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WeeklyEDGE

현피 직전의 두 벤처캐피탈

이제는 유치함이 뉴노멀인 실리콘밸리

by CapitalEDGE

벤치마크 vs 파운더스펀드: X에서 벌어진 설전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탈 두 곳, 벤치마크캐피탈과 파운더스펀드의 파트너들이 최근 소셜미디어 X 상에서 유치한 설전을 벌이며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주 스마트 매트리스 스타트업 에잇슬립의 신규 투자 라운드 소식이었습니다.


뉴욕 소재 스타트업인 에잇슬립은 기존 투자자인 파운더스펀드와 함께 HSG라는 생소한 투자자의 리드 투자자로 총 1억 달러의 시리즈 D 라운드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HSG가 과거 세콰이어캐피탈차이나였던 중국계 VC인 홍샨캐피탈(HongShan)이 중국 외 지역 투자 시 이름을 숨기기 위해 사용한 이니셜이었던 것이죠.


https%3A%2F%2Fsubstack-post-media.s3.amazonaws.com%2Fpublic%2Fimages%2F1db9c89f-6707-45fa-b99b-5fa5726d3155_1164x1305.png


체탄은 후속 트윗을 통해 파운더스펀드가 지난 5월 CALT의 홍콩 IPO에 JP모건과 BoA가 주간사로 참여한 것도 ‘이적 행위’라며 마구잡이 비난을 쏟아부었는데 정작 자신들은 미국 소비자들의 수면 데이터를 다루는 기업이 세콰이어가 관계까지 끊어낸 중국 투자자를 리드로 받아들이는 것은 문제없다고 하는 건 이중 잣대라고 지적한 것이죠.


파운더스펀드 측도 즉각 응수했습니다. 파트너인 델리안 아스파라우호브는 정작 논란의 핵심이 된 중국 자본 문제에는 직접 답하지 않은 채, 벤치마크의 과거 행적을 공격하는 레퍼토리로 맞받아쳤습니다.


파운더스펀드는 창업자 친화적 펀드이기에, 창업자가 원한다면 어떤 선택이든 지지해준다. 우리는 누구처럼 창업자의 모친상이 끝나자마자 회사에서 물러나라고 압박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

델리안, 파운더스펀드


https%3A%2F%2Fsubstack-post-media.s3.amazonaws.com%2Fpublic%2Fimages%2F9c6b5486-f4c4-45c0-87b2-8aece9021922_1180x664.png


이는 2017년 우버 사태를 빗댄 것으로, 당시 벤치마크의 파트너 빌 걸리가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을 그의 어머니 장례 직후에 CEO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압박한 일을 가리킨 것이었습니다.


이런 유치한 논쟁을 시작한 것은 파운더스펀드의 델리안이란 인물입니다. X에서는 꾸준히 트럼프 정부를 찬양하고 실리콘밸리 인사들을 비난하는 인물로 유명합니다. 이번 X 설전 또한 지난 5월 파운더스펀드가 벤치마크의 마누스AI 투자를 직격한 것이 그 시발점이었습니다.



파운더스펀드가 쏘아 올린 反중국 프로파간다


이번 벤치마크-파운더스펀드 설전의 이면에는 중국에 대한 두 벤처캐피탈의 현저한 시각차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파운더스펀드 측은 그동안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이 중국과 얽히는 것에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반면 벤치마크는 ‘실리콘밸리는 워싱턴과 멀어질수록 발전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중국에 대해서도 알건 알아야 한다는 실용적인 입장을 취합니다.



이러한 견해 차이는 지난 4월 불거진 마누스AI 사건에서 극명히 드러났습니다. 마누스AI는 중국 출신 기술인들이 창업한 AI 에이전트 스타트업인데, 벤치마크가 이 회사의 7,500만 달러 라운드를 주도한 사실이 알려졌죠. 미국 정부도 해당 투자에 대해 공식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는 보도가 이어지며 이제는 벤처캐피탈의 개별 딜까지 관여하는 달라진 미국 정부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 사건입니다.


https%3A%2F%2Fsubstack-post-media.s3.amazonaws.com%2Fpublic%2Fimages%2F9ea58c68-c321-4ecc-a532-22a692909351_1169x809.png


특히 무엇보다도 관심을 끈 것은 파운더스펀드의 파트너인 델리안의 공개적인 비난이었습니다. 델리안은 X에 "왜 적에게 투자하나, 이런 행위는 결국 적국을 돕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취지로 벤치마크를 맹비난했습니다. 그는 "1972년에 우리가 소련 우주개발을 도운 적이 있는가? 2025년에 중국의 AI 경쟁을 왜 우리가 돕나?"라며, 벤치마크의 투자를 "적국에 대한 투자"로 규정한 바 있죠.


https%3A%2F%2Fsubstack-post-media.s3.amazonaws.com%2Fpublic%2Fimages%2F74f99472-15a7-41d4-803c-7aaabfa67302_1170x364.png



델리안이 설전 도중 느닷없이 트래비스 칼라닉 이야기를 꺼낸 데에는 또 다른 맥락이 있습니다. 최근 실리콘밸리 일각에서는 2017년 우버 사태를 재조명하며, 칼라닉의 이미지 복권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트래비스 칼라닉은 2017년 각종 스캔들로 불명예 퇴진했으나, 그 이후 그의 극적인 몰락 과정을 다룬 드라마 '슈퍼 펌프드'가 방영되는 등 끊임없이 회자되어 왔습니다.


