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내게 괜찮나고 묻는다. 내가 괜찮으면서도 괜찮지 않다는 사실을 어떻게 한 두 마디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이야기는 나의 괜찮음과 괜찮지 않음 사이의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의 나열이다.
괜찮지가 않다.
마음이 답답할 때면 어딘가 글을 쓰곤 했다. 그렇게 쏟아내고 나면 내 마음이 조금 정리되고 기분이 개운해졌다.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 이별하고, 브런치에 뭐라도 써보고 싶어 들어왔다가 2020년쯤 방황하던 시절 이리저리 흩어놓은 글들을 다시 읽어보았다. 그때도 지금과 다르지 않은 우리 관계에 대해 나는 아파했고 마음을 덜어내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정말로 그와 헤어졌다.
"그래서 지금 헤어지자는 거야?"그 애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응"이라고 대답했다.
그날에 닿기까지 지난 몇 달간 내 머릿속은 딱 그때. 2020년에 글을 썼던 내 머릿속과 소름 돋을 만큼 닮아 있었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세월이 쌓인 시간만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너무 사랑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이별의 준비'라는 제목의 그 글에는 헤어지기 위해 내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쓰여있었다.
1. 타인이 나의 행복을 좌지우지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자각할 것
2. 네가 없는 내 삶을 그렸을 때, 괜찮다는 확신이 들 것
3. 나의 행복과 너의 행복을 온전히 빌어줄 수 있을 것
나는 아직 네가 없어도 괜찮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내 행복은 아마도 아직 너에게 기대어 있다.
너의 행복을 온전하게 빌어줄 수가 없다.
네가 나보다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으면, 아니 다른 사랑을 하지 못했으면 좋겠다.
내가 없어도 괜찮다는 확신이. 너는 들었던 걸까?
그는 내가 지금까지 살아가면서 세상에서 누구보다 사랑했던 '타인'이었다.
내가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게 쉬울 리가 없다.
나는 괜찮지 않다. 시간이 약이라고, 세월이 흐르면 잊힐 거라고 사람들이 이야기하지만, 그게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동안 뭐라도 해보려고 글을 쓰려고 한다. 이 이야기가 '나는 이제 정말로 괜찮다.'로 끝맺음할 수 있을 거라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