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하게 일하기 싫어지는 순간
회사 가기 정말 싫은 날이 있습니다.
출근길 발걸음은 천근만근이고, 자리에 앉아 PC를 켜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몸은 회사에 있는데 영혼은 가출한 상태입니다.
"일하기 싫다. 격하게."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게 과연 맞는 걸까?, 아무 의미 없다."
사직서가 스치듯 떠오르지만 당장 뾰족한 대안은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애써 자리를 지키며 하루를 버텨냅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무기력입니다. 병가지상사죠.
문제는 이런 상태가 잠깐이 아니라 오래 지속될 때입니다. 스트레스는 쌓이고, 일은 억지로 하게 되니 성과는 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면 조직에서 평가와 신뢰가 흔들리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원인을 정확히 짚고, 자기를 돌아보고, 빠져나올 출구를 찾아야 합니다. 쉽지 않지만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상황을 정리해 다시 일어서는 힘. 그게 자기 커리어를 지키는 직장인의 내공입니다.
오늘은 제가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 가기 정말 싫어지는 순간, 탑 6'을 뽑아 보았습니다.
작년에 승진하지 못했을 때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승진 대상자 명단에 오른 해였으니. 하지만 올해는 다를 거라 믿었습니다. 상사도 명확하진 않지만 은근한 언질을 주었고 스스로도 그간의 성과와 평가를 볼 때 별 문제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또 탈락.
더 기가 막힌 건 상사의 사후 대응방식이었습니다.
인사발령이 공지된 날이 공교롭게도 저녁 회식 날이었는데 저는 상사가 퇴근 전에 탈락 사유나 배경에 대해 이야기해 줄 거로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퇴근 때까지 아무 말이 없었고 결국 회식 장소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못해 따라간 고깃집에서 동료들은 때깔 좋은 고기를 잘도 구워 먹었고요. 2차는 노래방. 시끄러운 음악과 싸이키 조명 아래 상사는 술의 힘을 빌려 미안하게 됐다는 한 마디를 툭 던졌습니다. 술잔을 권하면서.
"올해는 안타깝게 됐네. 술 한잔하자."
순간, 너무 어이가 없어서 아무 대꾸를 하지 못했습니다. 주변이 시끄러워 말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고요.
'이건 아니지 않나?'
'이 중요한 이야기를 왜 술자리에서 얼렁뚱땅 말하고 넘겨버릴까?'
승진은 직원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탈락했다면 그 이유를 맨 정신에, 진지하게 사무실에서 설명하는 게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상사에 대한 믿음에 금이 가는 순간이었습니다.
일할 맛이 뚝 떨어졌습니다.
기존 사업 분야나 계속 거래하던 발주처에서 매출을 올리는 것과 새로운 사업이나 새 발주처를 개척하는 일은 차원이 다릅니다. 시간, 노력, 마음까지 갈아 넣어야 합니다.
한 번은 오랜 시간 맨땅에 헤딩해 가며 새 발주처와 큰 프로젝트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제법 굵직한 매출 실적을 올렸고요. 내심 인정받을 거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회의 자리에서 상사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번에 A 부서 매출 증가와 실적을 축하합니다. 소가 뒷걸음질 치다 쥐를 잡는다고 하더니요."
순간, 귀를 의심했습니다.
'헐, 이게 무슨?, 칭찬인가요?'
'아니면 공개적인 비꼼?'
상사가 평상시 나와 우리 부서를 어떻게 보았으면 저런 말이 튀어나올까?, 아니면 나를 경쟁 상대로 여기거나 껄끄러워하는 건가?, '내 노력을 이렇게 평가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험을 한 부하직원이 다시 온 힘을 다해 새로운 도전을 할까요? 쉽지 않습니다.
과음한 다음 날 아침, 숙취로 몸도 마음도 말을 듣지 않습니다.
머리는 지끈거리고, 속은 울렁거리고, 만사가 귀찮습니다. 회사 가기 싫습니다.
술이 술을 마신 핑계가 회사였을지라도 과음은 결국 나 자신에게 남는 후유증입니다.
몸이 망가지면 일도 망가집니다.
"경영 환경이 매우 어렵습니다."
"회사 손익이 악화되고 힘든 시기이니 함께 버텨봅시다."
사장님의 말씀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물가는 매년 가파르게 오르는데 연봉이 동결되거나 심지어 삭감될 때의 허탈감은 큽니다.
더 큰 문제는 어려운 시기에 부서별, 개인별로 연봉인상률 차등 적용을 해서 생기는 상대적 박탈감입니다.
조직은 동요하고 업무 의욕은 떨어집니다.
직원 의사를 묻지 않고 갑자기 업무분장을 바꾸거나, 새 업무를 일방적으로 부여하면 일하기 싫어집니다.
"일단 해봐"
"회사 사정이 좀 그러니 이해해"
조직 운영상 불가피한 경우도 있겠지만 이런 방식이 자주 반복되면 직원은 이렇게 느낍니다.
'이건 내 일이 아니다.'
'위에서 던져준 일이니 책임을 면할 정도로만 하자.'
업무 몰입과 주인의식이 생길 리 없습니다. 대충대충 하게 되고, 그 결과는 회사가 떠안게 됩니다. 업무 분장과 역할 조정은 반드시 직원 의견을 듣고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형식적으로 말고 진정성을 가지고요. 내가 선택한 나의 일이라는 감각을 느끼도록 해주어야 하는데 거꾸로 가는 경우들이 자주 발생합니다.
인사, 채용, 연봉, 포상과 징계 등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공정성이 무너지는 순간, 직원들 마음도 함께 무너집니다. 애사심과 소속감이 낮아집니다.
"저 동료는 왜 저렇게 되었을까?"
"혹시 다음번엔 내가 불공정의 피해를 보지 않을까?
불공정함을 목격한 직원은 회사에 대한 신뢰를 쌓기 어렵습니다.
여러 연구 결과가 말합니다. 직원들이 느끼는 '공정성' 요인은 '연봉' 요인만큼이나 구성원의 조직 만족도와 업무 몰입도에 큰 영향을 준다고요.
지금까지 "회사 가기 정말 싫어지는 순간, 탑 6"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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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나는 오히려 이런 이유 때문에 더 일하기 싫다"라는 의견이 있으시면 소중한 댓글과 의견 부탁합니다. 제가 놓친 부분이나 저와 다른 경험들이 있을 것입니다.
누구나 일하기 무척 싫은 시기가 있습니다. 다른 부서를 기웃거리기도 하고, 다른 회사를 알아보거나 창업을 상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 마땅한 대안이 없다면 지금 조직에서, 그리고 현재 업무에서 커리어를 쌓아가면서 후일을 도모하는 것도 좋은 생존 전략입니다.
오늘도 무거운 발걸음으로 출근하는 모든 직장인 여러분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