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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pitalEDGE Dec 10. 2024

설립과 동시에 1조원? 2024 벤처투자의 새로운 공식

AI 스타트업 투자의 규칙이 변하고 있다

2024년 글로벌 벤처 투자 - AI, AI, AI


2024년 글로벌 벤처 투자는 한 마디로 AI로 시작해 AI로 끝을 맺는 한 해가 될 전망입니다. 글로벌 벤처 투자 시장이 3년 전 최고점에 비해 크게 위축된 가운데, AI 분야만이 유독 뜨거운 투자 열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크런치베이스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미국 스타트업 투자의 35%가 AI 관련 기업들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100억 달러 투자를 유치했던 2023년의 기록마저 뛰어넘은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올해 AI 분야의 대규모 투자를 주도한 것은 일론 머스크의 xAI가 5월에 유치한 60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비롯한 10억 달러 이상의 메가 라운드들입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AI 투자가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픈AI나 앤트로픽과 같은 기초 AI 기술 개발 기업들뿐만 아니라, 이메일 보안, 항공 여행 산업, 헬스케어 등 특정 산업 분야에 AI를 적용하는 기업들도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2024년 주요 AI 스타트업 펀딩 규모


특히 올해 AI 스타트업 관련 투자에서는 새로운 트렌드도 눈에 띕니다. 바로 시작부터 수천억 원을 투자 받고 조 단위 기업가치로 사업을 시작하는 곳들입니다. AI 시대, 과거 시리얼을 팔며 사업을 이어가던 에어비앤비와 같은 '언더독' 스타트업은 이제 종말을 고하는 것일까요? 



설립과 동시에 유니콘이 된 AI 스타트업들


1️⃣ 세이프 슈퍼인텔리전스 (Safe Superintelligence)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오픈AI의 공동창업자이자 수석 과학자였던 일리야 서스케버의 새로운 스타트업 세이프 슈퍼인텔리전스 (Safe Superintelligence, SSI)입니다. 올해 6월 오픈AI를 떠난 일리야는 7월 SSI를 설립, 9월 곧바로 1.4조 원 ($1Bn) 규모의 시리즈 A 라운드 유치를 완료합니다. 실질적으로 법인을 설립하고 계약서를 작성하는데 걸린 시간입니다. 


최근 가장 활발한 AI 분야 초기 투자자로 자리매김한 다니엘 그로스 (Daniel Gross)가 CEO를 맡았으며 오픈AI 연구원 출신의 다니엘 레비가 공동창업자로 참여한 SSI는  안데르센호로위츠, 세콰이어캐피탈, DST글로벌을 소위 발기인 투자자 (Founding Investor)로 확보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보였습니다.

(왼쪽부터) 다니엘 그로스, 일리야 서스케버, 다니엘 레비

SSI는 인간 지능을 뛰어넘는 수준의 안전한 초지능 AI 시스템 개발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기존 AI 개발의 스케일링 가설을 넘어선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하고, AGI(인공일반지능) 개발 과정에서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등 인류에게 진정으로 유익한 AI 시대를 열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 시에라 (Sierra)


세일즈포스의 공동CEO였던 브렛 테일러 (Bret Talyor)의 시에라 (Sierra) 또한 주목받는 스타트업입니다. 현재 오픈AI의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는 브렛은 2023년 5월 세일즈포스를 떠나 구글에서 18년간 근무했던 임원 클레이 베이버 (Clay Bavor)와 함께 AI 스타트업 시에라 (Sierra)를 설립합니다.


시에라(Sierra)는 2024년 2월 세콰이어캐피탈과 벤치마크가 공동 주도한 투자 라운드에서 1,500억 원 ($110Mn)을 유치, 곧바로 유니콘에 등극하였으며 지난달에는 그린옥스 캐피털이 주도하고 아이코닉(ICONIQ), 쓰라이브 캐피탈 등이 참여한 2,400억 원 ($175Mn) 규모의 추가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는 6.3조 원 ($4.5Bn) 까지 수직 상승했습니다.

브렛 테일러(왼쪽)와 클레이 베이버

시에라는 기업용 대화형 AI 플랫폼을 개발하는 회사로, WeightWatchers와 Sirius XM 등 유수의 기업들에게 AI 기반 고객 서비스 챗봇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에라의 AI 에이전트는 기업의 내부 시스템과 연동하여 고객을 대신해 실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어, 단순한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넘어 실질적인 업무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3️⃣ /dev/agents


지난주에는 설립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AI 스타트업 /dev/agents가 800억 원 규모의 시드라운드를 완료하였습니다. 공동창업자는 구글 엔지니어 출신으로 2018년부터 6년간 스트라이프의 CTO를 맡아온 데이비드 싱글턴 (David Singleton)입니다. 


