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로 가는 길
몸이 으슬으슬하다. 따뜻한 차와 뱅쇼를 연거푸 마셨는데도 이렇게 콧물이 줄줄 나니, 아무래도 오늘은 약을 먹고 자야겠다. 오늘은 차이밀크티를 하나 주문해서 꼭 쥐고 있었다. 그러다 식어버린 밀크티는 한입에 털어버리지 못하고 결국 버렸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마시고 있는 한약을 머그컵에 담아 데워 마셨다.
머그컵처럼 구하기 쉬운 물건에도, 난 취향이 확고하다.
우선 사이즈가 너무 크지 않아야 한다. 크면 무겁거든. 그리고 넓고 낮은 모양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공간을 너무 차지하기 때문에. 같은 용량이면 더 가벼운게 좋다. 무엇보다도, 안쪽이 어두운 색인게 좋다. 착색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음료가 담겨나오는 머그컵이야 어떤 모양이든 상관이 없지만, 내가 가지게 되는 머그컵이라면 까다롭게 골라지더라.
머그컵은 일년에 한번 정도 사면 많이 사는 편이다. 지난 해에도 딱 하나의 머그컵을 샀다. 2019년 여름이었을까, 띵굴마켓에 갔다가 '소로시'의 물건들을 많이 할인하고 있어서 머그컵을 하나 샀었다. 내 기억에 B급 제품 할인이었던 것 같다. 원래 쓰던 스타벅스 사이렌 머그와 사이즈는 비슷한데, 아주 블랙도 아니면서 어두운 갈색인 것이 귀엽고 예쁘더라.
머그 사이즈도 색도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바로 샀다. 가격도 워낙 싸게 파시더라. 언젠가 소로시의 물건은 한번 사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로 구하게 되어 정말 기뻤다! 지금 찾아보니 이 물건들은 밤밤시리즈라고 한다. 리뉴얼이 되어 내가 가진 디자인과는 조금 달라졌다. 전반적으로 한 손에 들어오는 느낌이 기분 좋다.
이 날 띵굴마켓에서는 톤다운된 하늘색 접시도 샀다. 이 조합에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켓을 나와서는 굳이굳이 좋아하는 카페에 달려가 초코 스콘을 사왔다. 그래, 이 머그컵은 진한 초콜릿 색이다. 스콘과 접시와 컵이 정말 잘 어울리지 않나요.
취향과 용도 사이에 접점이 찾아지는 순간이 아마 쇼핑의 주요한 쾌감이지 않을까?
머그컵에 올라가있는 사랑스러운 일러스트들도 좋지만, 그게 분명 전부는 아니다. 미니멀리스트가 되기 이전에는 많은 시도가 필요하다는 말과 같이, 어느 요소가 맘에 들더라도 이를 선별하고 참는 것에는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인내를 견디고 찾아오는 찰떡같은 물건들이 있기에 누군가는 용기내어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내고, 또 누군가는 나처럼 고르고 골라 물건을 만나게 되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