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현 Aug 01. 2018

우아한형제들 개발자 채용을 위한 페이스북 한 달 운영기

우리를 알리기 위한 큰 그림

그리고,

- 어떻게 소재를 발굴할 것인가

- 어떻게 타깃을 이해할 것인가

- 어떻게 콘텐츠를 기획할 것인가

에 대한 답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엄청난 사례여서가 아니라, 제가 한 경험이 누군가의 고민하는 시간을 줄여줄 수 있길 바라며 공유합니다.

 



모든 것은 이 콘텐츠로부터 시작했습니다.

(자세히 보기 https://goo.gl/mQZAyr )


학교 후배가 당근마켓이라는 서비스의 마케터로 있습니다. 얼마 전 마케터를 추가로 채용해야 한다며 조언을 구해왔습니다. 애초에 그 친구를 그 회사에 추천해준 것도 저였기에, 사명감에 불타 자발적으로 채용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위 카드뉴스는 ‘얼마 전에 배달의민족으로 이직한 저의 이야기 + 그리고 당근마켓으로 이직을 권유하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으로 이직한 저의 이야기'로 콘텐츠를 시작한 이유는, 나름 타깃에 맞춘 전개 방식입니다. 콘텐츠를 올릴 채널이 제 페이스북 계정이고, 제 페친들이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이직 소식을 처음 글로 페이스북에 알렸을 때, 천여 명이 넘게 축하를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페친분들은 제가 마케팅팀에서 치믈리에를 기획하는 것과 같은 일을 할 거라고 짐작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B2B기획팀에 속해 있습니다.


회사의 입사 축하 선물 :)


배달의민족에는 두 갈래의 고객이 있는데요. 배민으로 주문하는 사람들과, 배민으로 매출을 올리는 사장님입니다. 저는 그중 ‘사장님'들을 위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페친들에게 오해도 풀겸, 겸사 겸사 사장님들을 위해 제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려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이 카드뉴스가 우아한형제들의 CTO이자, 경력 개발자 채용을 준비하고 있는 부사장인 김범준님의 눈에 띄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저는 또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의 경력 개발자 공개 채용 홍보 콘텐츠. 


네, 이 글로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갑자기 어느날 채용 콘텐츠 제작을 맡게 될 어떤 마케터, 기획자, 혹은 인사 담당자를 위해서요.



어떤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까요?

저에게 주어진 요청은 "경력직 개발자 채용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주세요." 이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좋게 말하면 제 마음대로 하면 되고, 나쁘게 말하면 막막했습니다.  

자유.. 자유로구나...

막막함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하나는 제가 입사한지 세 달도 채 안되었다는 것이었고, 하나는 ‘개발자'님들은 그저 제 존경의 대상일 뿐, 너무 먼 존재라는 것이었죠. 그러니까 콘텐츠 소재가 되어야하는 회사에 대한 깊이도 떨어지고, 콘텐츠를 봐야하는 타깃인 개발자에 대한 이해도 떨어지는, 총체적 난국이었습니다.  


회사에 대해 빠삭하지 않은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우아한형제들 홈페이지에 적혀있는 회사의 비전과, 채용 정보를 그럴싸하게 쓰면 되니까요. 그래서 회사에서 제공하는 대우와 복지를 하나 하나 적어 내려갔습니다. 무제한 도서비 제공이라던가, 35시간 근무라던가. 간단했습니다.  


다음은 콘텐츠를 보게될 타깃, 개발자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개발자의 마음에 빙의해서, 적어둔 대우와 복지들을 바라봤습니다. 근사했습니다. 근사했는데, 이게 이직을 결심하게 하는 이유인가에 대해서는 긴가민가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의 복지는 굉장히 유명합니다. 여러 유명한 회사에서 사내방문을 하면서 배워갈 정도인 걸보면,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건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복지의 수준을 의심하는 것이 아닙니다.


