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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을 없앨 수 없는 이유

[카인] 주제 사마라구

by 글짓는 목수

"인류의 역사는 우리와 하나님 사이의 오해의 역사이니, 하나님은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는 하나님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주제 사라마구 [카인] 중에서 -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자와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자이다.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글을 읽을 필요가 없다. 앞으로 쓸 이야기는 신의 존재를 전제해야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신이 어떤 모습일까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이들이 신은 선할 것이라는 믿음을 지니고 살아간다. 그 믿음이 생겨난 것은 어쩌면 세상이 악하기 때문일 거라 생각된다. 선한 세상에 산다면 선한 존재에 대한 갈망이 있을 수 없다. 인간이 만들어 가는 세상이 악하게 변해가기 때문에 신이라는 선한 존재에 대한 간절함이 생기는 것이다.


선한 신이 인간을 창조했는데 악한 인간을 만들어 냄은 무엇 때문인가? 모순이다. 신은 선하고 인간은 악하다는 대립 구도는 인간을 죄인으로 만들었다. 죄인은 신의 뜻을 따름으로서 그 죄를 씻고 선하게 변해간다는 모순된 스토리는 이제 너무 오래되고 진부해 깨인 사람들이 받아들이긴 쉽지 않아 보인다.


인간의 삶은 모순을 끌어안고 품고 살아야 하는 것이 맞지만 이제 인간은 그 모순을 하나씩 풀어내려 한다.


신과 인간의 관계가 그 모순의 중심에 있다.



José Saramago (1922~2010)

주제 사마라구(1922~2010), 199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다. 포르투갈의 문인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페르난두 페소아(1888~1935)와 동시대의 사람이다. 그는 페소아 문학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사라마구는 그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페소아는 그 경계를 알 수 없는 모호한 신비주의 세계라면 사마라구의 세계관은 명확하다. 당시 세상에 대한 반항적 시각을 여실하게 드러낸다. 그는 마르크스의 세계관에 더 가깝다. 그는 문학을 통해 오랜 시간 유럽을 지배하고 있던 세계관의 전복을 시도한 인물이다. 그의 작품 속에는 그런 시도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특히 기존의 기독교적 세계관을 뒤집는 3종 세트(카인, 예수복음, 눈먼 자들의 도시)가 가장 인상적이다. 각각은 성경의 구약과 신약 그리고 신약의 마지막 요한묵시록을 그의 상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기존의 세계관의 전복을 시도한다.


문학은 이런 인간이 가진 모순적인 세상을 향한 때늦은 반항과도 같다. 문학이 학문될 수 없는 것은 세상을 바꾸는데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건 어려서부터 학문에 능한 자들이 세상을 지배하기 때문이고 문학은 뒤늦게 세상을 이해한 자들이 그들에게 맞서기 위해 만든 세계이기 때문이다. 정치, 경제, 법학, 과학, 의학, 공학과 같은 학문이 세상의 직접적인 변화를 이끄는 곳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문학은 우리와 같은 어중이떠중이들이 뒤늦게 이런 세상의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에 대해 의구심을 품으면서 그것들을 이야기로 만든 것이다. 그래서 (고전) 문학은 비극이다. 비극적 상황이 문학의 탄생 배경이다. 비극적이지 않다면 문학이 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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