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캔버슬릭 Jun 04. 2023

책은 비판적으로 읽어야죠. [4]

아니라고 생각할 때 근거가 있다면 논리적입니다.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나요?

 책을 어떻게 읽는지 알려달라고 하면 사람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책을 읽는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그 중에서도 공통적인 부분이 나타난다. 글자를 씹어먹을 거같이 하나하나 신중하게 읽는다. 속도는 천천히 느리지만 정확하게 읽어나간다. 어떤 이는 책을 설렁설렁 넘겨서 본다. 읽는 둥 마는 둥 시원찮게 넘겨버린다. 건성으로 읽는 것 같다. 그리고 어떤 이는 집중해서 책을 보는 거 같은데 속도가 매우 빠르다. 진짜 저 시간에 어떻게 다 읽었는지 신기할 정도로 빠르게 넘긴다. 그리고 특이하게 챕터를 거꾸로 내려오면서 읽는다고 말하는 사람도있다. 결말 부분부터 읽는 것이다. 사실 이유는 모르겠다.


 이상해 보일지 몰라도 사람마다 책 읽는 방법은 아주 다양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책 읽는 방법을 배우는 게 드물다. 알려주는 사람이 극히 드문데 거기에 책을 읽는 사람도 드물다. 그래서 책을 어떻게 읽는지 묻는 질문이 많다. 그럼 어떻게 읽어보셨는지 물으면 정독을 한다고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며 졸리고 힘들다고 한다. 대충대충 읽어본 적 있느냐고 물어보면 없다고 답한다.


 책을 읽는 방법 중 정독만이 책을 읽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하면서 읽어야 내용이 이해가 될 거 같기만 하다. 그래서 처음부터 책을 읽기 시작하는데 한참 읽다보면면 100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뒤는 나중에 읽기 위해 보관해 둔다. 지루함이 먼저 다가오는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책을 구매한 목적으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너무나도 빨리 만나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예를 들어 책 제목에 이끌려서 자기 개발서를 골랐다. 첫 이야기부터 차근차근 읽어간다. 나이가 들면서 어떠한 생각과 행동으로 사는 게 삶에 도움이 되는지 알려준다. 그러나 책을 읽기 시작한 지 10분 20분 30분이 지났는데도 그 방법 중 한 가지만 이야기를 하고 있다. 뒤에 몇 가지 이야기를 더 들어야 할지 모르지만 내용이 아주 좋은 내용임에도 1시간을 읽어야 두세 가지 정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여기서 책 읽기의 지루함이 시작된다.


 집중해서 책을 읽는 것은 누구나 다 익숙하다.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고 다음 이야기도 예상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럼에도 내가 알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전부 듣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스스로가 느끼기 시작하는 단계에 접어들 때쯤 눈꺼풀은 무거워지고 글을 읽고 있는데 내용은 즉각 소멸한다. 잔소리 마냥 좋은 이야기지만 내가 그걸 듣는데 너무 힘든 것이다.


 그럴 것이 하나의 소재를 이야기할 때는 믿도 끝도 없이 결과만 도출해내지 않는다. 책은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인간의 인지 과정을 설명하고 과거에 왜 그랬는지 다른 사람들과 차이를 비교하며 이해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한다. 이 설명에서 지루함을 느끼고 독해능력을 상실한다. 대부분의 책들이 다 그렇다. 책은 독자가 잘 모르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역할이 있다. 모르는 이야기를 타인에게 설명하려면 이해를 시켜야 하는데 책마다 보충설명의 분량이 다르고 그 설명이 전문적 배경지식이 있어야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설명일 수도 있어서 책의 작가마다 사용하는 단어 수준이나 구조가 다른 것이다.


 이러다 보니 책을 선택하는 것조차 쉽지 않고 추천을 받아도 자신의 이해도를 고려하지 않았기에 자신에게 좋은 책이 아닐 수도 있다. 많이 팔린다는 종의 기원을 한번 들쳐보면 단번에 느낄 수 있다. 분명 쉽게 설명한다고 했을 거 같지만 생물학적 기초지식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보충 설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책은 작가가 원하는 핵심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내용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고도의 인내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우리는 책에 어려움을 느낀다. 오랜 시간을 독서에 할애해야 하는 정독은 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하기에는 참으로 고된 길이다.


