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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캠퍼스씨네이십일 Oct 13. 2016

장학금

누구는 타는데, 누구는 한번도 못 타는장학금의 세계

짐짓 어른인 척하다가도 학비를 받는 순간 영락없이 애가 된다. 그 기분이
싫고 학업, 취업준비, 아르바이트에 치이기도 싫어 장학금에 손을 내밀어
본다. 사실은 손을 싹싹 빌어본다. 그러던 중 교육부의 광고가 눈에 들어온
다. ‘반값등록금’이 실현되었다나. 교육부의 산수는 이렇다. 2015년 기준
국내 등록금 총액이 약 14조원인데 정부가 지원하는 국가장학금과 대학자
체장학금 등등을 더하면 모두 7조원이니 반값등록금이 실현되었다는 것
이다. 14-7=7이 맞다. 그러나 실상은 이러하다. 지난 5년간 4년제 대학의
등록금 평균 인하율은 사립대 5%, 국공립대는 6%에 그쳤으며 대학생 10
명 중 4명만이 국가장학금의 수혜를 받았다.
소득산정기준은 또 어떠한가. 국가장학금 신청자 2명 중 1명은 학기마다
소득분위가 달라진다. 또 2015년 변동된 소득산정기준에 의해 부모님이
영업용 차량을 소지했거나 코딱지만 한 집이 있어도 혜택이 줄어든다. 나
의 가난을 무엇으로 증명할까 하는 궁리만 늘어간다. 게다가 소득분위 이
의신청은 법정 소송을 방불케 할 만큼 지난한 과정을 예고하고 일단 그 시
도를 좌절시킬 만큼 이의신청 과정에 대한 설명이 어렵다. 이의신청도 못
하고 수혜 여부와 규모를 예측할 수 없으니 아예 신청을 하지 말자는 학생
들이 늘어 국가장학금 신청자 수는 꾸준히 줄고 있다. 준비할 서류가 많아
시간을 엄청 빼앗기는데, 어차피 못 받을 가능성이 많으니 그 시간에 차라
리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낫다는 거다. 그렇다면 교내장학금과 외부장학
금은 훌륭한 대안이 되어줄까. 이에 대해서도 우리는 할 말이 많다.
장학금은 고뇌를 몰고 오면서도 ‘대학 교육’에 대한 원천적인 문제를 돌이
켜보게 한다. 우리의 등록금은 왜 이리도 비쌀까. 등록금 자체가 비싸니 장
학금이 아니면 학자금 대출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고, 이는 20대를 빚쟁
이로 전락시키고 있다. 지금부터 정보에 어두워 장학금 한번 못 받아본 일
개미들의 한탄, 국가와 학교의 눈 밖에 난 학생들의 시시콜콜한 뒷담화에
귀기울여보자.



장학금, 어디까지 알아봤니?
이미 국가장학금과 교내장학금으로 전액 장학을 받고
있지만, 생계비를 지원해주는 장학금이 필요했기에 장
학금을 알아보았다. 삼성꿈장학재단처럼 기업에서 주
최하는 것부터 한국장학재단에서 인문계열 신입생들
에게 생계비를 포함한 장학금을 준다는 얘기를 듣고 찾
아봤지만 신청 절차가 까다로웠다. 한국장학재단 인문
계열 장학금(인문100년장학금)의 경우 주로 신입생
이나 2학년을 기준으로 신청을 받았다. 3, 4학년의 경
우 학교의 자체적인 기준에 따라 추천을 받은 자여야
했는데, 어떤 절차로, 학교에 추천을 받아야 하는지도
몰랐고 아쉬웠다. 일찍 알았다면 생활비 때문에 매일
아르바이트에 시달리는 삶을 살지 않았을 텐데.


■ 가톨릭대 A씨 한국장학재단이나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잘 읽는 것이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주만 해도 학교 공지사항에서 한국도로공사 장학
금, 학교동문회 장학금 등에 대해 올라왔더라. 국가근
로장학생 신청기간이나 부서 신청에 대해서도 기간이
되게 짧던데, 공지사항 확인을 안 하면 이런 기회들을
놓칠 수 있다. 난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 페이지를 핸
드폰 홈화면에 바로가기로 설정해두고 습관처럼 하루
에 한번씩 공지사항을 본다.


■ 서울대 A씨 사실 정보력은 인터넷활용능력의 일
종이고 장학금 정보는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탈 사람들
은 타먹는다. 다만 정보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를
몰라서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한편으로
친구나 선후배를 통해 공유되는 정보가 많아서 교우관
계에 흥미가 없는 경우 그런 정보들로부터 소외되는 경
향이 있다. 그래도 과나 학교 홈페이지 공지란을 통해
장학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교내장학금은 학기 초/말
에 몰려 있다.

국가장학금, 만족하고 있니?


