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는 이미 구름을 뚫고 올라왔다.
먹구름 잔뜩 낀 공항에서 이륙을 하면, 어느 순간 그 구름을 뚫고 새파란 하늘을 마주하게 된다. 흐린 날은 뒤로하고 전혀 다른 세상이 열린다. 어떤 날씨든, 구름 위에는 언제나 같은 하늘이 있다는 걸 조종사는 안다.
항공기는 이미 오래전에 그 구름을 뚫었다. 그런데 훈련의 방식은 여전히 먹구름 아래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시뮬레이터 훈련을 왜 하는가?‘ 이 질문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아마도 오랫동안 묻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훈련의 목적이 '시뮬레이터를 잘 통과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훈련은 평가를 위한 준비가 되었고, 절차는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수행의 대상이 되었다. 본질을 묻는 질문 대신, 항목을 채우는 방식이 자리를 잡았다.
시뮬레이터 훈련이 쇼가 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목적을 잃으면, 남는 건 형식뿐이다.
시뮬레이터 훈련에서 조종사는 정해진 시나리오를 알고 있다. 어떤 비정상 상황이 나올지, 어떤 순서로 진행될지. 그 틀 안에서 절차를 수행하고, 평가를 통과한다. 이것이 반복될수록 조종사는 '시뮬레이터에 능숙한 조종사'가 된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 상황에 준비된 조종사'와 같은 말인지는, 아무도 진지하게 묻지 않는다.
시뮬레이터는 원래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상황을 안전하게 경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실제 비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비정상 상황, 극단적인 기상, 복합적인 시스템 결함. 이 훈련의 목적은 절차를 수행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능력을 훈련하는 것이다.
그 능력은 정해진 시나리오를 반복한다고 생기지 않는다. 상황을 읽고, 우선순위를 판단하고,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결정을 내리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결정이 틀렸을 때, 왜 틀렸는지를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의 훈련에서 그 과정은 얼마나 남아있는가.
먹구름을 뚫고 올라가는 것은 어려운 게 아니다. 그냥 올라가면 된다. 파란 하늘은 항상 그 위에 있다.
시뮬레이터 훈련의 본질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것이 아니라, 질문 하나를 되찾는 것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 훈련을 하는가.
이 질문을 시뮬레이터 안으로 다시 가져오는 것. 그것이 먹구름 아래 오래 묻혀 있던 본질을 꺼내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