월요병이 없습니다. 월요일 아침에 출근을 안하거든요><

이번에 채용해야 하는 사람들은 ‘경력직’ 개발자입니다. 이미 다른 회사를 다니고 있는 개발자의 입장에서, 과연 복지 정책만이 100% 회사를 옮기는 이유가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몇 달전 제 이직의 이유가 그러지 않았거든요. 제 이유는, 맡게 될 ‘업무’때문이었습니다. 배달의민족과 사장님을 연결하는, 재밌는 콘텐츠 기획들을 꽤 자유롭게 해볼 수 있는 자리였거든요. 굉장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사실 복지들은 입사하고 나서야, 세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타깃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을 다니고 있는 개발자 4명, 우아한형제들을 다니다가 다른 회사로 이직한 개발자 3명, 그냥 다른 회사에 다니고 있는 개발자 3명. 이렇게 총 10분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이직' 키워드로 쓰여져 있는 글을 검색해서 읽고 또 읽었습니다.


절대 이것만으로 개발자분들을 충분히 이해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힌트는 분명히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개발자들은 함께 일하는 개발자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개발자분들은 다른 직군들보다 유난히 더, 함께 일하는 동료에 대한 언급을 많이 했습니다. 자신의 성장을 위해 성장하는 개발자와 함께 있는걸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심지어 우아한형제들처럼 복지 정책에 신경쓰는 IT회사도 꽤 많아 졌더군요. 그래서 저는 우아한형제들의 복지 정책에 대해 써놓은 글들을, 모두 지웠습니다.

다시 시작....


‘함께 일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글을 다시 적어내려갔습니다. 저만의 생각이 회사의 생각이 되어서는 안되기에 김봉진 대표님과 김범준 부사장님이 생각하는 ‘사람'에 대한 강연들도 찾아 보았습니다. 단숨에 써지더군요. 그렇게 써진 글을 들고, 컨펌을 받으면서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사람을 중심으로 기획된 글입니다. 이 기획이 온전해지려면 지속적으로 개발조직의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올라와야합니다. 앞으로는 내부 구성원을 소재로 콘텐츠를 만들어나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봉진 대표님이 배민의 브랜딩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항상 빼놓지 않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꾸준함'. 이 꾸준함이 브랜딩에 가장 중요하지만, 많은 회사에서 브랜딩을 포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매 분기 새로운 전략이 수립되거나, 담당자가 바뀌거나, 혹은 상사의 기분이 어느날 달라지곤 하니까요. ‘꾸준함'은 가장 기본이면서도, 제일 지켜지기 어려운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제가 만든 하나의 카드뉴스만으로 갑자기 엄청난 성과가 나타나지는 않을거라는 것을 전하기 위함입니다.


우아한형제들 개발 조직 최고의 복지는, 함께 일하는 사람이다.


이 말을 사람들에게 심어주기 위해서는 ‘꾸준함'이 담보되어야합니다. 그러한 생각으로 “이 기획이 온전해지려면 지속적으로 개발조직의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올라와야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네, 지속적으로. 지속적으로 같은 말을 제 입으로 뱉었습니다.


그 말은 부메랑이 되어 저에게 돌아왔습니다. 그리하여 "경력직 개발자 채용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주세요"라는 요청은, 제가 8개의 카드뉴스를 만드는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조용히 해 과거의나 ㅠㅠ



8개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왜 카드뉴스가 8개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제일 처음 썼던, 카드뉴스를 먼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자세히 보기 https://goo.gl/SXRfpp )


링크 클릭이 싫은 분들을 위해 글로만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은 개발자에게

가장 다니기 편한 회사가 아닙니다.]  

1.

인정합니다.   


2.

'우아한형제들이 업계 최고의 연봉을 준다.'


3.

'우아한 형제들이 업계 최고의 복지를 한다.'  


4.

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5.

신입 연봉 5,000만 원. 월요일 1시 출근.

주 35시간 근무. 무제한 도서비 제공.

이제는 많은 회사에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잘 된 일입니다)  


6.

우아한형제들은

'다니기 편한 회사' 1위는 아닙니다.


7.

재밌고 신나 보인다고 하지만,

어떻게 늘 회사가

신나는 일만 있을까요.  


8.

아마 앞으로도

다니기 편한 회사 1위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9.

