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거기에 AI를 곁들인
2023년 6월 1일, 뉴스레터 '어거스트'에 발행한 글입니다. [뉴스레터 링크]
안녕하세요. 에디터 나나입니다.
오늘은 제가 넷플릭스보다 즐겨보는 콘텐츠, 웹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해요.
저는 만화를 정말 좋아합니다. 보는 것도, 그리는 것도 좋아해서 만화 원고지와 마카 등 재료도 직접 살 정도였어요. 웹툰의 시대가 도래하면서는 와콤 태블릿을 들였고, 요즘은 아이패드 드로잉을 취미로 해보고 있어요.
최근에는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DALL·E로도 이런저런 이미지들을 만들어 보았는데요. 아직 저는 직접 그리는 것이 더 좋기는 합니다. 처음 그림 생성 AI를 써봤을 때는 조잡하면서도 생각지 못한 결과들이 나오는 점이 재미있었는데, 이제는 화풍까지 골라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이 신기하기도 하고요.
오늘의 에디터 : 나나
상쾌한 6월의 시작 어거스트와 함께!
오늘의 이야기
1. 요즘 폼이 심상치 않은 네이버
2. AI가 그린 웹툰도 작품이다?
3. 정말로 작가들 밥줄이 끊겨버릴까
미래에는 AI와 로봇에 주목해야 한다는 화두가 처음 던져졌을 때부터, 창작은 가장 마지막으로 대체되는 영역일 거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창작만큼은 인간의 전유물이라는 인식 때문이었죠. 그래서인지 2038년 배경으로 안드로이드와 공존하고 있는 사회를 그린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2018년 작)》 에서는 안드로이드가 그림을 그리는 장면도 등장합니다. 로봇은 인간과 닮은 수준이 되어야 창작도 가능하다는 관점에서 나온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AI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최근 네이버의 움직임이 눈에 띄었습니다. 비단 요즘만의 이야기는 아니긴 한데요. 네이버는 2020년 AI 전담 조직(AI랩)을 구성하고, 올해 들어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AI 관련 사업에 상당히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단연 생성형 AI 모델입니다.
‘임진왜란아~ 엄마아빠가 깨우지 않아도 스스로 일어난 거야?’ 라며 엉뚱한 대답을 하던 시절의 AI 스피커, 호기심에 반려 가전으로 들였다가 기계 피규어가 된 분들은 저뿐만이 아닐 것 같은데요. 그때의 웃음기는 싹 빠지고, 클로바는 챗GPT의 대항마로서 하이퍼클로바X라는 이름으로 진화했습니다. 원래 상반기 출시 계획이었지만, 사내 베타테스트를 거쳐 올해 하반기에 출시가 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이를 바탕으로 검색화면도 개편되는 계획이 있고요.
검색서비스뿐만 아니라 광고 상품에도 AI가 활용됩니다. 클로바 AI의 분석을 바탕으로, 네이버 카페 내에서 해당 게시판의 주제에 맞는 광고를 노출하는 ‘커뮤니케이션 애드’가 지난 5월에 새로 출시되었거든요. 아직은 네이버 카페 내에서만 활용이 가능한 점, 기존 바이럴 광고 대비 효과성은 알 수 없지만 생각보다 촘촘하게 AI를 도입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네이버웹툰에도 예외가 아닙니다. 오히려 네이버웹툰은 이 변화를 받아들여 콘텐츠기업에서 테크기업으로 진화하려는 단계를 밟고 있습니다. 콘텐츠 유통의 성격이 강한 웹툰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기술을 사업에 활용하려고 하는 것인데요. AI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높아진 지금, 네이버웹툰은 의외로 뜨거운 감자가 되어있었습니다. AI 기술을 둘러싸고요.
