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전담경찰관의 올바른 사회규범 이야기
나쁜 말은 친구 마음에
콕, 가시처럼 박힐 수 있어.
그 가시가 점점 자라면
언젠가는 너에게로 돌아올지 몰라.
어린이집 하원길, 담임 선생님께서 조심스럽게 말씀을 꺼내셨다.
"아버님, 오늘 다온이가 기차 놀이하다가 친구와 다툼이 조금 있었어요. 친구가 등을 살짝 밀었는데 다온이가 놀라서 '나빠, 넌 똥꼬야!'라고 했거든요. 그 말을 들은 친구가 화가 나서 몇 마디 오고갔는데, 다행히 금방 화해했어요."
나는 순간 마음이 무거워졌다. 다친 건 아니었지만 다온이의 나쁜 말이 다툼의 불씨가 되었다는 점이 걸렸다. 요즘 들어 다온이가 종종 쓰는 그 말, '똥꼬야'.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아빠: 다온아, 오늘 무슨 일 있었어?
다온: 없었는데.
아빠: 오늘도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놀았구나?
다온: 아, 맞다. 기차 놀이하는데 친구가 등을 밀었어.
아빠: 그래서 다온이는 어떻게 했어?
다온: 그래서 내가 "똥꼬야"라고 했어. 그랬더니 친구가 "네가 더 나빠!"라고 했는데 금방 화해했어.
옆자리에 앉은 새봄이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거들었다.
새봄: 다온아, 그건 진짜 나쁜 말이야. 그냥 "나 놀랐어"라고 했으면 싸우지 않았을 거야.
다온: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언니가 선생님이야?
다온이가 받아쳤다. 새봄이는 얼굴이 벌게졌고, 나는 웃음을 참느라 고개를 돌렸다.
아빠: 근데 다온아, 그 똥꼬...라는 말은 어디서 배운 거야? 우리 집에서는 그런 말 아무도 안 하잖아.
다온: 친구가 먼저 했어. 놀이터에서 장난으로 말했거든.
새봄: (팔짝 웃으며) 그래서 친구들 모두 따라 하고 너무 웃겼잖아. 다온이도 그냥 재밌는 말인 줄 알고 따라한 걸 거야.
아이들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나는 말을 이었다.
아빠: 화가 났을 땐 "나 속상해"라고 말하면 돼. "똥꼬야" 같은 말은 친구 마음에 가시처럼 박히거든.
다온: 가시? 저번에 울타리 만지다 손에 찔렸잖아.
아빠: 맞아. 그때 아프고 상처도 났었지? 나쁜 말도 친구 마음을 그렇게 아프게 해. 그러면 친구도 화가 나서 똑같이 나쁜 말을 하게 되는 거야.
다온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말했다.
다온: 근데 아빠, 김또깡한테 '똥꼬야'라고 했을 땐 아무 것도 없었는데?
아빠: 응? 김또깡?
새봄: (깔깔깔 웃으며) 아빠가 예전에 다온이한테 "김또깡!"이라고 했잖아. 그래서 다온이가 토끼 인형 이름을 김또깡이라고 지었어.
다온: 으으... 두고 보자. 긴또깡!
다온이가 인형을 번쩍 들며 외쳤다.
그제야 깨달았다. 아이들은 내가 장난으로 던진 말까지도 그대로 따라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아빠: 다온아, 인형은 말을 못 하니까 상처받을 일은 없겠지만 인형한테도 나쁜 말은 쓰지 않도록 하자. 나쁜 말을 자꾸 하다 보면 그 말이 나도 모르게 친구들한테도 튀어나올 수 있거든. 친구 마음은 진짜니까 더더욱 아껴줘야 해.
다온: 알겠어.
다온가 불쑥 물었다.
다온: 근데 아빠도 운전하다가 "아이 참" 하고 화내잖아. 그럼 그 말도 아빠한테도 돌아오겠네?
순간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 아이들 앞에서 늘 바른말을 가르치려고 했지만 나 역시 화를 참지 못하고 툭 내뱉은 적이 있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이들은 그런 내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새봄: (소리치며) 아빠, 얼굴 빨개졌대요!
다온: 맞아, 아빠도 엉덩이 아빠네!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차 안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나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빠: 알았어, 알았어. 아빠도 잘못했네. 이제 나쁜 말 안 할게. 그러니까 새봄이, 다온이도 이제 나쁜 말 그만.
다온: 그럼 엉덩이 아빠도 안 돼?
아빠: 아빠가 싫어하면 안 돼요.
다온: 빵꾸 아빠도?
아빠: 안 돼.
다온: 장꾸 아빠도?
아빠:... 음 그건 괜찮을지도?
다온: 장꾸 아빠 운전을 조심히 하셔야죠~
새봄: 장꾸 아빠 깜빡이도 꼭 켜셔야죠~
아빠: (머리를 감싸 쥐며) 아니, 이 집 애들은 왜 이렇게 팀워크가 좋은 거야. 경찰 아빠 완전 포위당했네!
아이들은 인형을 붙잡고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붉게 물든 저녁노을이 창밖을 물들이듯, 따뜻한 말도 아이들 마음속에 오래도록 스며들기를 바라며 한가지 다짐을 했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말을 가르치려면 무엇보다 내가 먼저 따뜻한 아빠가 되어야겠다고.
그러고 보니 다온이에게 토끼 이름 바꾸자는 걸 깜빡했다.
일상에서 오가는 대화 속에서 단순한 비속어나 경멸적인 표현은 불쾌감을 주지만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특정인을 깎아내리는 말이나 욕설을 공개적으로 한다면 이는 단순한 감정 표현을 넘어 법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형법 제311조(모욕)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즉, 욕설이나 모욕적인 언행으로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가 침해된다면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아이들이 흔히 주고받는 '바보야' '못생겼다' 같은 말도 반복되거나 여러 사람 앞에서 쓰일 경우 깊은 상처가 될 수 있으며, 만약 성인의 경우에는 실제 법적 분쟁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알려주어야 할 핵심은 상대는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는 인식입니다. 그래서 가정에서부터 대안적인 언어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화가 나서 "바보야"라고 말하려 할 때 그 말 대신 "지금 속상해"라고 표현하게 하는 등 구체적인 언어를 가르쳐줄 수 있습니다. 또, 놀림 대신 칭찬을 습관화하도록 하루에 한 번씩 가족끼리 서로 칭찬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더 나아가 갈등이 생겼을 때는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며 "이야기 좀 하고 싶어"라고 시작하도록 연습시키는 것도 존중을 표현하는 실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근거 없는 비난이나 경멸적인 표현은 신뢰를 무너뜨리지만 존중하는 언어 습관은 결국 아이의 관계를 단단히 지켜주고 사회를 지탱하는 토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