 하나의 방법론으로 책의 흐름을 먼저 이해하고 읽어나가는 방법이 있다. 핵심 내용과 보충설명을 분리시키는 방법은 책의 구조를 먼저 이해하는 과정을 먼저 선행하고 이후에 정독을 진행하는데 책을 읽는 과정에서 중심 내용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간단하게 훑어보기만 하고 그냥 넘어간다. 정독은 책의 순서를 지켜서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방법인데 어느 정도의 이해가 된 부분이라면 다음 내용이 나올 때까지 넘겨버리면서 책의 많은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다. 언어 구조적으로 설명과 결론이 생기기 마련이고 이를 구분해서 책을 읽어본다면 또 다른 책 읽기 습관이 된다. 읽기에 부담이 없는 책은 도입부에 논리나 주장을 한번 설명하고 다음 챕터부터 그 사례를 하나씩 들어주는 경우이다. 레이 커즈와일 ‘특이점이 온다’를 대상으로 테스트해 보면 알 수 있다.


 책이란 것을 처음 접한 첫 번째 힘든 시기가 정독으로 책을 쉽게 정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책을 하루에 한 권 읽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면 시간이 많은 사람이구나 하며 괜스레 환경을 탓하기도 한다. 하루에 2시간을 책 읽기에 사용한다고 해도 그 책을 다 읽고 이해하는데 어려운 것이 정독이라서 이 방법으로 흥미를 가지지 못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스스로 좌절하게 된다. 책을 읽는 습관을 가지겠다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면 다양한 방법을 찾아보고 시도하면서 자신의 방법을 찾겠지만 정말 시간이 부족하거나 다양한 이유로 이 방법 저 방법을 시도하기 힘든 환경이라면 책을 읽겠다는 의지가 꺾이게 된다.


 그래서 정독에 앞서 핵심 내용이 어디에 있는지 먼저 찾아내서 읽어보면 그 책의 보충설명을 읽어봐야겠다는 호기심이 발동할 수 있다. 그 호기심은 책을 처음 골랐을 때 느꼈던 호기심이나 궁금함였고 작가가 말하는 이야기의 논리나 그 배경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처음 책을 사면 그냥 대충대충 읽어보는 것이 좋다. 한 페이지 넘기는데 5초도 안 걸리게 그냥 넘겨버린다. 소제목을 읽어서 내용을 예측하기도 하고 본문에 나오는 단어나 문단의 후미를 읽어보면서 간략하게 예상하며 흘러간다.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흐름을 이해하고 나면 어디가 이야기의 전환인지 어디가 보충설명인지 대략 느낌적인 느낌이 온다.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훑어보는 단계를 거쳐본다. 800페이지의 책 한 권에 어떠한 풀이 과정이 있는지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이 책의 작가가 우리에게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2가지임을 알 수 있다. 오랜 연구 끝에 세워진 하나의 이론이며, 이러한 이론이 미래에 어떤 세상을 만들어갈지 예측하게 해주는 것이다. 이런 구조의 형식은 아주 무수히 많은 보충설명이 담겨있다. 대략 500페이지가량 말이다. 하나의 이론이 어찌 몇 페이지로 설명이 되겠는가. 논문을 책으로 펴내서 대중에게 알리는 형태이다. - 특이점이 온다-.

 

 또 다른 책을 받아 들었다. 아주 빠른 속도로 읽어보면 계속적인 역사의 이야기를 하면서 각 대륙이나 나라의 변천사를 이야기한다. 정독을 해보면서 이 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내용이 서사적이며 결과가 다시 원인이 되는 구조를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각각의 일들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면서 다른 일을 만들어내는 내용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이러한 모습을 나타내기까지 어떠한 원인을 가졌는지 그리고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가진 책이다. - 총 균 쇠-.


