지입니다. 화려한 공간보다 오래 살아도 질리지 않는 공간,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낸 공간을 만드는 곳인지를 살펴보세요. 그리고 상담 과정에서 내 고민을 얼마나 잘 들어주는지도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인테리어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로 완성되거든요.
새 집에서 새 가족을 맞이하다
구축 아파트를 선택했다는 건, 단순히 비용의 문제가 아닐 때가 많습니다.
입지, 동네의 공기, 재개발 이후의 가능성 — 이 가족이 방배동 신삼호를 선택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어요. 그리고 그 선택 위에 이유디자인이 공간을 더했습니다.
완성된 집을 처음 둘러보시던 날, 아무 말 없이 한참을 보시다가 — "진짜 우리 집 맞아요?" 하시던 그 표정. 그게 저한테는 어떤 말보다 큰 칭찬이에요.
구축이라서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셨던 것들이, 사실은 포기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방법은 항상 있어요. 중요한 건 이 가족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고 — 그게 이유디자인이 매 프로젝트마다 가장 먼저 하는 일입니다.
곧 태어날 둘째가 처음으로 눈을 뜨게 될 이 집이, 오래도록 따뜻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이번 방배동 신삼호 프로젝트처럼, 여러분의 공간에도 꼭 맞는 이야기가 있을 거예요. 이유디자인은 그 이야기를 함께 써드립니다.
이유디자인의 허유진 대표를 직접 만나고 싶으시다면, 이유디자인의 드림하우스 책에서 더 많은 공간 이야기를 만나보실 수 있어요. 포트폴리오가 궁금하신 분들도 언제든 편하게 찾아오세요.
[이유디자인의 드림하우스 보기]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5654016
[이유디자인 포트폴리오 더 보기] https://blog.naver.com/2udesigninrea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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