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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기 Apr 24. 2024

['24 바르셀로나] 1. 몸은 계획을 따르지 않는다

2024년 2말3초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장기

2월말 스페인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광장의 오후

'바르셀로나'는 스페인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기도 하지만 관광지로도 명성이 높은 곳이다. 당장 바르셀로나만 떠올리더라도 안토니 가우디의 사그리다 파밀리아뿐만 아니라 향그러운 올리브유, 와인 한잔에 따라오는 하몽, 축구를 몰라도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FC바르셀로나팀 등 정말 다양한 키워드가 머릿 속을 채운다.


하지만 바르셀로나 관광에 있어 가장 피해야 할 시기가 바로 2말3초가 아닐까 싶다.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글레스(MWC)가 열리기 때이기 때문이다. 숙소를 정하기 위해 각종 여행 플랫폼을 열어 보더라도 이 때만 불쑥 가격이 높아지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물론 올해 그 중의 한 명이 됐다는 게 함정이다.


통상적으로 출장을 떠날 때 주어지는 자유시간은 도착일과 출발일 정도다. 도착했을 때는 컨디션 조절을 이유로 별 다른 계획이 없었지만 귀국 전날은 어디라도 꼭 가보겠다고 다짐했다. 하루를 꼬박 하늘에 버렸으니 그 정도 호사(?)라도 누리고 싶은게 개인적 심정이었다. 


숙소는 전시회가 열리는 피라 그란비아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곳을 정했다. 일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가까운게 더 좋기는 하지만, 일단 숙소에 들어가면 오롯이 나만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리고 좀 고즈넉하게 있고 싶은 마음이 있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너무 멀리 잡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렇게 정한 곳이 El Clot 역 근처였다. El Clot 역은 지하철도 있지만 기차역도 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용산역과 비슷하다. 다만, 붙어 있지는 않고 조금 떨어져 있다. 서울역에 비교할 수 있는 바르셀로나 산츠역에서 동쪽 근교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이 El Clot역을 지나치기 때문에, 바르셀로나 근교 관광지인 지로나 또는 피가레스를 가고자 한다면 고려해 볼만 하다. 

숙소 근처에 있는 El Clot 지하철과 기차역, 좌측 길을 쭉 따라 10~15분 정도 걸으면 사그리다 파밀리아 대성당을 볼 수 있다. 생각보다 조용한 지역이다.

물론 이런 정보도 이번에 숙소를 찾아보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지로나는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과 국내 드라마 알함브라의 궁전의 배경인 운치 있는 소도시고, 피가레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종이의 집'에서 주인공 일당이 쓰고 있던 가면의 정체로 알려져 있는 예술가 살바도르 달리가 태어난 곳이다. 이 곳은 살바도르 달리가 직접 꾸민 미술관을 관람할 수도 있다. 


두 지역 모두 기차로 갈 수 있는데 급행이라면 좀 더 빠를 수 있으나, 일반기차 기준으로 지로나는 1시간 30분 정도, 피가레스는 2시간 가량 걸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또한 피가레스로 가려면 반드시 지로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하루를 잘 활용한다면 두 도시를 모두 경험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피가레스에서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을 보고 난 후 지로나에서 노을을 감상하며 저녁을 즐기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 그 반대도 가능한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출장에서 귀국 전날 들리고 싶은 곳이 바로 지로나와 피가레스였다. 여유 시간이 남기를 바랄 수밖에 없긴 하겠으나 계획은 세워둘 필요가 있었다. 

암스테르담으로 향한 KLM 항공편에서 찍은 전경

문제는 이 하루를 계획하다보니 도착했을 때 계획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큰 배움을 얻게 됐다. 


시작은 이렇다. 2월말 항공권의 선택지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네덜란드 항공(KLM)을 선택했고, 또 조금이라도 비용을 아끼려 하다보니 환승구간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약 8시간을 대기해야 했다. 물론 레이오버가 가능하다는 전제가 있었기 때문에 만만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 전쟁이 한창인 지역이 있었기 때문에 우회 비행경로로 이동하다보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까지 비행시간은 15시간을 넘었다. 레이오버 시간을 포함해 바르셀로나로 향한 비행시간까지 더하니 24시간 가량을 깨 있는 것과 다름 없었다. 게다가 인천국제공항에서 KLM 비행기를 탄 시각이 오전 0시 30분이었음을 감안한다면, 결론적으로 내 신체 자체는 이틀을 깨 있는 것과 다름 없었다. 


큰 교훈을 얻은 순간이다. 우선 비행시간이 긴 지역을 넘어갈 때 다시는 자정 비행기는 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몸이 너무 힘들다. 오는 비행기는 기절한채로 오지만 갈 때는 잠이 잘 안온다. 대부분 출장계획이나 미진했던 보고서 등을 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자더라도 1~2시간이 고작이다. 그러다보면 영화나 저장해둔 드라마를 보는데 눈의 피로감이 상당하다. 그런 상태서 아침의 암스테르담을 마주했으니 멍할만 했다. 

새벽 해를 바라보며 도착한 암스테르담. 날씨가 정말 좋지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추울 줄 몰랐다.

