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부. UHD vs 이동통신 격돌
2013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되자마자 주파수 정책은 단번에 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담당하던 업무 중 일부가 미래부로 넘어가면서 주파수 권한이 부처 간에 나뉘어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고, 곧바로 업계와 학계의 반발이 이어졌다. 장기적 관점에서 단일한 전략이 요구되는 국가 주파수 자원이 여야의 조직개편 협상 과정에서 조각나듯 흩어질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방송 주파수는 방통위, 통신 주파수는 미래부, 총괄 기능은 국무조정실이 맡고, 그 위에 주파수심의위원회까지 설치되는 구도라면 신속한 정책 판단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커졌다.
무엇보다 큰 불씨는 700MHz였다. 이미 방송·통신업계가 여러 차례 부딪혀온 대역인데, 이번에는 정부 부처 간 주도권 경쟁까지 더해져 논쟁은 더욱 복잡해졌다. 시작부터 두 기관 수장의 입장은 극명하게 갈렸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용도가 결정되지 않은 68MHz 폭을 통신용으로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UHD 방송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방송용으로 남겨야 한다고 맞섰다. 업계는 자연스럽게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줄을 서며 갈등의 전선을 넓혀갔다.
학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3년 6월 12일 열린 정보통신정책학회·한국방송학회·한국통신학회 공동 심포지엄에서는 전문가들마저 둘로 갈라졌다.1) 보편적 시청권과 공익성을 강조하며 방송용 배정을 지지하는 의견과, 글로벌 표준과 대역 효율성을 내세워 통신용 활용을 주장하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700MHz가 기술적 타당성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드러난 순간이었다.
결국 갈등이 심해지자 미래부와 방통위는 2013년 9월 30일 공동 연구반을 구성하고, 10월 4일 첫 회의를 열겠다고 발표했다.2) 두 기관이 손을 잡았다는 점은 필요했지만, 이미 여러 차례 검토가 진행된 사안을 다시 원점에서 논의하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업계는 한숨을 내쉬었다. 답을 찾아야 할 시점에 또다시 시간을 소모하는 구조로 회귀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 UHD 방송 문제는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양 부처는 UHD방송추진협의체를 통해 UHD 방송 활성화를 위해서는 700MHz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방통위는 즉시 ‘UHD 방송 종합 발전방안’ 마련을 선언했다. 지상파 방송사는 700MHz가 차세대 방송의 기반이라며 공세를 더욱 강화했다. 난시청 해소부터 UHD 전국 서비스까지 모두 700MHz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이어졌고, 통신업계는 재난망 20MHz를 제외한 모든 대역을 방송에 할당해야 한다는 요구는 과도하다고 반박했다.
2014년 들어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상황은 다시 출렁였다. 방통위는 기존에 이동통신용으로 우선 배정된 40MHz 폭 역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사실상 700MHz 전체를 방송용으로 되돌리자는 뜻을 내비쳤다. 반면 미래부 장관으로 임명된 최양희는 주파수심의위원회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장관 교체가 대립 완화로 이어지지 못한 채, 오히려 양측의 입장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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