우아한형제들은

다른 1위를 꿈꾸고 있습니다.


10.

우리는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가

되고자 합니다.   


11.

'일하기 좋은 회사'  


12.

당신에게 일하기 좋은 회사는

어떤 것인가요?

잠시만 고민해보세요.


13.

지금 떠오르는 그 말.

비전, 성장, 소통, 존중 중

한가지에 포함되지 않나요?


14.

우아한형제들은

다 커버린 회사가 아닙니다.

아직 커나가는 회사입니다.   


15.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라는

'비전'을, 흑자를 내며 실현 중 입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합니다.


16.

매년 회사가 두 배 이상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합니다.


17.

모든 업무의 과정에

'소통'과 '존중'을 기본으로 합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합니다.


18.

그럼에도 우리는 푸드테크 시장의

1위가 된 경험으로 알고있습니다.


19.

일하기 좋은 회사 1위가 되기 위한,

이 부족함을 채우는 방법은


20.

결국 '사람'이라는 것을요.


21.

좋은 개발자가

좋은 개발자를 만들고  


22.

성장하는 개발자가

성장하는 개발자를

만든다고 믿습니다.


23.

바로 그 '사람'이

되어주세요.

 

24.

네, 우아한형제들에서

개발자를 찾고 있습니다. (많이요)


25.

이 생각에 공감하는

당신이 함께 해주신다면,  


26.

우아한형제들,

일하기 즐거운 회사 1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27.

잠실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채용정보 보러가기-->)


28.

사람이 전부입니다.

우아한형제들.


이 카드뉴스를 시작으로 연달아 3건의 사내 구성원 인터뷰, 4건의 정보 전달 콘텐츠, 이렇게 총 8건의 카드뉴스를 기획했습니다. 이렇게 기획한 이유는 타깃분들과의 밀당을 위해서 입니다.  


그냥 재미만 있는 것은 콘텐츠일뿐입니다. 콘텐츠 ‘마케팅’이 되기 위해서는 두가지의 목표를 충족시켜야 합니다.

콘텐츠를 본 사람들의 행동변화를 이끌어 낼 것.
다음 콘텐츠를 기대하고 응원하게 할 것.

위 두가지를 이뤄낸다면, 선순환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이 선순환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타깃과의 밀당이 중요합니다. 타깃이 원하는 것과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 사이의 눈치싸움이 중요한 것이지요.


자연스럽게 우리의 다음 콘텐츠를 기대하게 하면서, 다음 콘텐츠에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면서, 그 이야기조차 행동변화를 끌어 낼 수 있는 방식이어야만 합니다. 굉장히 아름다우면서도 섬세한 작업이지요. 그리고 밀당이 완성되어 우리가 연인이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여덟 번의 만남은 있어야 했기에 여덟 개의 카드뉴스가 나오게 된 것입니다.



내용은 이렇게 기획했습니다.

타깃이 우리의 콘텐츠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 이건 모든 카드뉴스에 당연한 조건입니다. 그리고 읽고 난 후 “또 뭐 없어요?”하게 만들기 위해 심은 것이 정보성 콘텐츠 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채용에 대해 담되, 끝까지 읽고 행동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흥미롭게 구성해 본 것이 사내 구성원의 인터뷰 콘텐츠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보성 콘텐츠와 인터뷰 콘텐츠는 번갈아가면서 게시되었습니다. 밀당. 아시죠?


[사내 구성원의 인터뷰 콘텐츠 3건]

콘텐츠의 흐름은 인터뷰 전에 미리 아래와 같이 기획해두었습니다. 그래야 필요한 질문을 준비 할수 있기 때문입니다.

1) 인터뷰하는 구성원의, 개발자로서의 철학을 이야기한다.   

2) 그의 철학과 우아한형제들에 입사한 이유를 엮는다.

3) 또 다른 경력 개발자들에게 그가 이직 사유가 되길 바란다고 말하며, 채용 정보를 공유한다.


이렇게해서 얻게되는 효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자연스럽게 기존 구성원의 철학과 일하는 방식 및 생각을 세세히 전할 수 있다.