최근 들어 우버 초창기 임원들이 팟캐스트 등에 잇따라 등장하면서 "당시 벤치마크의 빌 걸리가 창업자를 쫓아낸 것은 잘못이었고, 그로 인해 우버가 테슬라나 팔란티어만큼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기회를 잃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창업자를 중도에 내보낸 것이 우버의 성장 잠재력을 꺾었다"는 일종의 대안 서사가 부상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이 다른 벤처캐피탈을 스토커처럼 공격하는 행태는 여전히 이례적입니다. 제로섬 게임이 아닌, 스타트업의 성공을 위해 견제보다는 협력을 중시하고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가 겹치는 벤처 투자의 특성상 벤처캐피탈들이 이념적인 차이로 반목하는 건 굉장히 낯선 풍경입니다.


결국 명성 있는 벤처캐피탈에 대한 공격도 서슴지 않는 델리안의 행태는 팔로워 수와 바이럴만이 경쟁력이라는 유튜브-틱톡 시대 벤처캐피탈의 슬픈 자화상인 것입니다.



논란은 곧 나의 힘: 델리안과 숀 맥과이어


벤치마크와 파운더스펀드의 충돌 이면에는, VC 업계에서 점차 두드러지는 새로운 캐릭터들의 부상도 자리합니다. 바로 소셜미디어를 무대로 논란을 불사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투자자들인데, 파운더스펀드의 델리안과 세콰이아캐피탈의 숀 맥과이어가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이들은 자신의 정치적 이념적 색깔을 숨기기는커녕, 도리어 논쟁적인 발언으로 유명세를 얻는 ‘머스크’식 유명세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숀 맥과이어는 X에서 수시로 강경한 우파적 견해를 쏟아내 왔습니다. 그는 최근 뉴욕 시장 선거에 출마한 좌파 성향 무슬림 후보 조흐란 맘다니를 겨냥해 "그는 모든 것에 거짓말을 일삼는 문화에서 왔다. 이슬람주의자의 의제를 관철하기 위해 거짓말도 미덕으로 여긴다. 서방은 이 교훈을 뼈저리게 알게 될 것"이라며 인종 종교적으로 민감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거센 비판이 일자 맥과이어는 다음날 "이슬라미스트가 곧 무슬림을 뜻하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일부 사과 영상을 올렸지만, 문제의 후보를 여전히 테러조직에 빗대며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https%3A%2F%2Fsubstack-post-media.s3.amazonaws.com%2Fpublic%2Fimages%2F0423cf92-1e25-4a5f-bcce-730a66e2ad4e_711x400.jpeg 세콰이어캐피탈의 숀 맥과이어


맥과이어 본인은 "10·7 하마스 테러 이후 온라인의 가짜 정보와 싸워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고 밝히며 이런 정치 발언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의 피드는 이스라엘 지지나 미국 선거 부정 음모론처럼 극우적인 주장들로 가득하고, 그 논조는 앤 콜터나 크리스토퍼 히치스 같은 우파 논객들의 발언을 방불케 합니다.


델리안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그는 벤치마크를 두고 "중국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는 식의 극단적 표현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벤치마크는 중국 공산당과 다를 바 없다"는 도발은 혀를 내두르게 만들지만, 이런 과장된 적대적 수사가 그가 주목을 받는 비결임은 분명합니다.


https%3A%2F%2Fsubstack-post-media.s3.amazonaws.com%2Fpublic%2Fimages%2Ff5134f58-9dcf-4603-aa69-2681b2475ce9_700x350.png 파운더스펀드의 델리안 아스파라우호브


이러한 행보는 일견 위험해 보이지만, 그에게는 인지도 상승이라는 보상을 안겨줍니다. 맥과이어의 경우도 트롤링성 발언으로 인해 세콰이아 내부의 곤혹스러운 침묵과 업계의 비난을 샀지만, 한편으로 X 팔로워 수는 25만을 넘길 정도로 존재감이 커졌습니다.


유력 벤처캐피탈리스트가 온라인에서 분노 미끼 (Rage Bait)를 던지는 건 중요한 통찰을 전해서가 아니라, 그저 이목을 끄는 요령일 뿐이다.

