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귀가로 약간 피곤하였지만 격렬하게 반겨주는 스콜을 보니 기꺼이 수고를 감당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방을 문간에 대충 던져놓고는 곧바로 녀석에게 목줄을 끼우고 길을 나섰다. 가는 길이라고 늘 같은 길이지만, 개 꼬리는 사람의 입 꼬리 올라가듯 올라갔고 펄럭이기까지 한다. 개가 공 다음으로 좋아하는 게 산책이다.
이른 아침에 들렀던 공원을 늦은 밤에 다시 찾는다. 여전히 옆에는 개가 동행한다. 20대 초반의 젊은 청년이 다른 입구에서 뛰어들어 와 스콜을 스칠 듯이 지나친다. 인사성이 밝다. 그 와중에 “안녕”이라고 스콜에게 인사를 건넨다. 목적지는 조금 떨어진 벤치. 여자 친구가 미리 와서 앉아 있다. 두 사람이 손을 잡고 뭐라고 서로 말을 섞는다.
다음 벤치엔 그 남자가 보인다. 오랜만의 조우. 운동화에 운동복 차림이 아니라, 하늘색 셔츠에 비슷한 계통으로 더 진한 정장 바지를 입고 구두를 신었다. 옷차림만 다른 게 아니라 옆의 풍경이 달라졌다. 소주병은 그대로이나, 일회용 컵에 따라 마신다. 참치캔을 따서 얌전하게 나무젓가락을 얹어놓았다. 스마트폰에 고개를 파묻은 그의 옆을 지나는데 소주 냄새가 향수처럼 달콤하게 풍긴다. 늘 그렇듯 깨끗하게 면도해서 말쑥해 보였다.
공원을 반복해서 돌지 않고 큰길 쪽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횡단보도의 빨간불 앞에 서면 개가 같이 선다. 파란불이라 건너면 나란히 건넌다. 버스와 승용차ㆍ택시의 전조등이 온통 스콜에게 초점을 맞춘 듯 개털 한 올 한 올이 full HDTV보다 더 선명하다. 아까 공원에서 만난 그 젊은 남녀가 어느 틈엔가 나타나 우리를 앞질러 간다. 손을 잡은 채이다. 외양으론 내가 목줄을 잡은 듯이 보이겠지만 우리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