- 위의 구성원 이야기에 '공감하는' 경력 개발자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

- 그 사람이 결국 우리가 원하는 사람이 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인터뷰를 하면서, 미리 짜둔 기획에 맞춰 일부러 대답을 유도했음을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인터뷰이들은 각자 자신만의 철학이 확고했습니다. 그리고 수년간의 경력을 쌓아오면서 나름의 멋진 업적도 있었습니다. 위에서 본 것처럼 미리 정해둔 뼈대는 간단합니다. 내용을 멋지게 만든 것은 결국, 인터뷰이의 삶이었습니다.  


조영호님 인터뷰 콘텐츠 : https://goo.gl/L63ujp

손권남님 인터뷰 콘텐츠 : https://goo.gl/DBdm9C

김영한님 인터뷰 콘텐츠 : https://goo.gl/tMavHZ  



[정보 전달 콘텐츠 4건]

정보 전달 콘텐츠도 미리 방향을 정해두고, 필요한 정보들을 수집 및 요청했습니다.


1) 책 추천 콘텐츠 2건 : 리더급의 추천 책들을 소개하고자 했습니다. 이는 카드뉴스에서도 이유를 밝혔는데요. 리더가 추천하는 책을 보면, 해당 조직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 블로그 큐레이션 콘텐츠 2건 : 우아한형제들은 기술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블로그에는 구성원들이 배달의민족의 여러 기능들을 개발한 이야기가 담겨져있습니다. 그 글들은 구성원들이 일하는 방식과 생각을 넘어 성장하는 과정을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그래서 ‘성공'사례와 ‘실패'정확히는 극복사례. 이렇게 두가지로 큐레이션해사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책 추천 콘텐츠는 리더급 두분에게 리스트를 요청했고, 하루만에 전달 받아 제작했습니다.


예상한대로 엄청난 공유 수를 기록했지만, 리더급의 코멘트를 함께 적지 못한 것이 계속 마음에 남습니다. 콘텐츠 제작을 위해 리더급의 시간을 많이 뺏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추천사를 한 줄 씩 적을 수 있었다면 더 재밌는 카드뉴스가 되었을거라고 확신합니다. 다른 브랜드에서라도 그런 콘텐츠가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CTO 김범준님 추천 책 콘텐츠 : https://goo.gl/z1BCXG

CISO 박성철님 추천 책 콘텐츠 : https://goo.gl/ofLNFP 



블로그 큐레이션 콘텐츠는 글들을 읽고 분류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개발 용어를 모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글이 대부분이었거든요. 어째뜬 구글을 옆에 끼고 최선을 다해 읽었습니다. 그리고 7가지의 기준으로 블로그 글들을 나누었습니다.


- 배달의민족 특정 기능 개발기

- 사내 업무의 효율화를 위한 개발기

- 배달의민족 장애 상황 극복기

- 개발자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한 이야기

- 특정 기술에 대한 리뷰

- 책 / 영화를 보고난 후의 리뷰

- 외부 컨퍼런스 참여 후기


그 중 개발기와 극복기 두가지 꼭지를 선정해서 큐레이션했습니다. 구성원들이 문제 해결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직을 희망하는 개발자분들에게 우아한형제들에서 하게 될 일들을 상상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개발기 큐레이션 콘텐츠 : https://goo.gl/axJjHh

극복기 큐레이션 콘텐츠 : https://goo.gl/D8NjC9



이 모든 과정에서 제가 한 일은 무엇일까요.

눈치채셨겠지만, 인터뷰 콘텐츠와 정보 콘텐츠 모두 본래 우아한형제들에 있던 것들 입니다. 가만히 놓여져 있던 것이지요. 저는 그것을 조물조물조물조물 가공했을 뿐입니다. 인터뷰이들의 대필작가가 되어 그들의 삶을 전하거나, 구성원들의 내면에 있던 추천 책 리스트와 미리 작성해둔 블로그 글들을 소개한 것, 그게 다죠.

 

열심히 수집했을 뿐.


콘텐츠의 소재는 이미 사내에 모두 준비되어 있습니다.


