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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또깡a Jan 31. 2018

빨간발 이야기.

- 빨간구두 패러디? 동화

'빨간발'이란 싸가지 없는 놈이 있었다.

왜 빨간발이냐면 남의 피로 발을 적셔, 쾌락에 젖어 빨간 발로 춤을 추는 뭐, 그런 놈이었다. 빨간발의 자애롭고 의로운 어머니는 매일 밤 그의 발을 씻겨줬다. 그래서일까. 어머니가 살아계실 동안 빨간발은 자신의 타고난 팔자? 본성? 여튼 그걸 숨기며... 그런 대로 평탄하게 잘 지냈다. 가끔이라고 하기엔 빈번할 정도로 사고를 쳐 어머니를 몇번 쓰러지게했지만, 빨간발의 어머니는 열심히 노력해서 씻겼고 빨간발도 어머니에게 가상함을 느꼈다. 건방진 것.


어느날 빨간발의 어머니가 죽었다.

아마 그녀는 가면서도 자신의 죽음으로 빨간발이 완전 착하고 다정하고 강인한 진짜 성인 남자가 되어 가정을 지키는 든든한 아버지가 되길 바랐을 것이다. 그런 순교자적인 믿음으로 가셨겠지만..

과연.


이때 어머니의 피가 빨간발의 발을 적셨고 그 후 빨간발은 완전 춤에 미쳤다. 어머니의 기대와 달리 가정을 등한시하고 재산은 점점 줄었다. 빨간발의 아내는 매일밤 울며 괴로워하고 힘들어했지만... 빨간발의 딸, 아들을 지키기 위해 참았다. 그러나 딸, 아들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또 모르기도 했다.

어려서 가엾은 것.


아들, 딸이 모르는 것은 빨간발이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랑 놀았다는 것이었다.

다른 여자는 짝이 있었다. 빨간발의 아내가 그 다른 여자의 짝에게 이르겠다고 다 같이 죽자고하니 겁이 덜컥 난 빨간발은 아내에게 울며 빌며 어른 자신의 발을 스스로 씻었다. 그렇게 짧은 몇년 빨간 발은 자신의 본성을 숨기고 지냈다. 단지 숨겼을 뿐인데... 그가 좋게 변했다고 믿은 아내는 기쁨에 넘쳐 빨간 눈물을 흘렸다.

안돼.


아내의 빨간 눈물이 빨간발의 발가락을 적셨다.

 빨간발은 발가락 끝으로 처음에 스텝을 밟았고... 점차점차 아내의 가슴에서 피가 나오고 어느덧 발을 모두 적시게 되고 아내의 피는 빨간발의 무릎위로도 넘실 거릴 정도로 흘러넘쳤다. 빨간발은 환희에 젖었고 전보다 더 쉽고 깊고 빠르게 춤에 미쳐갔다. 아내는 점점 말라갔다.

도움을 청하라.


결국 불쌍한 여위고, 힘들고, 지친 아내가 아들, 딸에게 모든 걸 털어놓았다.

어렸을 때 몰랐던 사실까지 전부. 딸과 아들의 가슴에서도 약간 피가 흘렀지만 그들은 젊고 강했다. 여기서 끝내고 싶었다. 빨간발에게 맞섰다. 빨간발은 미쳐 날뛰었다. 하지만 이윽고 그럴 필요가 없다 느꼈다. 딸, 아들의 가슴에선 피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수치스럽고 창피하고 약하게 하는 무언가가 나왔다. 그래서 그게 뭔지 알고 싶지 않아 최대한 딸과 아들을 피했다. 오직 아내만을 괴롭혔다. "어서, 더 많은 피로 내 발을 적셔줘."

여기까지.


-

자.. 더 이야기해볼까?

바로 이어진 이야기이거나 혹은 더더더 지난 시간이 흐른 그 언젠가 이거나,

-


아내는 더이상 피를 흘리지 않기 위해 강해지기로 했다.

아내는 딸과 아들을 믿었다. 자신의 피를 멈추고 자식들을 따르기로 했다. 무엇보다 변화할 자신을 믿었다. 빨간발은 피가 필요해서, 그럴 때마다 아내의 가슴을 억지로라도 찔렀다. 자애롭고 의로웠던 빨간발어머니가 떠올라 마음이 약해질 때도 있었다. 빨간발이 모든 걸 다 가져갈까 무서웠다. 빨간발이 불쌍해 약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아내, 아니 그녀는 조금씩 강해졌다. 가슴 속의 상처는 그녀 스스로 돌볼 수 있게 되었고, 피는 조금씩 양이 줄었고 어느새 더이상 새어나오지 않을 만큼 아물었다. 그녀의 가슴에서 빛이 났다. 딸과 아들이 항상 그녀 곁에 있었다.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절대로.


피를 구할 수 없는 빨간발의 발은 조금씩 썪어갔다.

고약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피로 젖었던 모든 곳이 무릎위아래로 썪어갔다. 결국 빨간 발은 발을, 다리를 자르게 되었다. 음악이 나와도 더이상 스텝을 밟을 수 없었다. 어떤 날은 기어서라도 춤을 췄지만 고통 때문인지, 지난날의 잘못 때문인지, 억울해서인지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크흑.


시간이 흘러 언젠가 빨간발은 지칠대로 지쳐 진이 빠져서 그대로 멈췄다.

몸만 멈췄는지, 생각과 마음까지 멈췄는지... 모르지만 여튼 멈췄고 말라갔고 선이되고 점이되고

언젠가.

그렇게 세상에서 빨간발의 모든게 지워졌다.

안녕.


근데 누구한테 인사한거지.


여튼. 그랬다고 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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