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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병호 Nov 08. 2023

도시마다 고유한 서체를 가진 나라

서체기행

2023년 6월, 강원도가 강원특별자치도가 되면서 ‘상승’을 그래픽 모티브로 형상화 한 강원특별자치도 상징마크(CI)를 개발하며 ‘강원특별자치도체’를 개발했다. 1990년 경기도 부천시가 상징마크를 개발한 것을 시작으로 전국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CIP(City Identity Program)를 개발하게 된다. 로고(Symbol), 캐릭터, 색상뿐 아니라 2000년도 전라북도체를 시작으로 서체(Font)도 하나의 도시 브랜드 디자인 구성요소로 자리 잡힌다. 현재까지 서체가 개발된 50곳의 지방자치단체 중 22곳은 2020년 이후에 개발되었고, 2022년 한 해에 12곳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서체를 개발하기에 이른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의 영향으로 지역 축제와 같은 직접 대면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비대면 디지털 홍보 전략으로써 서체 개발이 추진되었다.

도시 브랜드 디자인 구성요소
국내 서체 개발 현황
국내 서체 개발 사례 (이미지 출처 : 부여 서체 홈페이지)

디지털 홍보 전략으로써 서체 개발

2020년부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의 영향으로 지역 축제와 같은 직접 대면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비대면 디지털 환경에서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자원을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디지털 서체(Font)가 개발되었다. 창원 대표 특산물 ‘단감’을 모티브로 하여 창원단감을 알리기 위해 창원농업기술센터가 개발한 ‘창원단감아삭체(2021년)’, 부산광역시 영도구 ‘영도체(2021년)’, 서울특별시 금천구 ‘금천G밸리산스체(2022년)’, 대구광역시 달서구 ‘달서달링체, 달서힐링체(2022년)’ 등 산하기관이나 자치구에서도 서체를 개발한다. 특히 이 기간에 개발된 영도체는 디자인계 권위 있는 국제 디자인 어워드 레드닷(Red Dot, 독일), IDEA(International Design Excellence Awards, 미국), ADC(Art Directors Club, 미국), iF(International Forum Design Award)에 수상하여 언론을 통해 홍보가 되었고, 영도체를 다운로드한 횟수가 55만 회를 기록했다.

부산광역시 영도구 사례


가성비 좋은 혁신의 방법, 디자인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22년 카드사 신용카드 사용액은 612조 7207억 원이었다. 점유율 기준으로 3위를 차지한 카드사는 현대카드다. 신용카드는 ‘결제’와 관련된 비교적 고관여도를 지닌 아이템으로, 브랜드 파워가 큰 경쟁력이 크게 연관되지 않는 상황에서 후발 주자 현대카드가 업계를 넘어 한국 최고의 브랜드 파워를 구축한 기업이 된 비결은 가성비 좋은 혁신의 방법, ‘디자인’에 있었다. 2003년 현대카드가 아직 비주얼 체계가 없을 때 디자인실 오영식 디자이너(현, 토탈임팩트 대표)는 CI(Corporate Identity)를 정립하고, 네덜란드와 한국의 전문가들을 아우르며 영문과 국문 서체(Font) ‘유앤아이(You and I)’를 개발하기에 이른다. 브랜드 컨설팅사 랜도(Landor)에서 개발한 호주 멜버른의 CI, 화이트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포르투갈 포르투의 도시를 정의하고, 시민들과 쉽고 체계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비주얼 시스템과 아이덴티티 사례나, ‘흰색’을 떠올리게 하는 일본의 디자인 도시 요코하마의 미나토미라이21 프로젝트 색채 마케팅(Color Marketing) 사례, 지도 없이 안내판만 보며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는 브리스톨 레저블 시티(Bristol Legible City) 프로젝트는 서체 브리스톨 트렌지트(Bristol Transit)라는 서체로 각종 표지판, 지도, 주차장 표시, 웹사이트, 인쇄물까지 일관되게 적용하여 도시의 시각적 정체성을 관광객과 시민들에게 전달했고, 인구 40만 명의 브리스톨시는 관광과 교육의 중심 도시로 성장했다.


현대카드 서체 (이미지 출처 : 윤디자인그룹)
영국 브리스톨시 서체 (이미지 출처 : 브리스톨 레저블 시티 프로젝트)


