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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드고릴라 Jan 23. 2018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를 즐기기 위한 5가지 자세

에디터 Beige의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탐방기

에디터  Beige, 며칠 전 아주 힙한 공간에 다녀오다. 바로 이태원에 위치한 현대카드 세번째 라이브러리 '뮤직라이브러리'.


세계 각국의 바이닐(LP)을 감상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 공연이 있을 땐 B1층 언더스테이지에서 살아있는 무대를 즐길 수도 있고 독특한 스타일의 건축 디자인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길 수도 있는 '말 그대로 아주 멋진 곳'이다.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어떻게 하면 내가 느낀 매력을 잘 전달하여 소개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선택한 컨셉, 

<뮤직라이브러리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다섯 가지 자세>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보고 와도 매력적인 곳이지만, 각 공간마다 지니고 있는 분위기를 오롯이 느끼기 위한 준비를 하고 간다면 몇 배는 더 멋진 기억을 담아내 올 수 있는 곳이다.


(뮤직라이브러리의 자세한 정보는 맨 밑에)




뮤직라이브러리를 즐기기 위한 첫번째 자세: 스쳐 지나기 보다 한 번쯤 <바라보기>


뮤직 라이브러리의 본격적인 공간에 드러서기도 전에 눈 앞에 보이는 독특한 디자인에 모두들 한번쯤 카메라를 들었으리라 상상되는 곳-


남산에서부터 내려오는 경사진 비탈길을 깎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 살려 디자인한 것은 이 곳의 초기 단계 건축을 맡았던 '세지마 가즈요'씨의 아이디어다. 


'세지마 가즈요'씨에게서 배턴을 넘겨받은 '최문규'씨는 디자인 타이틀을 '울림의 시간, 영감의 공간'으로 소개하며, 건물 가운데를 '비우는' 디자인을 통해 많은 이들이 뮤직라이브러리라는 공간에서 마음에 쌓여있던 생각을 비우고 그 속을 음악적 울림과 영감으로 채워갈 수 있게 하고자 하였다.


빽빽한 도심 속 네모난 건물 숲에 한 번쯤 답답함을 느꼈다면 이 곳의 뻥 뚫린 과감한 디자인을 보고 가슴 속 어딘가 뚫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멀리서 건축의 아름다움을 감상했다면, 몇 걸음 더 다가가 외벽에 새겨진 작품을 놓치지 말고 감상해보길 바란다.


나체로 수많은 관중들 사이를 성큼성큼 걸어다니는 여인과 그런 그녀에 아랑곳하지않고 정면을 응시하는 사람들... 난 한참이고 이 미묘한 느낌의 사진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들에겐 그녀의 과도한(?) 자유가 불편하지 않은 듯 보였다.


그리곤 생각했다. 왜 하필 이 사진을 모두의 눈에 가장 잘 보이는 곳에 큼지막하게 새겨놨을까?


위 사진은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롤링스톤즈'의 앨타몬트 공연의 한 장면. 역사상 가장 열정적인 공연이자 가장 비극적인 공연으로 기억되고 있다. 당시 파격과 자유의 상징이였던 롤링스톤즈와 그의 팬들은 음악을 통해 차별에 맞서고 소통하였으며, 진정한 음악적 교감을 사랑했다.


아마도 뮤직라이브러리는 이러한 꾸밈없고 자유로운 그들의 음악적 열정과 에너지를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앨타몬트의 그 날을 기념하며.


한편으론, 모두가 약에 취해 온갖 폭력이 난무했으며 4명의 사망자를 낸 그 날의 공연을 기억하며 기념과 동시에 추모의 의미를 녹여내고싶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뮤직라이브러리를 즐기기 위한 두번째 자세: 음악처럼 천천히 <쉬어가기>


과감히 비워진 1층의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 의자들. 조약돌마냥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양새가 꽤나 독특하게 느껴진다.


평일 낮이라 사람이 많지않아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공간이였지만, 땅거미가 질 때쯤엔 삼삼오오 모여든 음악인들로 앉을 자리가 없어 서로 등을 맞대고 살을 부대끼며 앉아야 할 정도란다. 평소 같았으면 내 공간이 없음에 불편함부터 느꼈겠지만, 아마 이곳에서는 그마저도 낭만이 되지 않을까 싶다.