■ 서울대 B씨 국가장학금은 소득을 중요한 지표로 보는 게 맞다. 국가
는 학생들의 기본적인 학습권을 보장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
재의 소득분위 산정기준은 상당히 혼란스럽다. 가장 중요한 지표가 예측
불가하다면 기능과 정체성이 흔들린다고 볼 수 있다. 가계 형편이 그렇게
나 자주 바뀌겠나.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 절차상 문제도 있
다. 부모님 직업과 직책을 적는 난이 있다.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의 공식
적인 버전·현대적인 버전이다. 이 정보가 대체 왜 필요한지 궁금하다.


■ 가톨릭대 B씨 소득분위 산출방법을 다시 고려해봐야 한다. 그리고 장
학금 예산도 더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내 룸메는 항상 통장에
100만원 넘는 용돈이 있고 비싼 옷들을 사면서도 국가장학금을 꼬박꼬박
탔었다. 그 이유는 그녀의 부모님이 하시는 사업의 모든 명의가 할머니나
삼촌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 가족은 아버지만 일을 하시는
데 기업에서 일하는 회사원이다. 집에 빚이 있고 타지 생활을 하면서 그렇
게 여유롭지도 않지만 입학하고 한번도 국가장학금을 타본 적이 없다. 애
초에 나는 대상이 되지 않았다. 소득분위의 설정에 실제 집의 가계 사정이
정확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불편한 것 같다.


■ 단국대 A씨 국가장학금 하나 신청하는 데 은행도 가야 하고 동사무소
도 가야 한다. 생활비 벌려고 아르바이트하는데 장학금을 신청하기 위해
선 알바를 하루 쉬어야 한다. 또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도 오래 걸리는데 등
록금을 내는 것이 큰일인 나 같은 사람은 그야말로 똥줄이 탄다. 기다리다
안 나오면 학기 중에 또 알바하게 된다.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릴 거 같으면
2학기 장학금을 1학기 초에 신청해서 1학기 종강하자마자 알려주든가 해
야 하는 거 아닌지.


■ 경기대 A씨 이왕 생활형편 조사할 거면 생활환경까지 조사해서 도움
을 제대로 줬으면 한다. 부모님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인지 뭐 그런
것들 말이다. 가정에서 학생 개인에게 지원해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 서류
에 얽매여 있는 관계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교내장학금, 외부장학금은 어땠니?

교내장학금
■ 건국대 B씨 교내장학금은 대부분이 성적 아니면
가계곤란 장학금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수혜 인원이
적고, 성적장학금의 경우 그 기준이 매우 높다. 4.3
이하는 기대하지도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 비싼
등록금을 내기 위해 알바를 하고 그래서 공부할 시간은
없어지고, 성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장학금을 받지
못하고 다시 알바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 한국외대 A씨 동아리 연합회 학생 간부가
유령간부를 만들어 장학금을 수령했다. 대리수령을 한
당사자들은 다른 장학금으로 수령한도에 도달했기에
장학금을 더이상 받아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교내장학을 담당하는 학생지원팀은 장학금 대리
수령 사안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책임
을 회피했다. 장학금 수여 과정이 블랙박스에 싸여 있
고 학교 쪽이 세심히 살피지 않는다. 또 누가 불법적으
로 내 등록금을 빨아먹고 있을지 아나.


■ 경기대 A씨 교내장학금을 제대로 설명해주는 자
리가 있으면 좋겠다. 등록금 고지서는 우편물로 정확
하게 오는데 왜 이런 내용은 제대로 알려주는 곳이 없
죠? 조교도 장학제도에 뭐가 있는지 제대로 모르는 판
국. 그들만의 리그인가? 생각해보니 나도 장학금을 받
은 적이 딱 한번 있는데 대외 활동하던 게 우연히 교수
님 귀로 들어가서 받은 거였다. 교수님 추천이면 이렇
게 쉽게 받을 수 있는 것이었나 의아하기도 했다. 제도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다. 교수님 맘에 들면 다
되는 부분인 건지.


교내장학금, 외부장학금은 어땠니?


■ 가톨릭대 A씨 학교 장학 부서는 불친절하
고, 맨날 말이 바뀌니까 전화하기 전에 녹음부터 해야
한다는 평이 학생들 사이에서 자자하다. 우리 학교는
재단을 통해 장학금을 많이 주는 편이라고 해서 기대했
는데, 대부분이 등록금에 관한 장학금이었고, 신입생,
그중에서도 정시로 합격한 학생 위주라서 찾아보다가
낙담했다.


외부장학금


■ 서울대 A씨 지도교수 추천을 받을 때 관습적으로
학생들 본인 스스로가 쓴 내용을 지도교수가 그대로 복
붙해서 적어준다. 그래도 소득이 어중간하거나 소득분
위의 변동이 심해서 국가장학금을 못 받는 학생들이 외
부장학금 신청을 많이 한다. 일단 합격하면 일정 기간
동안 장학금이 보장되기 때문에 안정적이다. 국가장학
금과 기능이 다소 역전되었다고 볼 수 있다.


