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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Sep 15. 2023

창작이의 하루

창작에는 고통이 따르죠.

창작이는 처음엔 주어진 시간 안에 후딱 창작이 완성될 거라 짐작했습니다. 그런데 창작이란 것이 시간이 주어진다고 생각대로 뚝딱 이루어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창작을 하기 위해서는 창작이의 뇌파회로가 일정 수준 이상의 파형을 만들어야 하고, 그 파형 단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집념과 집중력이라는 친구들도 불러 모아야 했기 때문이거든요.


창작이는 옛날 생각만 하고는 창작을 너무 가볍게만 생각했었던 모양입니다. 창작을 미루는 동안 낡아버린 뇌회로와 소원했던 집념과 집중력이라는 친구들을 다시 불러 모으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지요. 그래서 오늘은 창작을 위한 파형을 만들어 내기 위해 '탄수화물'도 보충해 주어야 했고, 또 막무가내로 유튜브를 보겠다는 창작이의 심통도 잘 달래야 했어요.


"창작아! 지금 네가 유튜브를 볼 때가 아니야! 오늘 맘 잡았으니 집중하고 창작이나 마저하자!!" 이렇게 말이에요. 그래도 이래저래 창작이가 어느 정도 집중 모드에 들어가자, 옛 날 창작하던 습관이 살아나서 창작이 끊기지 않고 죽~이어져 나갈 수 있었습니다.


창작이는 원래는 짧고 굵게 작업하는 것을 즐겨했어요. 오랜 시간 동안 고심해서 의도를 가지고 창작하는 것을 싫어했지요. 음악을 들으며, 리듬에 몸을 맡겨 에너지가 분출되는 방향에 이끌려 '창작'하는 것을 오랜 기간동안 해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창작이가 이제는 그 에너지가 지향하는 지점은 어디에 있지?라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답니다. 아무래도 곧 있을 '전시'때문인 것 같네요.


창작이는 올해 4월 12일에 전시를 했어요. 그때도 그렇게나 크게 혼이 났었는 데, 다가오는 9월 17일에도 송파의 한 카페에서 또 전시를 한다고 하네요. 이번에는 단체전이 아닌 개인전이에요. 물론 인사동의 갤러리가 아닌 카페의 한 공간에서 진행하는 전시이긴 하지만, 그래도 전시를 준비하면서 나름 생각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답니다. 전시의 주제는 '몸, 마음, 그리고 에너지'에요.


순간에 집중하여 포착해 낸 겹쳐진 몸의 아름다움과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 그리고 흘러가는 에너지를 표현하고 싶어 했다고 해요. 창작이의 크로키가 보고 싶으시거나 송파인데 커피 한 잔이 그리우시면, 언제든지 들러주세요. 주말이면 제가 커피도 사드릴게요.




작가는 점, 선, 면을 다루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 번 전시는 크로키 전시회라서 점도 아니고, 면도 아닌 선의 전시입니다. 지난번 전시에서는 선의 표현에 집중했다면, 이번 전시는 선의 표현에서 색의 실험으로 확장한 세계의 모습을 선보입니다. 커피로도 색을 표현하고, 파스텔과 아크릴을 혼합해서 만든 색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크로키는 주어진 짧은 시간 동안 눈에 들어오는 정보를 빠르게 해석하여, 손 근육에 전달하는 작업입니다. 또한 그 짧은 순간에 근육이 만들어내는 현상을 관찰하여, 입력된 시각 정보와 비교를 통하여 시각 추론 모델을 끊임없이 수정해 나가는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 작업이죠. 특히 익숙한 사물을 보다 더 정확하게 보기 위하여, 매일 보던 익숙한 신체라도 오늘 처음 보는 사람처럼 세심하게 관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억지로 시각 감각 영역의 미세한 움직임을 알아차리는 훈련을 반복하는 것이지요. 일면, 나의 감각 기관의 정보 처리 과정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알아차리려고 노력하는 '알아차림' 명상과 비슷한 면이 꽤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크로키를 마치면, 머리가 맑아지고 피로도 풀리는 경험을 꽤 한답니다. 의도를 갖고 그린 그림이 아니기 때문에, 그림에 대한 설명은 난해한 경우가 많지만, 아마도 작가가 날 것의 세상을 해석하는 방법을 직접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번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번의 전시 작업과 비교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지난번 전시 작업도 두 점을 걸어놓았습니다. 작가의 관찰 능력이 혹은 관찰 세포가 혹은 추론 과정이 두 전시 사이에 어떻게 변화했는 지를 추적하며 찾아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뇌과학과 양자역학이 지속적으로 밝혀내는 우주의 신비는 우리가 생각하는 '객관적'인 세계관과는 점점 더 큰 틈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내면 명상', (김주환 저)이란 책이 그런 지점을 잘 포착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의 전제를 <나는 존재한다, 고로 생각한다>의 명제로 바꿔보고, 순간에 집중하는 크로키의 에너지를 직접 느껴보심은 어떻실는지요? 이번 전시를 통해서 나와 내가 만들어내는 우주의 크기를 조금이라도 더 확장하는 경험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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