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IT 전략 기획자의 고난과 극복

by 커리어걸즈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일에서 스트레스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잘 되고 친절한 사람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직장에서 운이 좋게 일을 하면서 사람에서 오는 스트레스 없이 일을 할 수 있었다. 유쾌한 팀장님과, 실력도 좋고 잘 챙겨주시는 선배님들 덕분에 나는 최고의 팀에서 일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나에게 다른 그룹사의 직원과 소통할 일이 생겼고, 그날은 내가 여태 회사 생활을 하며 겪은 최악의 날이 되었다.


그날은 하필 내가 처음으로 10일 이상의 긴 호주 여행을 떠나는 당일이었다. 퇴근 이후 바로 비행기를 타기 위해 비행 시간을 늦은 저녁으로 잡아두었고, 이런 나의 설레는 계획을 팀원들이 알고 응원해주었다. 호주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하는 친언니와 오랜만의 재회라서 무탈하게 하루를 끝내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다른 그룹사의 직원과 소통을 하게 된 것은 AI 서비스의 로고를 작업하는 일 때문이었다. 로고를 만들 때 지켜야할 규정이 있어서, 그 분이 관련 안내를 해주셨다. 오래 일하셨던 사수 분이 처음 들어보는 분이라고 하신 걸로 보아, 그가 입사하신지 오래 되지는 않은 분이라고 추측했다. 계열사와 팀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우리 그룹은 메일을 작성하여 소통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분은 전화나 채팅으로 소통하시는 것을 선호하시는 듯 했다.


나는 아무래도 여태까지 그분께 전화로 안내 받은 내용을 정리된 글로 받고 싶기도 했고, 팀장님과 사수분도 함께 알면 좋을 것이라 생각해 메일로 해당 내용을 다시 전달해달라고 요청을 드렸다. 내가 생각했을 때는 정중히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분은 이미 대화와 채팅으로 끝난 내용인데 왜 메일을 요청하는지 이해하지 못하셨고, 팀장님을 통해 정식 요청하라면서 나에게 화를 내셨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처음 느끼는 모멸감이었다. 이에 나도 화가 나서 목소리를 떨며, 왜 메일을 요청하는 것인지 어금니를 깨물고 설명드렸다. 하지만, 그와 나는 이미 화가 난 상태였고, 전화를 누가 먼저 끊었는지도 모르게 대화가 그렇게 끝이 나버렸다.


이에 그 분은 나의 사수 분께 전화해서 나와 소통하는 것이 힘들다고 토로하셨다. 나 스스로도 소통하는 방식에 있어 잘못이 있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나의 사수분께 전화로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이 더 화가 났던 부분이었다.


사수 분은 화를 내며 씩씩거리는 나의 모습에 당황하며 위로를 해주셨다. 그 분이 나에게 화를 냈어도, 침착하게 대응했으면 일이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텐데 나도 같이 화를 낸 것이 일을 크게 만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사수 분은 앞으로의 내 회사 생활을 걱정하여, 그런 관계로 누군가와 남아있지 않은 것이 좋지 않으니 먼저 사과할 것을 권하셨다. 시간이 좀 지나 화가 좀 누그러진 나는 퇴근 후 공항으로 가는 버스에서 그 분께 채팅을 남겼다. 여러모로 많이 도움주셔서 감사하다고. 그도 오해한 것 같아 미안하다고 답변을 해주셨고, 그 말에 많은 감정이 교차하며 눈물이 흘렀다.


소통에 있어서 자부심을 가졌던 내가, 사람과의 소통에서 무너지니까 너무 힘들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나와 다른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하기에, 소통이 어렵고 이해가 안 돼도 서로 맞춰가며 배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나는 소통에 있어 우물 안 개구리였다. 내가 편하게 느끼는 사람들하고만 소통하는 편한 삶을 살다가 업무 스타일이 다른 분을 상대하려니 힘들었던 것 같다.


언니와 여행을 하며 휴식을 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흔들린 나의 멘탈도 케어가 필요하니까. 다시 충전의 시간을 갖고, 누구와도 소통을 잘 하는 유연하고 성숙한 사람이 되어 돌아오기로 다짐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IT 전략 기획자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