넓은 공간에 굳이 서로 다닥다닥 붙여놓은 것은 아마도 이 곳에서 쉬어가며 주변 사람들과 편안히 어울리고 소통하길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뮤직 라이브러리에서 가장 완벽한 쉼터.


늘어지게 누워 한참을 수다떨고 싶어지는 쿠션베드와 2층 라이브러리에서 실시간으로 흘러나오는 음악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나에게 있어 가장 좋았던 것은 천장에서 쏟아져 내릴듯한 검은 샹들리에-없었다면 조금은 허전했을 인테리어에 화룡점정을 찍은 듯 하다.


이 날 낮에 와서 아쉽다고 느껴졌던 이유. 저녁쯤와서 쿠션 베드에 엎드려 수다 떨고, 샹들리에 올려다보며 맥주를 마신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뮤직라이브러리를 즐기기 위한 세번째 자세: 오래된 음악 도서관에서 <보물찾기>


2층에 들어서면 펼쳐지는 뮤직 라이브러리의 심장부, 말 그대로 '음악 도서관'이다.


'천국은 필시 도서관처럼 생겼을 것'이라던 소설가 보르헤스의 말이 생각났다. 천국이 도서관의 모습이라니 상상으로라도 해본 적 없었는데, 이곳을 보고온 이후로는 어느정도 수긍이 된다.


1만여장의 바이닐, 3천여권의 음악 관련 서적, 악보 등 없는 게 없는. 말 그대로 '음악인들의 천국'.


1950년대 이후 웬만한 명반들은 다 이곳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니 귀르가즘을 느낄 수 있는 제대로된 천국인 것이다.



보물과도 같은 수 많은 명반들 사이에서, 알지 못했던 내 취향의 노래를 찾아내는 순간.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나오는 요즘 음악들을 바쁘게 따라 듣다가도 가끔 옛 감성이 그리워 찾아드는 8~90년대 음악들에도 행복한 나에게 50~70년대 음악들을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건 너무도 설레는 일이다.


또한, 이미 나의 멜론 플레이리스트에 들어가 수십번 재생되었을 노래들을 이어폰이 아닌 LP판으로 들었을 때의 묘한 감정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새로운 음악을 알게 되는 것, 익숙했던 음악이 기분 좋게 낯설어 지는 것.


모두가 이 곳에서 자신만의 보물을 찾아낼 수 있기를-



뮤직라이브러리를 즐기기 위한 네번째 자세: 연인, 친구, 사람들과 나의 음악 <공유하기>


연인 혹은 친구와 함께 오게 된다면, 뮤직라이브러리의 매력을 배로 느낄 수 있다. 타인의 음악 취향을 공유하면서 단지 음악 뿐만이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느낌까지 오롯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같은 취향인 것을 알았을 때 묘한 기쁨을 느끼고, 다른 취향일 땐 내가 차마 알지 못했던 그 사람의 감성을 배울 수도 있다.


턴테이블 앞에 의자를 나란히 두고 앉아 음악을 있으면 그 순간이 참 평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 또한 이날 조금은 어색했던 사람과 함께 앉아 그 사람이 좋아하는 LP를 듣게 되었는데, 그 느낌이 참 조용하면서도 따듯했다.


당시 들었던 추천곡이 처음엔 그다지 와닿지 않았는데, 어느새 내 플레이리스트에 담겨져있고 지금도 그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아마 그 날 뮤직라이브러리에서의 그 시간이 없었다면 참 아쉬웠겠다싶다. 평생 모르고 지나갔을 노래였을 수도 있다는게 서글퍼질만큼- (The Cardigans-Carnival)



나의 음악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작은 공간.


마련된 종이와 펜으로 곡명을 적어 'DJ신청곡'이라고 적힌 통에 넣어두면 DJ분이 선곡 후 틀어주신다.


