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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오신 날 무지개다리 건넌 나의 개

by 안치용

저는 방금 제 개를 멀리 보내고 왔어요. 2012년 11월 생이니까 조금 빨리 죽은 거죠. 개와 고양이는 무지개다리 건너간다고 합디다. 셔틀란드쉽독이고 이름은 스콜, 남자였어요. 후손은 남기지는 않았어요. 크리스마스엔 제대로 장례를 치르러 갑니다. 테어난 곳 인근에서. 편안하게 잘 갔습니다. 조금 이른 나이에 간 게 안타깝지만, 행복하게 살다 갔을거라 생각합니다. 사인은 암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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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콜은 지적이고 예민한 개였고, 사람은 물론 개나 고양이에게 적대한 적이 없어요. 착하고 순둥이었고 유일하게 격한 반응을 보일 때는 제가 귀가할 때였습니다. 중문에 녀석이 긁은 발톱자국이 완연합니다. 내가 자는 동안에 내 침대맡에 들어 추정컨대 매일 한 시간 자고 갔어요.

산책을 너무 좋아했고 이곳저곳 냄새 맡는 것에도 일가견이 있었어요. 작은 개들이랑 잘 놀고..

산책줄이랑 공이랑 합께 넣어주려고 합니다. 성탄절에 보내게 돼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는 것이나 가는 것이나 여일하지요.

슬픈 소식을 전한 건 아니고, 한 생명이 행복하게 살다가 편안하게 갔다는 얘기입니다. 성탄절에 어울리는 이야기이지요.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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