네이버웹툰은 AI 기술 접목을 최근 몇 년간 준비해 왔습니다. 2020년 초 AI 스타트업 비닷두를 인수하고, 2021년에는 네이버웹툰 내에 AI 전담 조직을 신설했어요. 아이디어가 있으면 누구나 웹툰을 만들 수 있게 만들자는 것이 그 목적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자동 채색 서비스인 ‘웹툰 AI 페인터’, 웹툰 캐릭터로 얼굴을 바꿔주는 ‘웹툰미’, 불법 이용자 추적 시스템 등 다양한 방면에서 AI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웹툰 AI 페인터’는 웹툰 작가들을 포함한 많은 창작자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AI 기술을 활용한 웹툰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22일 업로드된 네이버의 신작 웹툰 《신과 함께 돌아온 기사왕님》에 대한 논란인데요. 해당 작품이 생성형 AI를 활용해 만들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입니다. 사람이 직접 그렸다기에는 구도와 선들이 다소 어색하고, 그림체가 컷마다 변하는 이질적인 요소들이 주로 지적되었습니다. 해당 작품을 제작한 ‘블루라인 스튜디오’에서는 해명문과 작업 이미지를 공개하며 생성형 AI의 이미지를 사용한 것이 아닌, 후보정 단계에서만 AI를 활용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이 나온 이후에도 이용자들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AI를 활용하는 창작자를 겨냥해 ‘딸깍이(마우스 클릭음을 나타내는 의성어에 빗댄 비하적 표현)’ 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반발이 심한 상황이에요. AI로 생성된 이미지의 저작권과 수익 문제도 아직 정립되지 않았는데, 정식 작품이 나오기까지 했으니 ‘양산형 웹툰’이 쏟아질 것에 대한 우려도 많습니다.
이에 더해 현재 진행 중인 ‘지상최대공모전’ 도 도마에 올라있습니다. 해당 공모전은 매년 네이버웹툰에서 운영하는 대표적인 웹툰 작가 공모전인데요. 신인 작가들의 등용문인 만큼, 많은 관심이 쏠리는 이번 공모전에는 ‘웹툰 크리에이터스’라는 플랫폼이 처음으로 도입되었다고 합니다. 출품작을 업로드 하려면 해당 플랫폼을 사용해야 하는데, 플랫폼 사용을 위해서 네이버웹툰 회원 가입 시 안내되는 저작권 관련 조항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논란이 시작될 무렵, 네이버웹툰 측에서는 출품 시 AI를 활용했더라도 저작권 침해가 없다면 출품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AI 웹툰 이슈와 겹쳐 출품 시 신진 작가들은 콘텐츠 제공에 동의를 할 수밖에 없고, 이는 AI 활용에 쓰일 것이라는 해석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네이버웹툰은 작가의 저작권을 우선으로 존중하며, 작품들을 AI 개발에 활용하려는 논의는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러나 여론이 점점 악화하며 네이버웹툰 측에서는 결국 본선 접수부터는 생성형 AI 활용을 금지하는 것으로 지침이 바뀌었습니다. 심사 기준상 독자의 반응이 본선 심사에 반영이 되기 때문에 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곤란할 겁니다. 오랫동안 AI 기술을 통한 수익화를 준비해 왔는데, 생각보다 이용자의 반응이 거센 상황이니까요. 사실 네이버웹툰에서 AI 기술 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드러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요.
네이버웹툰은 올해 중 경영적으로 중요한 이벤트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AI 기술은 네이버웹툰의 흑자 전환과 내년도 상장을 위한 중요한 도구가 되었어요. 광고상품으로의 확장까지도 논의가 되고 있고요. 그런데 작품 하나만으로도 논란의 중심이 되어버렸으니, AI와 웹툰의 공존은 당분간 가시밭길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이슈들이 일어날 것을 예지하기라도 한 듯, 지난 5월 초에는 국회에서 《디지털 시대의 웹툰 제작과 기술 포럼》이 개최되었습니다. 이 포럼에서는 AI와 콘텐츠 산업의 공존 방향을 주제로, 한국만화가협회 및 한국웹툰작가협회가 주관해 관련 발제가 이루어졌습니다.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간략하게 요약해 전달해 드리자면, AI를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과로에 시달리는 웹툰 작가들이 발전된 기술로 노동 시간을 덜 수 있다는 관점이 있었고요. 한편으로는 AI 기술을 저비용으로 활용하며 입지가 작은 만화가들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긍정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웹툰 작가들에게는 ‘디지털 어시’가 필요했는지도 모릅니다. 웹툰을 보다 보면 많은 작품들이 중간에 휴재를 거쳐 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주로 작가 건강상의 문제가 그 이유입니다.
