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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plate Jun 14. 2024

혼자서도 잘 노는 사람

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나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혼자일 때가 가장 즐겁고 참 재밌다고 느끼게 되었다. 고로 절대 심심하지 않으며 외롭지는 더더욱 않다. 고독은 나의 벗이다. 나와 놀 때, 과감하게 멋들어지게 우스꽝스럽게 신나게 재밌게 소녀처럼 때론 아기처럼 해맑게 순수하게 섹시하게 수수하게 갖은 부사를 다 갖다 대어도 부족할 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나와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혼자 일 때여도 외롭지 않아야, 외롭지 않을 수 있어야 사랑에 있어서도 상대에게 집착하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고 함께여도 더더욱 외롭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결혼해서도 성숙한 결혼생활을 유지해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사랑할 때의 나는, 혼자일 때가 제일 재밌고 하고 싶은 게  많아서 늘 심심하지 않아서 상대를 정말 사랑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내 스스로가 먼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랑할 땐 그에게 집착한다거나 그에 대한 생각으로 매여 있지 않다. 나에게 귀 기울이고 나로서 온전하게 바로 서있으려고 노력한다. 


어젯밤 문득 내일은 아침 일찍 그릇가게에 들러야겠다고 계획을 세워놓은 터였다. 그릇가게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는데 나는 걷기를 택했다. 


걷기란, 내게 움직임 명상이다. 혼자 걸으면서 계속 지금 이 순간 걷고 있는, 경험하는 나를 알아차리며 씩씩하게 걸었다. 걷기 명상일 때, 몰입의 상태일 땐, 주변의 그 어떤 소음도 내겐 아주 미약할 뿐 그 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의 내 안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몸을 움직여 걷고 있지만 나는 텅빔 속의 텅빔, 현존하는 나를 알아차리고 있다.


그릇가게까지 도중에 전통시장이 있는데 가는 길에 들러 손두부 1모를 사서 나왔다. 백화점보다는 사람들로 북적대고 삶의 냄새가 짙게 밴 전통시장을 좋아한다. 북적이는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삶을 관조하고 관찰하고 우리네 일상, 그 모습을 늘 그렇듯 살뜰하게 느끼고 돌아왔다. 


혼자 요리조리 작은 낭만을 발견하는 일에 기분 좋아지는 성미를 가졌다. 오늘 역시 그런 날이었으며 혼자 있는 시간이, 혼자 돌아다니는 시간이 나는 그 누구와 있을 때보다 온전히 자유롭다고 느낀다. 


혼자 있는 시간이란, 내겐 자유다. 그렇게 한참을 둘러보다 내 취향의 카페에 들러 시원한 카페 라떼를 주문했다. 오는 길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 모든 것 하나하나가 내겐 그저 낭만이고 행복이다. 내 마음은 잔잔한 호수처럼 평온하다. 참 신기한 일이라 생각될 만큼 지금의 나는, 정말 그러하다. 


20대부터 30대 초반까진 주말이면 친한 친구들 만나느라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많이 보냈던 시간이 내게도 물론 있었다. 지금의 나는, 그러한 시간들보다는 내 안의 나를 들여다보는 일, 참나를 발견하는 일, 알아차림, 책 읽는 일, 직접 요리한 건강한 음식을 먹고 잘 자고 운동하고 명상하는 일이 훨씬 더 의미있고 소중하고 귀하다. 


혼자여도 전혀 외롭지 않은, 심심하지 않은 나는, 어떻게 하면 내 안을 내가 생각하는 소중한 삶의 가치들과 경험들로 꽉꽉 채워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시간을 보낸다. 나와 노는 일이 얼마나 재미나는지 신이 나는지 즐거운지 평온한지 평안한지 순수한지 모르겠다. 


누군가가 혼자서도 아주 잘 노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분명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임이 틀림없다고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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