이 곳 뿐만 아니라 카페 스피커로도 흘러 나가기 때문에 나의 신청곡이 뮤직라이브러리 건물 곳곳에 퍼지는 기쁨을 맛 볼 수 있을 것. 나에게 감미로운 음악은 누군가에게도 감미롭게 들릴 수 있다는 사실- 자신감을 갖고 신청해보길. 혼자 듣기 아까운 노래를 많은 사람과 공유하면 그 음악에 대한 애정 또한 더 커지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살짝 준비해온 나의 추천곡,

같은 공간에서 공유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랜선 상에서라도 달래본다.

뮤직라이브러리에 가면 이 중에 한 곡은 꼭 들어보길 바라는 마음에...

한번도 못들은 사람은 있어도, 한번 듣고 마는 사람은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아티스트들.


- 허스키하고 복고스러운 목소리로 블루스, 재즈, 락풍을 넘나드는 '故에이미 와인하우스'

- 광고 속 스티비원더와의 캐롤 듀엣을 듣고 반해버린, 제 2의 휘트니 휴스턴이라 불리울 정도로 소울 넘치는 '안드라 데이'

- 고등학생 시절 MTV에서 틀어준 Bruises 뮤직비디오를 보고 팬이 된, 우주에 있는 듯한 몽환적인 느낌의 '체어리프트'

- 영미투어 올 매진, 블루스락과 컨트리음악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보석같은 아이슬란드 밴드 '칼레오'

- 음색은 이미 검증완료. 노래 중간중간 무심한 듯 읊조리는 가사에서 색다르게 묘한 섹시함을 느끼게 하는 '샘 헌트'



뮤직라이브러리를 즐기기 위한 다섯번째 자세: 과거. 음악을 담고 있는 그 시절에 <머무르기>


지금까지 나름 부지런하게 뮤직라이브러리를 이곳저곳 둘러봤다면, 잠시 시간을 멈춰 과거에 머물러 보는 것도 좋다.


계단을 올라 빽빽한 책장을 지나면 그 한켠에 자리잡은 매거진 '롤링스톤'의 전권 컬렉션을 만나볼 수 있다. 1697년 창간호부터 현재 발행되고 있는 최신호까지 1161권, 이 어마어마한 양의 롤링스톤지가 한 곳에 있다는 것에서 한 번 놀라고!


이와 같은 전권 컬렉션은 이곳이 아니면 어디에도, 심지어 롤링스톤지 본사에서도 없다는 것을 안다면 더 놀라울 것.



옛날 책에서 피어나는 기분좋은 곰팡이내를 느껴본적이 있는지-?

마음가는 롤링스톤지 한 권 골라서 구석에 마련된 조그마한 의자에 앉아 감상해보길 바란다.


그 시대의 음악문화를 엿볼 수 있는 기쁨은 물론, 넘길 때마다 풍기는 오래된 종이냄새와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편안함마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PC와 모바일에서 간편하게 음악을 찾았던 간편함이 무색해질 만큼,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알아가는 아날로그식 매력에 푹 빠질지도-




나처럼 멍때리고 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번외.

누군가는 무심하게 지나칠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며칠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그런 것들을 담았다.


세계적인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인 '겐슬러(Gensler)'의 손에서 탄생한 독특하고 느낌있는 인테리어.

'공장 지대를 예술로 반짝이게 만든 도시, 브루클린'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이다.


오디오가 층층 쌓여있는 한 쪽 벽, 덩그러니 붉게 빛나는 네온사인

비록 브루클린에 가본 적은 없지만, 왠지 그 느낌이 무엇인지 전해지는 것 같다-



뮤직라이브러리는 사방이 통유리창이지만, 그보다 더 정이 갔던 의자 옆 작은 창

나만의 공간, 나만의 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곳이라 더 좋았다.


꼭 다음엔 해가 저물때쯤 와서 노을이 지는 걸 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라이브러리를 다 구경한 뒤 마지막으로 잠시 쉬어가기 좋은 휴식처.



라이브러리를 나설 때, 1층 카페에서 포토엽서를 챙기는 것도 잊지말길!



뮤직라이브러리 자세한 정보
위치 |운영시간|입장조건|주차|가이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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