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홀리데이

by 도널드 클라크

by 무무


어느 순간부터는 화려한 요즘 영화보다는 흑백의 무성 영화가 좋아졌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재즈를 찾아 듣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사실 저는 재즈를 알지도 못하고 즐겨 듣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찾게 되면 하루 종일 재즈만 듣습니다. 재즈를 들을 때 꼭 찾는 가수가 빌리 홀리데이였습니다. <I’m a fool to want you>라는 곡을 듣고 그녀의 음반을 산적이 있습니다. 왜 좋았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묘한 목소리에서 이상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게 하였고 알아들을 수 없었던 가사였는데도 불구하고 슬픔이 느껴져서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가끔씩 찾는 음악으로 저에게 그렇게 남았습니다.


이 책은 그런 빌리 홀리데이의 드라마틱한 삶을 이야기합니다. 너무나 유명한 사람이었기에 사실 세상에 알려질 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도 그것을 조금 더 세밀하게 밝히는 수준은 넘지 못하는 거 같습니다. 책을 읽고 드는 생각은 그녀의 비극은 흑인에다가 버림받았다는 태생적 한계보다는(그것도 물론 영향이 있었지만) 자신의 선택적인 부분도 있었다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어릴 적 환경이 그녀의 성향을 그리 만든 탓도 있었을 것 같지만 평생 자신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폭력적인 남성과 마약과 술에 의존했다는 것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녀가 기본적으로 매력 있고 사람들을 조종할 수 있을 정도의 자연스러운 카리스마가 있었다고 합니다. 음악을 제외하고 그녀의 삶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었지만 이것은 흑백차별이 존재하는 당시 상황을 고려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실제 평생 돈을 만져보지 못하고 살았던 것처럼 비추어지는 그녀의 삶에 대한 막연한 세간의 인식과 달리 그녀는 저축은 하지 못했어도 돈으로 괴로웠던 적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녀의 노래는 천부적 재능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음악 교육이나 연습이 없이도 술 한 잔 마시고 노래하면 사람들이 늘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천재라고 밖에 설명이 안 되는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그녀의 노래가 하나의 슬픔을 노래한 것이 아니라 그녀의 슬픔을 노래한 것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더욱더 감정을 불러일으켰고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책에서 재밌는 부분은 그녀를 둘러싼 재즈계의 상황을 비교적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뉴올리언스, 스윙 시대의 재즈 환경 등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그녀가 디바로 추앙받지만 당시에는 제한된 지역에서만 인기를 얻었다는 사실이 조금은 의아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아울러 미국의 인종 차별이 얼마나 심했는지 알 수 있기도 했습니다.


P 176 : 아주 약간의 예외를 제외하면, 그녀가 활동하던 시기의 미국의 중요한 팝 가수들은 모두 어떻게든 그녀의 천재성에 영향을 받았다. 나에게 단 하나, 지대한 음악적 영향을 주었고 여전히 그러한 사람이 바로 빌리 홀리데이이다. 레이디 데이는 분명히 지난 20년간 미국 팝 보컬 역사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이 책은 2004년에 발간된 <Wishing On The Moon>이라는 책을 번역한 것입니다. 사실 저는 이러한 전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자라기보다 다양한 자료의 단순 정리자와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어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서 좋다는 장점 말고는 없는 거 같습니다. 분명 출생하고 강간을 당하고 교도소를 가는 그녀가 있는데 이것이 먼 동네에서 일어난 사건처럼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희미하게 보이는 게 전부입니다. 그녀의 어린 시절 힘든 부분을 감추려 했거나 아예 자료 자체가 부족했는지 몰라도 서술이 다소 모호하기도 합니다. 전기를 쓸 정도의 애정이 있다면 좀 더 극적으로 전개하는 걸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도 없어졌을지도 모를 많은 인터뷰 자료가 그대로 인용이 되었고 그 인터뷰 대상에 대한 소개도 딱하지만, 실려 있어서 좋았습니다. 환상이 깨지는 책이기는 했지만 어떤 부분들은 상상을 더해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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