세금, 예산을 절감시키는 디자인, 서체

전라남도는 산하기관 30곳(직속기관 18, 사업본부 2, 사업소 10)의 일관된 이미지 구축과 전라남도 산하기관이라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개별 CI를 개발하는 대신, 전라남도 만의 고유한 서체 ‘푸른전남체’를 개발하여 산하기관에도 통일감 있게 활용하였다. 조달청(나라장터) 기준 CI 개발 비용이 최소 3,000만 원에서 6,000만 원 이상 투입되는 예산을 절감시키되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개발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후 주식회사 한글과컴퓨터와 서체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한컴오피스의 서체 플랫폼을 통해 ‘푸른전남체’를 확산시켜 나갔고, 도민들의 필요와 사용성 확대를 위해 서체의 굵기를 확장하였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는 사진, 일러스트, 음원, 영상뿐 아니라 ‘서체’ 부문에서도 국민 누구나 저작권 걱정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안심글꼴 파일’을 총 254종 제공하고 있는데, 그중 163종이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 영역에서 공공재로 제공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서체 개발을 위한 학술용역(2007년, 1.5억 원), 웹적용 디자인 개발(2009년, 9천만 원), 추가 서울서체 디자인 개발 용역(2009년, 1억 원), 서울서체 장체 디자인 개발 용역(2010년, 2억 원), 서울서체 유지 관리사업(2015년, 9천만 원)으로 개발하였고, 2023년 6월, 디자인 서울 2.0 프로젝트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글로벌 탑 5 도시경쟁력의 디자인 도시로 견인한다는 목표로 서울빛, 서울색 그리고 ‘서울 서체 2.0’ 버전을 신규 개발하기로 하며 공공재로써의 서체를 개발해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그림  서울빛, 서울색, 서울서체 2.0 개발계획안(이미지 출처 : 서울시)


글로벌 IT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에 탑재되는 도시 서체

2010년에는 서울특별시, 2021년에는 서울특별시 마포구, 경상북도 안동시, 경상북도 칠곡군에서 개발한 서체가 글로벌 IT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문서 프로그램 MS 워드를 활용하는 이용자들에게 알려져 도시 홍보에 기여했다. 2017년 전라남도 외에도 2020년 서울특별시 마포구와 주식회사 한글과컴퓨터는 한컴오피스 2020에 기본 탑재하여 한글과컴퓨터의 문서 프로그램 이용자들이 서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2022년 디자인문화콘텐츠 산업인력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디자인 산업 규모는 2020년 기준 19조 4,244억 원으로 전년 대비 5.8% 증가하고 있고, 2021년 디자인산업통계조사에 의하면 2020년 디자인 인력규모는 350,835명으로 전년 대비 0.8% 증가했다. 일반 문서 사용자를 제외하고, 직접적으로 디자인 요소인 ‘서체’를 활용하는 인력도 0.8% 증가하는 추세다.


디자인 산업 규모(이미지 출처 : 디자인문화콘텐츠 산업인력현황 보고서)


공공 안심글꼴파일 이용 활성화 행사(이미지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마포 브랜드 서체 보급 및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식 (이미지 출처 : 마포구)


사회적 가치를 담은 서체

2008년 서울특별시가 서울남산, 서울한강체를 개발하고 배포한 것을 시작해, 할머니들의 성인문해교육 배경에서 개발된 칠곡군 서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작된 서울 마포 브랜드 서체 등 50개의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공재로 서체를 개발해 배포하고 있다. 2008년부터 IT기업 네이버는 매해 한글 아름답게 캠페인을 통해 나눔고딕, 나눔명조, 나눔바른고딕, 마루부리 등 충분히 현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서체를 한글날마다 배포하고 있고, 2009년부터 서체 전문회사 윤디자인그룹은 건국대 명계수 교수와 함께 밝은체를 개발하여 시각적 약자를 돕는 프로젝트를 희망 한글 나무 캠페인으로 시작해 그 후 매해 한글날마다 캠페인을 진행해오고 있다. 2012년부터 서체를 만들기 위해 배달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 우아한형제들은 한나체, 주아체, 을지로오래오래체 등 10종의 서체를 배포하고 있고, 최근엔 베트남 서체도 개발하여 배포하였다. 2014년엔 바르셀로나에서 Homeless Fonts 캠페인으로 1,400명의 노숙인을 돕기 위한 서체 프로젝트가 생겼었고,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에 Nabi letter 프로젝트로 위안부 피해를 보았던 이옥선, 길원옥 할머니의 손글씨를 서체 회사 붉다에서 개발해 잊혀가는 분들을 기억하게 하였다. 2019년, GS칼텍스는 올해 독립운동가들의 손글씨를 개발하여 가치를 만들고자 하였고 윤봉길, 윤동주, 백범 김구, 한용운의 필체를 복원하는 개념으로 서체를 개발하여 GS가 추구하는 가치를 사회에 알렸다. 브랜드 구축을 위한 서체가 아니라 대중들에게 사회적 가치를 전달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한 접근에서의 서체 프로젝트였다. 2021년,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저시력자, 노인 등 다양한 사용자들의 가독성을 높여주는 서체 KoddiUD 온고딕을 개발했다. 기존 고딕 서체를 분석, 오독의 여지가 높고 인지상 문제가 있는 글자들을 연구해 작은 글자 등 열악한 상황에서도 판독의 문제가 없도록 했다. 2023년 10월 9일 한글날엔 충남 부여군이 골목경제활성화를 위해 원조 먹자골목 일대 문화자원인 정림사지와 신동엽문학관의 문화자원을 디지털 서체로 개발하여 선포식과 서체 콘퍼런스, 그리고 서체를 활용한 시집과 굿즈 제작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자 기반을 조성하였다.


https://www.thevoiceofus.co.kr/news/article.html?no=11819


https://www.designsori.com/interview/1203020

https://www.youtube.com/watch?v=0PYlIFQNE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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