■ 단국대 A씨 나는 심지어 추천서를 써주는 교수님
이 담당교수님이 아니다. 일면식도 없고 수업도 들어
본 적 없는 교수님께 나를 추천해달라고 구구절절 이야
기한다는 게 교수님께도, 나에게도 참 난감하고 민망
한 일이다.

우리들의 ‘가난 소개서’


■ 가톨릭대 A씨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4주간의 미국
어학연수를 지원해주는 학교의 장학 프로그램에 지원
했었다. 대체로 건강보험료 얼마나 내는지, 부모님 명
의로 되어 있는 집이나 차가 있는지 등을 증명해야 할
서류를 내야 했고, 그중 기초생활수급자 증명서도 있
었다.
물론 ‘너의 가난을 증명해라’라고 말한 적은 없지만, 저
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데 누가 더 가난
하고 절절한지에 대한 경쟁 아니겠는가? 그래서 자기
소개서에서 왜 내가 영어를 못하게 되었는지, 왜 어학
연수를 가야 하는지 등등에 대해 녹여 썼다. 면접 때는
‘가난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게 무엇이 있었나요?’라
는 질문을 받았다. 면접관에 복수전공 과목의 교수님
이 계셨는데 강의가 아니라 이런 상황에서 뵈니까 민망
한 생각도 들었다. 같이 면접을 본 친구는 ‘학생은 너무
절실한 자세가 없어 보이네요?’라는 평을 들었다고 했
다. 내가 제일 불쌍한 애라는 걸 증명하는 자기소개서
를 새벽에 쓰다가 울었다.


■ 건국대 B씨 가난은 불행한 것이 아니라 불편할
뿐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 말을 받아들이고 당당
하게 행동하는 것이 20대 초반의 학생들에게는 쉽지
않다. 집안 소득이 높든 낮든, 본인 집안의 소득을 당당
히 말하고 다닐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직은 그 부분에
관해서는 말을 아끼는 것이 우리 사회의 암묵적인 예의
이다. ‘나의 가난’을 소개해야만 하는 학생들의 심리적
부담을 한번쯤은 고려했으면 한다.


■ 가톨릭대 C씨 자신이 저소득층임을 증명하는 절
차는 분명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서류가 증명해주
는데, 굳이 ‘내가 더 절실해요, 내가 더 가난해요’라는
글을 쓸 필요가 있나 의문이다. 이 학생이 이러한 꿈을
가지고 있다는 것, 누군가 뒤에서 밀어주기만 하면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되는 것 아닐까.

우 리 는
더 이 상 의 빚 을
거 부 합 니 다


우리는 장학금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장학금에 목매게 만든 등록
금에 대해 여전히 할 말이 많다. 한국장학재단은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설
명하고 있듯, “학자금 대출 및 장학사업 등을 효율적으로 운영함으로써 경
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의지와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공부할 수 있는 여건
을 마련,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육성에 기여”하겠다는 설립 목적을 가
지고 있다. 그런데 정말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우리의 의지와 능력만 있
으면 돈 걱정 안 하고 맘 편히 공부할 수 있는 걸까? 학생들이 얼마나 이에
동의할지 의문이다.
지난 9월7일, ‘국가장학금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한국장학재단 안
양옥 이사장은 “국가장학금을 신청하기 전에 소득분위 기준을 미리 알고
스스로 판단해 신청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매 학기 발생하던 소득
분위 변동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소득분위 체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며 “이를 통해 대학생과 학부모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신뢰도 높은 소득분위
체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동아일보> 2016년 9월8일자 “학생 스
스로 예측 가능한 소득분위 체계 마련” 중에서). 계속해서 기준이 바뀔 때
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소득분위 때문에 대체 우리 집이 뭐가 문제인지,
다음 학기 등록금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늘 고민이었던 우리. 이번에
는 납득할 수 있을 만한 합리적인 기준을 기대한다.
7월 초, 안 이사장은 “청년들이 빚이 있어야 파이팅할 수 있다”라는 망언으
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말도 안 되는 산수로 반값등록금을 이루어냈다고
자축하기는 이르다. 우리는 파이팅 넘치지 않아도 되니, 더이상의 빚을 거
부한다. 내 모든 치부까지 고주알미주알 털어놓으며 가난을 애써 증명해
야 하는 비참함도 거부한다.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맘 편히 공부하고 싶
은 우리를 위해 한국장학재단은 설립 목적에 부합한 더 많은 사업과 명확
한 기준으로 부응해주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장학금에 목마른 우리끼리 ‘쟤는 이만큼 받고, 나는 이만큼밖에
못 받았다’라고 말하는 데에 그치는 게 아니라 더 근본적인 것을 물었으면
좋겠다. 애초에 우리는 왜 이렇게 비싼 등록금을 내야 하냐고, 그 많은 돈은
다 어디로 갔냐고 말이다.


글 원소윤 이미쁨 이자현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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