하나 더, 만약 심야에 비행기를 탈 일이 있다면 꽤 일찍 공항에 도착해야 겠다는 것. 21시 이전에 면세점은 거의 문을 닫는다. 만약 공항을 환전의 종착지로 정했다면 그 시간 이전에 도착해야 한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당한 사람이 말해주는 팁이다. 은행 환전 주머니에 넣어놨던 유로는 찾지도 못했거니와 면세점에서 사고자 했던 다양한 상품들은 쳐다보지도 못했다. 지금도 왜 이 생각을 못했나 싶을 정도로 어이없는 실수였다. 


엘프라프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하는 방법은 다른 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하철, 버스, 택시가 있다. 바르셀로나는 예전 우버 등의 사설운송 서비스 이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기존 운송주체인 택시와의 경합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어떤 과정과 절차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결국 철수했다. 


개인적 입장에서는 꽤 아쉽다. 우버나 그랩의 경우 차량 선택이 가능하고 목적지를 입력할 수 있으니 번호만 확인하고 타기만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택시의 경우 일단 잡아야 하고, 또 설명해야 하고, 개인적으로 오는 불안감(?)을 감내해야 한다. 그리고 아무리 영어로 얘기해도 못 알아듣는척 하는 경우를 몇번 겪다보니 택시를 신뢰하지 않게 됐다. 아무래도 처음 바르셀로나에서 탄 택시에서 기사의 알 수 없는 분노(?)와 욕(?)을 들은 기억이 생각보다 컸던 듯 하다. 

바르셀로나의 택시 디자인은 모두 동일하다. 검은색과 노란색으로 이뤄져 있어서 멀리서도 금방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엘프라프 공항에서 주로 이용하는 교통편은 지하철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공항까지 이동하는 노선이 있다. 그리고 시내까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는다. 1시간 안팎으로 주요 시내 지역으로 갈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서울과 마찬가지로 꽤 복잡한 노선도, 갈아탈 때 미로처럼 엮인 통로만 찾으면 된다.  


지하철표는 '올라 바르셀로나 트래블 카드'를 이용한다. 엘프라프 공항은 도착과 출발 통로가 따로 분리돼 있지 않아서 출발할 때 만나는 면세점을 도착할 때도 만날 수 있다. 면세점을 통과해 금방 캐리어 찾는 곳으로 나올 수 있다. 마음만 먹는다면 비행기에서 내려서 5분이면 주파 가능할 정도다. 캐리어를 찾고 출구로 나와 중앙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한층을 내려오면 대부분 이 트래블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발권기에 줄이 길게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다. 헤메지 말고 그냥 줄 서 있는 곳만 찾아도 된다. 


트래블카드는 48시간과 72시간, 96시간, 120시간으로 구분된다. 지하철만 이용하는게 아니라 다양한 대중교통수단에서 쓸 수 있다. 시간이 기준이라는 점을 확실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가령 저녁 7시에 이 카드를 처음 사용했다면 그 다음날 저녁 7시를 넘어, 그 다음날 저녁 7시 전까지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1일 19시에 처음 교통수단을 사용했다면 3일 18시59분까지 쓸 수 있는 셈이다. 하나 더 통상적으로 바르셀로나 지하철은 들어갈 때 카드를 인식시켜 들어가는데 나올때는 따로 카드 인식 없이 그냥 나온다. 즉, 마지막 마지노선이 지하철을 타러 들어가는 순간이 된다. 

엘프라트 공항에서 지하철과 연결구간에 위치한 발권기. 보통 여기서 표를 사기 때문에 줄이 긴 경우가 많다.

전시회 출장의 경우 주최측이 대중교통카드를 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 때까지 쓸 수 있는 트래플카드를 선택한다. 지하철은 발권기 왼쪽 통로로 가면 우측에 들어가는 게이트가 있다. 세상 단순하게 생겨서 "뭐야 이게 지하철 타러 가는 곳이라고?"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곳이 맞다. 다시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가면 지하철 플랫폼이 나온다. 종점이니 오는데로 타고 나가면 된다. 


지하철 노선도 찾기가 귀찮거나 어렵다면 탔을 때 지하철 내부의 노선도를 사진으로 한 장 찍어 즐겨찾기 해놔도 된다. 아마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그리고 가고자 하는 역이 있다면 통로를 찾기 위해 가는 방향의 종점을 외워두는 것도 팁이다. 노선이 전부 쓰인 경우도 있지만 종점만 표기된 경우가 상당히 많다. 

출장기간 동안 가장 많이 이용한 L1 라인.

El Clot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엘 에스파냐에서 L1으로 갈아타고 쭉 가면 된다. 무거운 캐리어를 질질 끌면서 어서 빨리 호텔에 도달하기를 기다린다. 바르셀로나 지하철 문에는 버튼이나 레버가 달려 있다. 타거나 내리고 싶다면 이 버튼을 누르거나 레버를 돌려야 열린다. 처음 바르셀로나에 갔을 때 아무도 열지 않아 그대로 다음 역으로 간 적이 있다. "아니 왜 안 열어주는거야!" 라고 외치고 나서야 이 방법을 알게 됐다. 

초록색 버튼을 눌러야 문이 열린다. 물론 바깥에서 눌러도 문은 열린다. 내외부 중 누군가는 눌러야 열린다.

드디어 도착한 호텔. 바르셀로나는 투숙일에 비례해 관광피를 내야 한다. 적정한 수준의 보증금과 함께 결제를 완료하면 침대에 몸을 맡길 수 있다. 무려 31시간만에 휴식이었다. 그래도 밥은 먹자는 불굴의 의지로 람블라스 거리로 나갔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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