결국 저는 이 말이 하고 싶었던겁니다. 회사를 알리는 콘텐츠를 제작해야하는 당신에게요. 그래서 이렇게 긴긴 글을 썼습니다. 회사를 알리고 싶다면, 적어둔 상투적인 표현을 모두 지우세요. 그리고 사내의 구성원들과 대화를 시작하세요. 적어도 그 사람이 하는 일과, 그 일을 해결해나가는 방식. 이 두가지로만 이야기를 나눠도 재밌는 사연들이 쏟아져 나올꺼에요. 제가 그랬다니까요. 정말로요.  


더 콘텐츠로 만들고 싶은 사연들이 많이 있었어요. 입사한지 얼마 안되서 데이터를 날린 주니어 개발자가 어떻게 1년만에 데이터의 고수가 되었는지, 사람이 잘 느끼지도 못한다는 0.2초의 지연 속도에 집착한 개발자는 도대체 왜, 어떻게 빠르게 만들게 되었는지... ‘이건 카드뉴스 각이다.’ 생각한 이야기가 많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 저는 본업에 충실해야할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잊지 않으셨죠? 저는 우아한형제들에서 '사장님들을 위한' 콘텐츠 기획 업무를 하고 있어요.



어째뜬 결과가 좋아야 좋은거 아니겠습니까.

콘텐츠를 만드는 마케터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그래서 매출 (혹은 전환)은 어때?’입니다. 저에게도 늘 꼬릿말처럼 붙어다니는 말이지요.  콘텐츠 마케팅의 가치를 절대 그것만으로 매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번에는 경력 개발자 채용을 알려야하는 목표가 있었으니까요.


결과적으로 페이지 팬 수는 1,653명에서 4,464명, 팔로우 수는 4,779로 늘어났습니다. 이제 어느정도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팬들이 모여졌다고 판단됩니다. 토양을 다져두었으니 앞으로가 더 중요하겠지요.

콘텐츠의 총 도달 수는 385,330회에 달합니다. 총 좋아요는 6,076회 총 공유수는 3,216회 정도 입니다. 이를 통한 채용 페이지로의 전환수는 2,674건 입니다. 수치로 정해둔 목표는 없었지만, 결과는 꽤 성공적입니다. 게다가 유일한 요청이었던  “경력직 개발자 채용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주세요.”는 이미 초과 달성했습니다. 여..여덟 개


그런데 저는 이 숫자 밖의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역시 우아한형제들의 채용 콘텐츠는 다르다 “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개발자도 아닌데 글을 공유하게 만들었다” 이런 댓글들은 제 나름의 포상(?)이었습니다. 그들은 글을 쓴 사람이 저인줄 모르지만 저는 아니까요. 혼자 뿌듯해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죠.  


하지만 진짜 포상은 콘텐츠를 만든 사람이 저임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왔습니다. 바로 우아한형제들의 구성원들이죠. 콘텐츠가 올라올 때마다 메신저로 감동적이라고, 고맙다고 해주는 메세지들이 진정 제가 다음 콘텐츠를 만드는 힘이 되었습니다.


외부의 개발자들이 우아한형제들을 가고싶은 회사로 생각해주는 것도 고마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내부의 구성원들이 우리 모두 잘하고 있구나, 우리 멋진 사람들이구나 이렇게 여길 수 있는 소소한 5분이 되길 바랬습니다. 그리고 이 점을 피부로 느꼈기에, 무척, 무척 무척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인터뷰이였던 영한님의 메세지.. 부모님은.. 너무 울컥 치트키 아닙니까..




하지만, 한계가 한 개 있었습니다.

저는 종종 기업들에서 운영하는 대학생 서포터즈들에게 강연을 나가곤 합니다. 그 때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카드뉴스는 제작한 사람이 꼭 함께 상단의 문구까지 정해야 합니다." 보통 서포터즈들이 만든 카드뉴스는, ‘서포터즈 ㅇㅇㅇ님이 만들었습니다'라는 문구로 기업 페북 페이지에 게시되곤 했기 때문입니다. 그건 카드뉴스를 보게 될 사람들이 전혀 궁금해 할 내용이 아닙니다.  


