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유튜브] 나불나불 염정아 편 1부를 보고
일 할 수 있는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 해
이제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아, 이건 최정상의 꼭대기까지 올라봤던 찐어른들의 이야기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선택을 받아야 하는 프리랜서나 현업과 관리 사이 어중가하게 걸쳐 있는 직장인이라면 더더욱 뼛속 깊이 공감할 대화들이 오간다.
만약 저 이야기를 30대에 들었다면 내 반응은 어땠을까. 뭐 저런 생각을 하나, 눈앞에 쌓인 일이 가득인 데. 할 일이 널리고 쌓였는데. 나이 들면 다 저렇게 되나 보다 정도로만 받아들였을 거다.
작년과 올해 이제 겨우 8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나이 앞자리가 4로 바뀌고 나서는 같은 것을 보아도 다르게 보이고. 같은 것을 들어도 다르게 들린다. 발 밑을 잡아당기는 중력의 무게가 달라진 것도 아닌데,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예전에는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내가 향유하는 것들이 소위 말하는 대중의 관심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80년대 생이니 MZ 세대에 속한다며, 어떻게든지 껴보려고 하기도 했었다. 이제는 안다. 서 있는 위치가 달라졌고, 보이는 게 달라졌음을. 물리적으로 멀어진 그들을 쫓아가는 건 과욕이라는 것을.
일을 해온 시간보다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적어졌다. 어떻게 하면 잘 내려갈까, 어떻게 하면 연착륙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 내 안에 잘 쌓여 있다면, 내려가는 길이 그리 두렵지 않을 텐데. 물 위에 뜨려고 애써 발버둥 하지 않아도, 힘 빼고 물 위에 떠서 필요한 곳을 찾아갈 수 있을 텐데.
지금 느끼는 두려움의 크기는 어영부영 보내온 지난 과거가 보내온 청구서에 적힌 숫자와 일치하겠지.
영상에서 말하는 과거가 단순한 라떼(나 때는 말이야) 이야기로 들리지 않은 건 그만큼 치열하고 찬란했기 때문일 거다.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치열하게 해온 찐 어른들의 대화는 자극제가 된다. 10년 후 나도 저렇게 멋지게 나이 들고 싶어졌다.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으련만,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