《오디션》, 《좋아하면 울리는》 등의 작품을 만들어낸 천계영 작가 또한 건강상의 문제로 기술을 활용해 웹툰 작업을 하게 된 것은 유명합니다. 3D 모델링과 음성인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렇게 보면 AI도 충분히 작가들이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공포의 외인구단》, 《만화 삼국지》의 이현세 작가는 만화 출판사인 ‘재담미디어’와 협업하여 본인의 그림체를 AI에 학습시키는 작업을 위한 기술개발 협약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작가가 직접 AI 활용을 주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게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일반 창작자들의 저작권 입지는 여전히 불안하고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행한 《2022년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보고서》에도 AI의 영향에 대한 관련 내용이 기술(p.154)되어 있습니다. 특히 동의 없이 인공지능의 학습에 작품이 활용되는 것에 대한 문제가 앞으로도 꾸준히 화두가 될 것으로 보여요.
사실, 여기서부터는 산업 내에서의 합의와 정책 연구가 함께 병행되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플랫폼이 가이드를 명확하게 세워야 하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고요. 독자의 인식은 플랫폼의 대처 방식과도 연결이 되어있습니다. 작가에 대한 존중이 이루어지지 않는 플랫폼의 작품들을 독자들이 애정을 가지고 보기는 힘들 테니까요.
독자는 웹툰을 ‘봅니다’. 사실, 수작업으로 진행되었다고 해도 특정 작품에 대한 작화 논란은 언제나 존재해 왔어요. 만화를 보는 사람은 작품이 AI로 작업 되었는지 밝히지 않으면 쉽게 알 수 없습니다. (독자뿐만 아니라, 편집부나 담당 웹툰 PD도 비슷할 겁니다) 이번 네이버 신작과 관련한 논란은 ‘성의 없는 부분들’이 발견되어 티가 났다고 하지만, 만약 그런 부분까지 완벽히 보완되었다면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작품의 어디까지 AI가 활용되었는지, 그것을 작가가 밝힐 의무가 있는지, 그리고 플랫폼이 그것을 독자에게 반드시 고지해야 하는지는 아직 생각해볼거리가 많은 문제입니다. 저작권이 해결되었다고 하면, 독자들은 그래도 ‘수작업으로 보이는’ 작품을 더 선호하게 될지도 아직은 모를 일이고요.
저는 아직도 ‘종이 만화’의 펜선과 질감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많은 작가들은 디지털로도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에, 독자가 작가의 도구를 따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저 스스로도 아직 확답을 내리지 못했어요. 만화도 그래픽 예술의 영역이다 보니, 그저 보기에 좋으면 된 것 아닌가 싶다가도 누군가의 저작권이 훼손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이젠 정말 AI가 미래 기술이 아니라 현실이 되었다는 걸 이렇게 깨닫는 요즘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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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나나>의 코멘트
유튜브를 열어서 스크롤을 내리다가, 구구절절한 제목들 사이에 뜬금없는 [사랑해~~] 라는 제목과 귀여운 썸네일이 눈길을 끌어 클릭해보게 되었어요. 그런데 웬걸,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플레이리스트가 저를 반겨주네요! 채널을 훑어보다 자연스럽게 구독까지 하고, 여러분에게도 스을쩍 소개드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