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독서-2118
“너 같은 놈 많이 봤어.
발 좀 담그는 척하다가 다 없어져.”
-쓸 만한 인간-
(박정민/상상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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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내가 발 담근 순간들을
떠올려 본다.
그중에
내 발뿐만이 아니라,
온몸까지 흠뻑 적신 적은
언제였는가?
어디였는가?
겁이 많았다.
두려움이 컸다.
발이 젖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다 젖을 것 같았고
그 불쾌하고 찝찝한 상태가
영원히 지속될까 두려워했다.
그런데
천천히 생각해 보면
내 위로 떠 있는 태양이
사방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열기를 품은 토양이
날 다시
온전히 마르게 했었다.
그리고
천천히 다시 생각해 보면
내가 온몸이 젖은 그 상태에도
나를 꽉 안아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의 체온이
그 사람들의 온기가
나를 서서히 마르게 했었다.
그래.
이젠 용기를 내보자.
발이 아니라
온몸이 젖어도
끝까지 가보자.
난 이미 알고 있으니깐.
내 온몸의 물기도
내 마음의 슬픔도
곧 말라 사라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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