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타는 물건 리스트

by 김홍재

취향 타는 물건에 노트북을 추가한다.


옷, 신발, 자동차, 만년필처럼 취향이 드러나는 물건의 카테고리에 노트북이 들어간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노트북은 늘 그냥 곁에 있었고, 오래 쓰다 보면 익숙해지는 물건이라고 여겼다. 언박싱은 즐거운데, 지나가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지나온 시간이 20년쯤 된다.


돌이켜보면 핸드폰 보다 내 손에 더 오래 붙어 있던 건 노트북이었다. 일도, 글도, 회의도, 심지어 멍 때리는 시간까지 전부 그 위에서 보냈다. 취향은 늘 이렇게, 오래 쓰고 나서야 뒤늦게 눈에 들어온다.


14인치나 16인치보다는 13인치가 좋고,

실버나 화이트보다 블랙이 편하다.

딸깍거리는 터치패드보다, 햅틱패드의 감각을 고른다.


이제 와서 노트북을 취향의 영역에 올려놓고 보니 드는 생각. 자랑까지는 아닌데, 누가 한 번쯤은 물어봐 줬으면 하는 지점.


취향은 시간과 함께 하나둘 생기지만, 말로 떠드는 일은 의도하고 줄인다. 선택과 호불호의 영역이니 말하는 설명은 불필요하다. 대신 이렇게 가끔 글로만 남기는 것으로 만족한다. 취향에 대해서는 말을 줄인다는 원칙이다. 언젠가 아무 생각 없이 쓰던 다른 물건이 문득 취향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순간이 오기를 조용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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