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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캠퍼스씨네이십일 Oct 13. 2016

<쇼코의 미소>

빛나는 위로

빛나는 위로

<쇼코의 미소> 지음 최은영 펴냄 문학동네 


병든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어떤 책을 읽고 갑자기 내 병을 발견할 때가 있다. 아픈 줄도 모르고 있었던 자리에 위로를 받고 마는 것이다. <쇼코의 미소>를 읽으면서 몇번이나 멈춰서 어떤 문장들을 되읽었다. ‘순결한 꿈은 오로지 이 일을 즐기며 할 수 있는 재능 있는 이들의 것이었다. 그리고 영광도 그들의 것이 되어야 마땅했다. 영화는, 예술은 범인의 노력이 아니라 타고난 자들의 노력 속에서만 그 진짜 얼굴을 드러냈다. 나는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흘렸다. 그 사실을 인정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재능이 없는 이들이 꿈이라는 허울을 잡기 시작하는 순간, 그 허울은 천천히 삶을 좀먹어간다.’(<쇼코의 미소> 중) 허울뿐인 꿈을 붙잡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문장을 읽고 숨이 턱 막히지 않겠는가. 그러고는 천천히 보듬어주는 위안이 뒤따라오니 미칠 노릇이다. 최은영 소설집 <쇼코의 미소>에는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서로 다른 인물과 서사들이지만 공통의 정서가 있다. 주인공들은 소심하고 연약해 상대의 마음을 끊임없이 살피고, 또 서로 미안해한다. 사람의 마음은 쉽게 부서질 수 있고 그럴 때에는 무엇도 그를 구원할 수 없다. 그들 옆에는 가만히 앉아 온기를 나눠주려는 사람이 존재한다. 사랑이 끝나서, 꿈이 좌절되어서, 친구가 죽어서…. 상처받은 사람들은 혼자 앓지만 그 옆에는 그 마음을 헤아리려는 이가 있어 위로가 된다. 이 무정한 세상에서, 그래도 약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작가가 있다. 동시대에 최은영의 소설을 읽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쇼코의 미소’는 작가의 등단작이며 2014년 젊은작가상 수상작이다. 글 김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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