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알아차리기
요즘 부쩍 체력이 떨어졌다는 걸 느낀다. (하루 이틀이 아니긴 하지만)
일과 사람들 사이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마음뿐 아니라 몸까지 무겁게 만든 탓일까. 잠은 푹 자본 지 오래고, 식욕도 없어 끼니는 건너뛰기 일쑤. 그러다 밤이 되면, 밀려드는 허기와 함께 달달한 군것질을 허겁지겁 먹어치우곤 한다. 그러고는 또 어김없이 자책이 따라온다. 얼마 전 건강검진 결과를 받았는데, 예감은 했지만 막상 진단서로 마주하니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대로 지내는 것이 괜찮을까?' 겁이 덜컥 났다.
나는 사실 하고 싶은게 참 많은 ‘열정의 아이콘’이다. 하고 싶은 것도, 잘하고 싶은 마음도 컸고, 늘 새로운 걸 배우고 도전하는 게 즐거웠다. 하지만 반복되는 압박과 긴장 속에서 그 불꽃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의욕이 바닥난 일상이 반복되는 도중, 문득 깨닫게 되었다.
지금 나를 가장 괴롭히는 건, 일이 아니라 "외로움"이라는 걸.
일로 얽힌 관계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고, 바쁜 일상 속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늘 부족하다.
퇴근해서 돌아오면 모두 잠들어 있고, 출장에서 돌아와도 조용한 집. 그 공간은 그저 잠깐 쉬어가는 ‘숙소’ 같고, 일에 너무 많은 것을 쏟아붓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평일은 물론 주말까지도 일정이 빽빽하다 보니, 가족의 웃음, 따뜻한 대화, 나를 위한 시간은 점점 ‘사치’처럼 느껴진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버틸 수 있을까?”
나는 원래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목표가 아니라 그저 버티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전문가들의 유튜브 영상이나 헬스 트레이너, 상담사들을 만나면 운동, 호흡, 명상이 좋다고 하지만 말이 쉽지 정작 기운이 바닥나면 솔직히 손가락 하나 까딱할 의지도 생기지 않는다.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 여유조차 없는 지금, 어떻게 하면 내 마음과 몸의 고갈된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다시 채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아주 작은 결심을 해본다.
“오늘 나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겠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으면, 정말 안 해도 괜찮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는 놓지 않기로 했다. 아주 작고 사소한 일이라도 괜찮다. 오늘 내가 잘한 일 하나, 혹은 나를 미소 짓게 만든 순간 하나만이라도 써보기로 했다. 글을 쓰는 것이 좋은 점은, 나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어서다. 글이란 나 자신에게 하는 대화이자, 내가 꺼내 놓은 말들에 공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 자체로 외로움에서 한 걸음 벗어날 수 있으니까. 기운이 딸리는 거면 그냥 다이어리에 딱 한줄만 써도 충분하다.
완벽하지 않아도, 대단한 성취가 없어도 괜찮다고. 꼭 무엇인가를 이뤄내야지만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오롯이 조용히 존재하는 나를 느끼면서 오늘 하루를 잘 버텨낸 나를, 글로 다정하게 안아주고 싶다. 그렇게 천천히, 다시 나를 일으켜 세워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