에릭 뉴커머


결국 델리안과 맥과이어를 비롯한 일부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은 머스크처럼 일부러 논란의 중심에 서는 전략을 구사하며, 정치적 선동가를 자처하는 듯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여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CapitalEDGE 테크+벤처+투자 :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바이럴이 곧 아이덴티티인 시대, 어른이 사라진 풍경

Cluely의 빌딩 옥외 광고

클루얼리(Cluely) 같은 스타트업은 “바이럴이 곧 제품”이라는 흐름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창업자가 인플루언서처럼 행동하고, 회사 전체가 조회수를 기업 정체성의 일부로 삼는 모습은 틱톡 세대라는 현시대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흐름이 벤처캐피탈 업계에 스며든지도 오래입니다. 일부 파트너들은 본업보다 소셜미디어에서 논란을 일으키는 데 더 열심이고, 그것이 곧 영향력이라 믿는 듯합니다.


델리안이나 숀 맥과이어의 발언이 화제가 되는 건 결국 이들이 ‘파운더스펀드’와 ‘세콰이어’라는 간판을 등에 업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일탈이라 치부하기에는, 회사 차원의 묵인 혹은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 행태이죠. 숀이 이슬람 혐오 발언을 쏟아내고, 조롱성 답변까지 이어갔을 때 중동 출신 창업자·투자자 600명이 서명한 공개 서한이 세콰이어에 전달되었지만 회사는 사실상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내부에서 논쟁이 있었다 정도의 소식만 단신으로 전해졌을 뿐이죠. 이는 곧 세콰이어와 같은 회사도 사실상 구성원들이 온라인에서 벌이는 증오와 조롱의 언사들을 묵인하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의미합니다.


이런 풍경은 실리콘밸리의 현주소를 잘 보여줍니다. 기술과 자본의 혁신을 외치는 곳이지만, 윤리적 기준과 사회적 책임에서는 되레 역주행하는 듯한 모습이죠. 자본이 모든 걸 덮어주는 것처럼 행동하는 순간, 벤처캐피탈은 더 이상 창업자의 조력자가 아니라 단순한 권력자가 됩니다. 이들이 앞다투어 워싱턴으로 달려가는 이유입니다.


씁쓸한 건 이런 모습이 이제 예외나 일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바이럴을 무기 삼는 몇몇 파트너의 언행이 업계 전체의 분위기를 잠식해가고 있습니다. 일부 창업자들 역시 이런 흐름에 동참하여 서로가 서로를 조롱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 모습이죠.


결국 지금 우리가 보는 장면은 새로운 혁신의 서막이 아니라, 한때 자부하던 윤리와 기준이 무너지는 역사의 퇴보일지도 모릅니다.




『미니멀리스트 창업가』 절찬리 판매중


“AI 시대, 더 작게 시작해 더 멀리 가는 창업의 기술”

빨리 가는 회사가 아닌, 단단한 회사를 만드는 미니멀리스트 창업가의 놀라운 전략


사업을 시작하고 키워나가는 일의 대부분은 사실 그리 신나는 일은 아니다. 시작에서 성공에 이르는 여정은 오랜 시간 힘겹게 걸어야 하는 고행에 가깝다. 몇 년이 걸릴 수도 있고,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화려하지도 않다. 하지만 작은 성취들이 쌓이다 보면,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는 뿌듯함과 자부심이 점점 내면에 쌓이는 것을 느낄수 있다.

『미니멀리스트 창업가』
[미니멀리스트]입체이미지(+띠지) (1).png


AI 시대의 창업은 더 이상 투자자들에게 선택받는 게임이 아니다. 고객에게 바로 도달할 수 있는 채널, 반복 작업을 줄이는 도구, 빠르게 실험하고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이 모두 갖춰졌다. 이제 중요한 건 외부 자원이 아니라, 창업자의 철학과 선택이다.


『미니멀리스트 창업가』는 자신이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작고 단단한 비즈니스를 만들고 싶은 모든 창업가에게 새로운 기준이 되어줄 것이다.


『미니멀리스트 창업가』 구매하기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뉴스레터 발송 소식과 더불어 각종 테크 + 투자 뉴스 및 짧은 생각들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채널을 운영합니다.


CapitalEDGE 텔레그램 채널


CapitalEDGE는 엔젤투자에서 기술주 IPO까지 글로벌 테크 + 벤처 + 투자에 관한 인사이트를 전달합니다. 상장 빅테크부터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까지 상장 비상장을 넘나드는 가장 최신의 테크 트렌드를 CapitalEDGE에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CapitalEDGE: 네이버프리미엄콘텐츠


https://naver.me/GreNj3Gn

https://naver.me/GwSpQsUs

https://naver.me/FXkw9xlr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투자 없이 창업 5년만에 매출 1조, 서지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