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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pitalEDGE Oct 18. 2022

CFO가 떠나버린 유니콘들

눔, 브렉스, 오픈씨까지 - 상장이 멀어지자 C-레벨 탈출 가속화

CFO의 영입과 퇴사가 곧 스타트업 IPO의 바로미터가 되는 실리콘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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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 IPO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CFO를 확인하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CFO를 '직책'에 가깝게 해석하여 초기 스타트업이라도 재무를 총괄하는 사람을 CFO라고 부르는 반면, 실리콘밸리에서는 보통 시리즈 C 이후 단계에서 IPO나 M&A를 포괄하는 재무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에 그에 걸맞는 '직위'를 가진 CFO를 채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상장 경험을 갖춘 CFO가 영입되었다면 십중팔구 회사의 로드맵에 IPO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CFO는 회사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지만 '창업자 써클'과 거리가 있는 경우가 많아 회사를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위치이기도 합니다. 회사의 재무사정과 자금흐름을 꿰뚫고 있으면서 이사회와 함께 최고경영진의 의사결정에도 참여하기 때문에 기업가치와 투자자들의 시각을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위치가 바로 CFO이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실리콘밸리에서 CFO의 영입이나 퇴사는 상당히 의미있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집니다. 최근 미국에서도 IPO 시장이 얼어붙자 지난 2년 간 수천억 원의 자금을 조달한 유니콘 기업들에서 CFO들이 갑작스럽게 회사를 떠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개인 사정이 있을수도 있고, 회사가 더 나은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 해고를 했을수도 있지만 '대규모 스톡옵션을 받고 영입된 인재가 1 - 2년 내 IPO가 가능하다면 구지 회사를 떠날까?'란 의구심을 지우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최근 발표된 스타트업의 CFO 이동 사례를 통해 떠오르는 스타트업과 위기에 봉착한 스타트업이 어디인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데카콘이 되어도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최근 실리콘밸리의 분위기를 가장 먼저 전해주는 시그널이 바로 CFO의 이직 소식입니다.



갑작스런 CFO의 퇴사


(1) 건강코치앱 눔(Noom)


정세주 대표가 2008년 창업한 건강코치 앱 눔은 팬데믹 기간 집에 갇힌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비만 관리 앱'을 대히트시키며 유례없는 고속 성장을 기록하였습니다. 특히 2021년 5월 실버레이크, 테마섹, 세콰이어캐피탈이 주도한 7천억 원 규모의 시리즈 F 라운드를 5조 원 기업가치로 성공시킬때만 해도 또다른 한국계 창업자의 유니콘 신화로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미국 사람들이 일상으로 복귀하자 더 이상 집에 앉아서 비만 관리앱을 사용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졌습니다. 결국 눔은 지난 4월에 이어 지난주에도 직원의 10%와 건강코치 절반 이상을 내보내는 구조조정을 단행하였습니다.


이번 구조조정에서 부킹닷컴의 IR 총괄하다가 지난 2020년 눔에 영입되어 시리즈F를 이끌었던 Michael Noonan도 회사를 떠나 다시 상장사인 트립어드바이저의 CFO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Michael이 IPO를 염두에 두고 의욕적으로 영입한 인재란 측면에서 이번 이동은 눔에게도 뼈아픈 부분입니다. 눔은 작년 7월 골드만삭스를 주간사로 선정하여 15조 원 기업가치를 목표로 IPO를 준비중이었으나 이번 구조조정과 CFO 퇴사로 당분간은 고난의 시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2) 스타트업을 위한 법인카드 브렉스(Brex)


2017년 설립된 미국의 핀테크 스타트업 브렉스는 '스타트업을 위한 법인카드' 서비스를 대히트를 시키며 설립 1년만에 유니콘에 등극한 촉망받던 핀테크 기업입니다. 최근 Ramp, Mercury 등 경쟁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회사는 작년 10월 15조 원 기업가치로 5천억 원 규모 시리즈D+ 라운드를 성공시키며 위기설을 불식시킨 바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경기둔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주 직원의 11%인 136명의 해고를 발표하였습니다. 게다가 지난 9월에는 매출 성장을 책임지던 CRO (Chief Revenue Officer)였던 Sam Blond가 경쟁사인 리플링(Rippling)에 투자한 벤처캐피탈인 파운더스펀드로 이직하더니 이번에는 브렉스의 CFO를 맡았던 Adam Swiecicki가 리플링의 CFO로 이직한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직원관리 HR 소프트웨어로 시작한 리플링과 비용관리 솔루션으로 진화한 브렉스는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함께 번들링 상품을 출시할 정도로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였습니다. 하지만 올해 5월 리플링이 14조 원 기업가치로 4천억 원 펀딩에 성공한 이후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으며 9월에는 '법인비용관리' 시장에 진출하여 브렉스와 직접 경쟁에 돌입하였습니다.



리플링은 브렉스의 팀을 통째로 빼올 정도로 적극적으로 인력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특히 브렉스의 C레벨들이 직접 경쟁사로 이직할정도로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브렉스의 미래는 다소 어두워진 모습입니다. 



