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누
- 시집『버찌의 스물여섯 번째 도서관』중에서
카누
스피커를 내려놓자 그녀가 물었다. 그러니까 빛과 온도에 소리를 담아 놓은 거네요. 원기둥의 표면에서 소리가 타오르고 있었다. 재가 될 리 없잖아요, 음악은…. 불길을 만지려고 우리는 손을 뻗었다. 놀란 음악이 뒷걸음질치며 전기포트 속으로 뛰어들었다. 음악을 따라 흘러가던 그녀가 손을 빼며 물었다. 커피 어때요, 실내에서 카누를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아닌가요. 콜! 물 끓는 소리가 리듬을 끌어모았다. 마술은 수용성이 짙어요. 불을 횡단하는 리듬들. 리듬을 타는 물결들. 출렁이는 카누를 들고 그녀가 천천히 다가왔다. 어디까지 저을 수 있을까요. 이 세계는. 물의 운행은 예측하기 힘들어요. 뭉쳐지지 않는 말들이 창에 부딪혀 흘러내렸다. 스피커 옆에 있으니까 모든 것이 타는 것 같아요. 카누를 젓는 그녀의 손목으로 불꽃이 옮겨붙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