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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달 Sep 26. 2024

네가 잘 지내고 있다고 믿어

사랑스러운 너의 안부

  이수는 우리 반에서 몸집이 가장 작다.


  부끄러움이 많아 선생님에게 의사를 표현할 때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도리 도리 고개를 젓거나 단어로 말을 한다. 혹은 빼꼼 무엇인가를 내밀어 의사를 표현하기도 한다.


"화장실..." 이런 느낌이랄까.



  학기 초 상담에서 어머님은 수줍음이 많아 교실 적응을 걱정하셨는데, 나에게만 말이 없을 뿐... 친구들 사이에서는 엄청난 수다쟁이라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 오히려 누구랑 앉혀도 세상 제일 친한 친구처럼 수업 시간에 이야기를 나누는 탓에 자리 뽑기에 신경 쓰게 되는 친구 중 한 명이다. 친구들과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꼭 아기새 같다.



  오늘 이수는 처음으로 마스크를 벗고 등교했다. 마스크를 벗으니 그동안 몰랐던 이수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수업 시간에 친구들 발표를 듣고 배시시 미소를 짓거나 목소리가 작은 친구의 발표를 듣기 위해 귀에 손을 가져다 대고 몸을 기울이는 그 애의 귀여운 몸집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오늘, 이수는 2학년 들어오고 처음으로 국어시간에 손을 번쩍 들어 스스로 발표를 했다. 내용을 제쳐두고 발표했다는 사실이 기특해서 무한 칭찬을 해주었더니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 보인다.


  수학 연산 단원 평가에서 5점을 받은 것이 이내 마음에 걸리고 받아쓰기 점수가 계속 낮아지는 것 같아 걱정이지만, 그래도 너에게는 받아쓰기 시험지에 매번 다정한 말을 적어주는 엄마와 교내 노래자랑에서 함께 노래를 불러주는 화목한 가정이 있으니 다정하게 잘 자랄 거라고 믿는다.



  내게 말을 잘하지 않으니 '학교 생활은 재미있는지', '공부가 너무 힘든 건 아닌지' 걱정이 많았는데 오늘 이수의 표정을 보니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네가 잘 지내고 있다고 믿어.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을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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