이 곳도 읽고 싶어지도록 적어야 합니다.


저 역시 직접 상단 문구와 카드뉴스를 함께 업로드 하기 위해, 한 달 동안 우아한테크 페이스북 페이지의 관리자 권한을 받았습니다. 링크가 게시되는 위치까지 정해야했기에 더더욱 직접 올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커뮤니케이션' 때문입니다. 카드뉴스에 댓글을 남겨준 사람들에게 대댓글을 남기면서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관계를 맺어가는 것. 그것이 SNS마케팅을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관리자 권한을 받아 카드뉴스를 올리고, 대댓글을 달면서 커뮤니케이션하는 업무를 함께 진행했습니다.  


영한님의 인터뷰 콘텐츠에 달린 댓글..  친구는.. 너무 울컥 치트키 아닙니까..


그 과정에서 한계가 있었습니다. 관리자 계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여럿이라는 점입니다. 때로 카드뉴스 위의 문구가 수정되거나, 톤이 다른 대댓글이 달리고 제가 기획한 콘텐츠와 결이 다른 게시물이 공유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회사의 페이지이기 때문에, 독점적으로 혼자 관리자를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페이지 담당자는 게시물만 올리는 사람이 아니고, 독자는 게시물을 보기만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둘 사이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유기적인 관계를 맺게 되며, 그 관계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힘을 갖게 됩니다. 그렇기에 어떤 콘텐츠를 올리느냐보다 어떤 관계를 맺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콘텐츠 마케팅의 강의를 나가서는 항상, 콘텐츠는 여러명이 제작하더라도 관계를 맺는 담당자는 한명을 정해놓기를 권장해왔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통해 그건 제가 현실을 모르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사실 이직하기 전에는 혼자서 회사의 페북 페이지를 관리해왔기 때문에, 페이지가 여러명의 손을 타는 경험을 해보지 못했었습니다. 저는 실제 회사 상황을 모르면서 이상적인 이야기를 했던 것이지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말을 들었던 마케터분들은 ‘어떻게요.. 그런 말을 들어줄까요..’라고 그저 발을 동동 굴리곤 했는데, 직접 겪고보니.. 정말 발을 동동 굴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제 다시 본업으로.

어째뜬 이제는 발을 동동 굴리는 것도 끝이 났습니다. 앞에서 계속 저는 배달의민족 '사장님들을 위한' 콘텐츠 기획 업무를 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개발자 채용을 위한 일도 제 일이 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모든게 결국, 우아한형제들을 잘되게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장님들과 배달의민족을 잇는 일만큼, 좋은 개발자분들이 배달의민족을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한 좋은 개발자분들이 오시는 것은, 사장님들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하나의 목표로 가는 길은 여러가지이고, 저는 잠시 다른 길을 걸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경험이었기에,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 글로 적어보았습니다.  


이제 툭툭털고 원래의 길을 더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관리자 수정을..


한가지 바람은, 이후에도 우아한테크 페이스북 페이지가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창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아한형제들 개발 조직 최고의 복지는, 함께 일하는 사람이다' 이게 사람들의 마음에 각인되길 바라거든요.   


경력 개발자 공채는 8월 5일로 마감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은 콘텐츠를 보시면서 자연스럽게 , 우아한형제들의 비전에 대해 알게 되셨을겁니다. 그 중 공감하신 분들을 위해 상시 채용 분야의 링크를 달아두겠습니다.


개발자 상시 채용 접수 : https://goo.gl/AVbBju  

비개발자(기획, 마케팅, 디자인 포함) 상시 채용 접수 : https://goo.gl/3ym3wH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면접을 보는 분들 중 한 두 분이라도 위의 콘텐츠들을, 그리고 이 글을 기억한다고 이야기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는 보람이 될 것입니다. 어째뜬 제 이번 업무는, 그리고 이 글은 여기까지 입니다. 김지현, 우아한형제들 이직 4개월차. 이렇게 회사를 조금 더 알게 되었습니다.

(끗)


매거진의 이전글 그로스해킹을 시도해 본 어떤 스타트업 마케터의 일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