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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달 Aug 23. 2024

사는 게 재미없으면 그만 살아도 되지 않을까

내가 글을 쓰는 이유

게으름을 비집고 글이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은 
내가 정말로 힘들 때인 것 같다.

그러니까 그동안 브런치 서랍에 끄적여놓은 글들이 이렇게나 우울한 거겠지-


아마도 2020년 쯤 써 놓았을 자기소개에 '사는 게 재미없어 글이라도 쓴다.'라고 적혀있다.

그때도 나는, 사는 게 재미없었나 보다.


사는 게 재미없으면 그만 살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들때면

정신을 붙들어 본다.


좋은 일이 있겠지. 그래도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보다는 낫겠지.


그렇게 꾸역꾸역 이른 아침 나를 일으키고

일정을 만들어 외출을 한다.

그리고 우울한 기분이 들 때면 어디든 글을 써본다.


한없이 가라앉아 우울의 바닥에 들러붙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를 휘휘 저어본다.




재미없는 일상 속에 그래도 L이 있었다. 그가 있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조금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지난해부터 다시 종종 재미있는 게 없다고 중얼거렸고- 올해는 사랑하던 L조차 나를 떠나갔다.

그가 있어서 그래도 웃을 수 있었는데 

내가 일상을 살아가려 아등바등하는 동안

그는 내게 지쳤다고 했다.


잘 모르겠다.

내가 변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어느 날 그가 변해있었다.


나는 만신창이다.

더없이 만신창이다.


사실은 아주아주 슬프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글 똥 누기'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슬퍼서 글을 써보려고 한다.

내 감정을 이렇게라도 배설하지 않으면

나는 지금 나를 너무 감당하기 어려우므로-


나를 아는 누군가 내 글을 보게 될까 겁나지만

언젠가 L이 내 글들을 발견하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그때의 나는, 

나를 떠나고 한결 가벼워 보이는 L보다 

훨씬 더 산뜻한 사람이 되어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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