 책의 흐름을 간략하게나마 알고 시작하면 지금 읽고 있는 부분이 주인지 종인지 구분하여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그것이 책을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는 접근 방법 중 하나이다. 작가는 친절하지만 책은 친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 정독은 힘드니 흐름을 파악하라는 요점 하나에 여러 가지 설명을 덧붙여 잔소리처럼 늘어뜨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접하다 보면 흥미로워서 구매했는데 읽어보니 이해가 안 되는 책이 있는데 이런 책은 과감히 책장에 넣어두고 책장을 채워나가는 게 좋다. 약간은 어려운 내용이 나에게 도움이 된다. 책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그 분야에 기초 배경지식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 책의 작가는 어느 정도 수준의 지식이 있는 독자를 상대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책을 읽고자 한다면 속독을 여러 번 반복하여 전체 내용이 조금 익숙해지면 자주 나오는 내용을 검색하여 지식을 쌓으며 책을 보면 된다. 그리고 이렇게 어려운 책은 정독을 통해서 하나씩 이해해 나가면서 읽는 것이 좋다.


 어려운 책이라는 것이 ARM CPU 아키텍처와 같은 아주 전문적인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작가가 의도했던 아니던 독자가 어렵게 느껴지는 책을 말하는데 이러한 책들은 대부분 한번 읽어본 책이나 관련 내용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흥미 있게 배우고자 했던 내용을 좀 더 심층적으로 다룬 책을 이야기한다. 철학적인 고민을 시작하면서 책의 내용이 더 어려워지게 되면 좋든 싫든 그냥 정독해야 한다. 개론서와 심층분석서는 같은 주제를 중복으로 다루지만 그 깊이나 미묘함 때문에 어려워지는 것이다.


 결국 처음부터 쉽게 쉽게 읽어나가면서 몇 시간 동안 흥미를 가지고 책을 읽고 있는 날이 온다면 이제 독서에 익숙해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냐는 질문에 답은 저자의 이야기가 들리는 방법을 찾아서 읽으라고 말하는 게 맞는 거 같다.


 인스타그램의 마케팅을 하는 방법을 독자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쓴 책이라면 그 방법을 왜 추천하는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 실제 사례는 어떤지 그리고 진짜 중요한 핵심은 무엇인지 설명하는 구조일 것이다. 그럼 저자가 무엇을 말하는지만 이해하면 된다. 실제 사례에 호기심이 있다면 그 부분을 정독하면 된다. 책을 대충 읽고 다 이해했다고 말하는 가벼운 행동을 조심해야 하지만 작가와 내가 대화를 하는 이상한 상황이 생긴다면 아주 훌륭한 방법을 찾은 것이다.


저자의 글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면 보다 흥미로운 책 읽기가 가능하다. 일단 무슨 이야기가 나오든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글을 읽어보면 된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혼자 구시렁거리면서 말이다. 그렇게 읽다 보면 저자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더 늘어놓을지 궁금해지며 어떤 근거를 가지고 와서 주장을 뒷받침하려고 하는지 매의 심장으로 분석하게 된다. 그러다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면 흠칫 놀라게 되겠지만 말이다. 그럼 그때부터 시간은 삭제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늘 그래왔듯이 비판적으로 책을 읽으면 세상에 놀라운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는 걸 부끄러울 정도로 많이 느낀다. 칸트가 왜 위대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며 장 보드리야르의 생각에 매료되며 비트겐슈타인 이름만 들어도 설레게 되는 것이다. 철학뿐만 아니라 미술, 역사, 과학, 종교, 건축, 취미, 경제 등등 모든 것이 비판적 사고로 책을 바라보면 인정할 건 바로 인정하지만 아니다 싶으면 왜 아닌지 근거를 혼자 되뇌게 된다. 책을 통해서 나의 가치관이 적립되는 과정이 여기서 찾아오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책 속에서 다음 읽을 책을 고릅니다.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