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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달 Aug 25. 2024

전학 간 연인

그러게. 이제 연락도 안 하는 그 애가 뭐가 좋다고.

  며칠 전부터 정이는 쉬는 시간이면 내 주변을 얼쩡거린다. 어딘가 할 말 있는 표정으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곤 하는데, 나는 사실 그 모습을 제법 귀여워하는 편이다.


"정아, 왜?" 물으면

"심심해요."라고 대답하곤 한다.


"다른 친구랑 놀아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하고는 보드게임을 하는 친구를 소개해주거나, 

"얘들아 정이가 심심하대~"라고 친구들에게 말해보기도 했다. 아이들도 정이를 귀여워하는 편이라 너도나도 "정아 나랑 놀자~ 이리 와~"라고 이야기하며 달려온다.


그래도 정이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쉬는 시간마다 내게 찾아온다.


정이의 손을 꼭 잡으며 선생님은 쉬는 시간에 수업준비도 하고 숙제 검사도 하고 친구들 이야기도 들어줘야 해서 정이랑 놀아줄 수 없다고 이야기했더니 슬픈 표정이다.


"윤이랑 놀아보는 건 어때?"라고 물었더니

"윤이랑 놀면 재미없는걸요."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윤이한테 들리면 안 되니까.


"그럼 정이는 누구랑 놀고 싶어?"

"율이요..."


율이는 한 달 전에 전학 간 친구다.

율이가 전학 가기 전날, 하루종일 울상이던 정이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지만 율이는 전학 갔는 걸. 율이한테 전화해 봤어?"

"네. 그런데 이제는 연락을 잘 안 받아요."


우리가 율이 이야기를 하는 걸 들었는지 여기저기서 율이의 옛 친구들이 끼어든다.

"선생님, 이제 율이 카톡도 잘 안 읽어요."

"저도요! 제가 전화해도 잘 안 받아요."


수업이 시작되자 정이는 자리로 돌아갔고

주변에서 율이와 친했던 친구들이 정이를 위로하는 소리가 들렸다.


"야, 연락도 안 하는 애가 뭐가 좋다고."

그렇게 이야기하는 친구들의 표정에는 정이에 대한 걱정이 아른거린다.


율이는 참하고 다정해서 친구들 사이에서 제법 인기가 있었다.

율이는 율이의 사정이 있겠지만서도 

율이가 그리워서 한동안 연락했을, 때는 율이의 단짝이었던 친구들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그리고 아직도 율이를 잊지 못하는 정이의 마음도 알 것 같다.


그러게, 이제 연락도 안 하는 그 애가 뭐가 좋다고.


어른인 나와 아이들의 머릿속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 

나는 정이에게 공감하고 아이들의 목소리에 위로받는다.


나에게 헤어지자 말한 그 애도 전학 갔나 보다.

나는 아직도 애틋한데 소식도 없고 답장도 없다.


그러게, 이제 연락도 안 하는 그 애가 뭐가 좋다고- 나는 이렇게 매일을 울고 있는가.


2024.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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