구글 안드로이드 개발 초기 멤버들이 공동창업자로 합류한 /dev/agents는 인덱스 벤처스와 알파벳의 캐피탈G가 투자를 공동으로 주도하며 7천억 원 ($500Mn) 기업가치를 책정하였습니다. 또한 오픈AI 공동창업자 안드레이 카파시, 스케일AI CEO 알렉산더 왕 등 유명 기술 리더들도 공동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dev/agents 사업 개요

/dev/agents는 AI 에이전트들을 위한 새로운 운영체제 개발을 목표로 합니다. 이 클라우드 기반 OS는 여러 기기에서 작동하며 생성형 AI를 활용해 개인화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회사는 2025년 초중반까지 첫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며, 수익 모델로는 안드로이드와 유사하게 플랫폼 내 거래 수수료나 구독료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AI 에이전트들이 호텔 예약, 항공권 구매 등 복잡한 업무를 자율적으로 처리하고 서로 협업할 수 있도록 하는 표준 도구와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단지 유명세? 핵심은 인재 밀도 (Talent Density)


그렇다면 왜 벤처캐피털들은 설립된 지 한두 달도 안 된 스타트업에 수천억 원씩 투자하는 것일까요? 1억을 투자하든 1조를 투자하든, 제품 출시 전(Pre-Product) 단계의 스타트업 투자는 모두 프리시드(Pre-Seed)로 분류됩니다. 프리시드 단계에서 투자자들이 평가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창업자와 팀의 역량, 그리고 사업 계획이 전부라는 점에서, 이러한 대규모 초기 투자의 핵심에는 결국 '사람'에 대한 베팅이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프리시드 단계에서 $5M 이상 조달한 기업은 전체 중 상위 4%에 해당


인덱스벤처스가 /dev/agents 투자를 리드하며 공개한 글을 보면 이러한 프레임워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을 GPT-4o로 분석하면, 창업팀에 대한 설명이 3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다음으로 사업 비전 29%, 투자자와 창업자의 오랜 관계 26%, 그리고 채용 계획 등 기타 내용 8% 순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실상 창업자와 팀에 관한 내용이 60%를 넘는다는 뜻입니다.


일견 비정상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러한 투자 결정의 핵심에는 '인재 밀도'에 대한 투자자들의 강력한 확신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SSI의 일리야 서스케버, 시에라의 브렛 테일러, /dev/agents의 데이비드 싱글턴 등은 모두 AI 업계에서 최고 수준의 전문성과 실력을 인정받고 있거나 백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가진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C레벨로 근무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력서가 곧 기업가치가 되는 것입니다. 


AI 시대 Talent Density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투자할 만한 스타트업 수는 줄어들 것


특히 AI 분야에서는 "최고의 인재가 또 다른 최고의 인재를 영입한다"라는 공식이 더욱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가진 인재 네트워크와 초고속 성장 기업을 일궈낸 경험은 물론, 혹시라도 사업이 의도한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더라도 빅테크 기업들이 인재 확보를 위해 투자금 이상의 금액을 지불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기에, 벤처캐피탈들은 이례적으로 보이는 초기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AI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탈 VC는?


AI 스타트업 생태계가 빠르게 양극화되고 있습니다. 오픈AI, 앤트로픽, xAI, SSI와 같은 초대형 스타트업들이 조 단위 자금을 유치하며 기반 시스템과 플랫폼을 구축하는 한편, 그 위에서 소규모 스타트업들이 외부 투자 없이 부트스트랩 방식으로 특화된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형태로 시장이 재편되는 모습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들에게 새로운 도전과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수천억 원 규모의 시드 라운드에 참여하기 위해 경쟁할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언더독' 이론을 믿고 주목받지 못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데모데이를 찾아다닐 것인가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AI 시대에 더 이상 전통적인 제품-시장 적합성이나 초기 매출만으로는 투자 가치를 판단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입니다. 벤처캐피탈들은 창업자의 경력과 창업자 네트워크의 인재 밀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초기 투자 방정식이 필요한 시대가 이미 시작된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지난주 글로벌 테크 + 투자 뉴스


일론 머스크가 오픈AI 및 공동 창업자,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를 대상으로 예비 금지명령을 요청하며, 부당 경쟁 행위 혐의를 제기했습니다. 이는 오픈AI의 경쟁사에 대한 투자 제한, 부당 정보 활용, 비영리 기구 전환 및 핵심 자산 이전 등 광범위한 이슈에 대한 전방위 소송을 예고합니다.  (원문 보기)

[2024.03] 머스크의 오픈AI 소송, 왜 지금일까?



쉴드 AI(Shield AI)가 팔란티어(Palantir)와의 협력을 확대하며, GPS 및 통신이 제한된 환경에서도 자율 시스템의 지휘 통제 기능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이 협력은 팔란티어의 제조 운영체제 워프 스피드(Warp Speed)를 활용해 군인과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AI 기반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원문 보기)

[2024.09] Deep Dive - 쉴드AI (Shield AI)



서비스타이탄(ServiceTitan)이 최대 $5.2 Bn 기업가치를 목표로 투자자 대상 로드쇼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52- 57달러 범위에서 수요예측을 진행하며 공모가 상단을 기준으로 총 $520Mn의 자금 조달이 예상됩니다. 공모가 확정일은 12월 11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원문 보기)

[2024.11] Deep Dive - 서비스타이탄 (ServiceTitan)






본 글은 테크 뉴스의 행간을 읽어주는 주간 비즈니스 뉴스레터 CapitalEDGE에서 12월 1주 차에 발송한 내용입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면 매주 발행되는 WeeklyEDGE를 이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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