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경록 Apr 02. 2024

저는 심장이 수동적으로 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가슴에 손을 한번 대보세요. 심장박동이 응원의 북을 두드려주고 있어요.

3월 30일 롤링홀 <크라잉넛 스프링롤 콘서트> 재밌게 즐기셨나요?

2024년 첫 콘서트이기도 하고, 오랜만에 신곡도 발표해서 설레고 흥분되는 콘서트였습니다.

솔직히 이렇게 많은 분들께서 와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감동의 콧물ㅠㅠ)

멀리 지방에서 오신 분들도 계시고, 외국 분들, 우아한 흰 머리카락을 흔드시며 리듬을 타시는 멋진 분들도 보였습니다. 크라잉넛 공연을 처음 보신 분들도 계시고 심지어는 태어나서 콘서트 자체가 처음이란 분도 계셨습니다.

30년 가까이 공연을 하다 보니, 이제 부모님과 자녀분들 2대가 모여서 뛰어노시고 리듬을 타는 모습이 보입니다. 조금만 지나면 오지 오스본이나 롤링스톤즈처럼 3대가 모여 써클핏 (로큰롤 강강술래)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외국 분들도 제 새치머리처럼 중간중간 보이시더라고요.

90년대 20대 초반에 방황하던 청춘의 시기에 만들었던 곡들은 지금의 청춘들은 어떻게 느낄까? 나름의 공감하는 모습을 보니 무척 신기하고 또 신났습니다. 그때는 정말 태풍노도같던 반항의 시기였는데,,, 그때 다 때려 부수고 싶었기도 하고 에너지 펄펄 넘쳐서 무작정 질주하고 싶었고 그러면서도 또 뭔가 멜랑꼴리한 낭만이 있던 에너지가 전달되면 좋겠어요. 청춘의 시기, 미친놈처럼 살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나이 먹고 뭔가 철이 좀 들고 정신 차릴 줄 알았는데, 철은 개뿔 변한 게 하나도 없습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 같은 마음. 나름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제 더 나이 먹고 백발이 되면 무슨 색으로 염색할까 생각하니 가성비 괜찮을 것 같아요. 탈색할 필요도 없으니. (또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군요.)


뭐, 아직도 로큰롤이 좋다는 얘기입니다. 제가 쓴 글이 제 전부의 모습은 아니지만, 그래도 빙산처럼 삐죽 튀어나온 모습이더라도 가급적 생각나는 대로 가공하지 않고 날것의 생각을 쓰려고 합니다. (의식의 흐름을 의식 중 ㅋㅋ)

오랜만에 발표한 신곡 <외로운 꽃잎들이 만나 나비가 되었네> 어떠셨나요?

콘서트 16일 전날, 점심때 초밥을 먹었는데, 초밥 위에 누워있던 빨간 참치뱃살이 투명하고 새빨간 꽃잎 같더라고요.


흩날리는 꽃잎.

어쩌면 누군가에겐 끝나버린 꽃잎 같겠지만, 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리다 또 하나의 꽃잎을 만난다면 한순간일지언정 나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 (실상은 내 뱃속에서 춤추는 나비가 되어서 춤추고 음악이 되었음.)

암튼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노래를 만들어봤죠.

정확히 노래가 무슨 의미가 되었는지는 저도 알 수가 없어요.

크라잉넛 친구들과 함께 각자만의 물감으로 마음껏 그렸더니 어디론가 노래가 날아가 버렸어요.

잘 가거라! 부디 좋은 곳으로.


롤링홀 29주년. 크라잉넛과 동갑이죠.

크라잉넛은 1995년도 홍대 라이브 클럽 ’드럭‘에서부터 공연을 시작해 왔습니다.

그 당시 남아있는 건물들, 라이브 클럽들, 밴드들, 뮤지션들이 이제는 별로 남아있지 않아요. 그렇다고 슬프다거나 아쉽다거나 하지 않고 그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구나! 싶네요.

지금까지 남아있고 존재하는 라이브 클럽들이나 밴드들 뮤지션들, 그리고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동료들을 보면 그저 반갑고 같은 신에 있어줘서 고맙기도 합니다.

지금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잘나가지 않더라도, 꼭 성공하거나 큰 꿈을 이루거나 꾸지 않더라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어요. 비교할 필요 없어요.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나름의 장엄한 대하드라마 같습니다.

우리는 각자만의 처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고 있으니까요.

저는 심장이 수동적으로 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가 의식하던 의식하지 않던 우리는 우리가 우리의 심장에 북소리를 두드리고 있으니까요.

어제까지 쫄딱 망했다고 생각해도 괜찮습니다.

가슴에 손을 한번 대보세요. 심장박동이 응원의 북을 두드려주고 있어요.

괜찮아... 둥둥... 살아있을 때까지 내가 응원해 줄 테니 쫄지말고 세상에 나가서 부딪쳐봐.

방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가서 돈으로 살 수 없는 명품 햇살을 당당하게 누려보자고.

롤링홀 29주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항상 크라잉넛의 북소리 같은 팬 여러분, 유랑단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크라잉넛 한경록 올림.

2024.4.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