(3) NFT 거래소 오픈씨(OpenSea)


전세계 1위 NFT 거래소 오픈씨의 거래량이 피크 대비 99% 급감하면서 북적이던 마켓플레이스가 이제는 고스트타운으로 몰락했다는 소식입니다. 불과 올해 초 17조 원의 기업가치로 4천억 원을 조달하였는데 6개월만에 거래가 사라지다시피 한 것입니다. 회사는 이미 7월 직원의 20%를 내보내는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습니다.


오픈씨의 월 별 거래량 변화

그리고 차량공유 기업 리프트(Lyft)의 CFO로 상장을 이끌었던 Brian Roberts는 오픈씨의 CFO로 영입된지 불과 11개월만에 회사를 떠났다는 소식입니다. 회사의 거래량이 급감하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을테니 다른 기회를 찾아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앞의 눔과 브렉스의 CFO는 다음 행선지를 정하고 퇴사를 감행한 반면 오픈씨의 CFO는 아직 자문역으로 이름을 올리고 다음 직장을 찾고있는 것으로 볼 때 '일단 최대한 빠르게 퇴사'를 해야하는 상황이 아니었나 하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의욕적으로 CFO를 영입한 스타트업


(1) 협업 툴 노션(Notion)


지난 8월 뉴스레터에서도 다룬 바 있는 노션은 최근 대규모 구주 거래를 통해 13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후 공격적인 사세 확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인스타카트에서 VP of Finance로 근무하던 Rama Katkar를 CFO로 영입하며 노션이 IPO를 준비하는게 아니냐는 루머에 더욱 힘들 실어주고 있습니다.


Rama가 직전까지 IPO를 진행 중이던 인스타카트에서 근무했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팬데믹 붐을 타고 기업가치가 50조 원까지 치솟았던 식료품 배달 서비스 인스타카트는 예심청구서를 내고 IPO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최근 내부가치평가에서 기업가치가 다시 15조 원 수준으로 추락하며 상장에 먹구름이 끼이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Rama의 이직이 인스타카트의 IPO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하는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모습입니다.



(2) 틱톡 운영사 바이트댄스(ByteDance)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틱톡이지만 그래도 상장 열차는 움직이는 모습입니다. 틱톡은 지난 4월 홍콩의 스타 변호사 Julie Gao를 영입하며 오랫동안 공석이었던 CFO 자리를 채웠습니다. 특히 글로벌 투자자들과 중국 정부 간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야하는 고난이도의 작업임을 고려해 변호사가 CFO로 영입된 점도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타이거글로벌의 바이트댄스 투자 히스토리 (출처: 타이거글로벌)


타이거글로벌이 2021년 무려 650조 원의 기업가치로 투자를 집행한 바 있는 바이트댄스는 여전히 중국 정부의 규제로 인해 미국과 홍콩 모두 상장이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Julie는 CFO로 부임한 이후 첫 작업으로 4조 원 규모의 기존주식 바이백을 주도하며 투자자들의 회수를 돕고 상장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전망은...


실리콘밸리에서는 상장을 위해 나스닥 또는 NYSE 기업 공개 경험이 있는 CFO가 필요하다는 것이 하나의 불문율입니다. 자본시장이 발달한 미국에서도 상장은 수백가지의 변수를 다뤄야하는 고도의 장기레이스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내부통제와 복잡한 회계 이슈를 틀어쥐어야 하기 때문에 뱅커 몇 명 고용한다고 해결되는 업무도 아닙니다.


페이스북은 상장 경험이 없던 Gideon Yu를 해고하고 상장 기업인 제넨텍에서 15년 간 근무한 David Ebersman을 영입하여 IPO를 성공시킵니다. 우버는 상장을 앞두고 메릴린치 CFO를 지낸 바 있던 Nelson Chai를 영입해 상장을 완료했고 쿠팡은 9년 간 CFO를 맡았던 Richard Song이 아마존과 플립카트에서 근무했던 Gaurav Anand에게 바톤을 넘긴 후 상장의 문을 통과합니다. 적어도 미 증시 상장에서 CFO 만큼은 뱅킹 경험 몇 년 쌓은 루키가 명함을 내밀수 있는 리그가 아닌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국내에서 나스닥 상장을 주장하는 유니콘 기업들의 CFO를 살펴보는 것도 이들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미국 상장 경험이 없는 CFO가 앉아있다면 해외상장은 십중팔구 마케팅에 그칠 것입니다.)


미국 증시가 회복되기 전까지 실리콘밸리의 CFO 이동도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리콘밸리의 여느 인재들처럼 C-레벨의 임원들도 차세대 페이스북, 우버, 스노우플레이크와 같은 로켓의 비상장 단계에 영입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죠. CFO의 이동이 향후 벤처 자금흐름의 바로미터가 되는 흥미로운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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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글로벌 스타트업 & 벤처투자 & 테크기업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주간 뉴스레터 CapitalEDGE의 10월 3주 차 WeeklyEDGE에 기재된 내용입니다. 전세계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투자'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다양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아래 구독을 통해 더 많은 소식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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