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인가 축복인가

민수기(民數記 : Book of Numbers)를 읽고 난 소감

by 글짓는 목수

"자! 오늘로서 민수기가 끝이 났네요, 다들 한 명씩 민수기를 읽은 소감을 얘기해 볼까요?"


벌써 3주째 매일 저녁 성경 읽기를 하고 있다. 락다운 기간 교회의 모든 오프라인 활동이 중단되어 목사님이 제안한 온라인 성경 읽기에 참여하고 있다. 목자의 간곡한 권유에 힘입어 성경 읽기에 돌입했다. 워낙 읽고 싶은 책이 많아서 항상 성경 읽기는 뒷전으로 밀리곤 했는데 이번 락다운을 계기로 찬찬히 읽어간다. 창세기부터 시작된 읽기는 민수기까지 도달했다.


민수기는 모세오경(토라)의 한 부분으로 창세기로 시작되어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그리고 신명기까지

이어지는 유대인의 역사를 기록한 내용이다. 그리고 이 모세오경은 유대인들이 신봉하는 경전이고 이 부분 때문에 유대인들은 그들만이 하나님에게서 선택받은 민족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유대인들이 이집트 땅을 벗어나 가나안 땅으로 자신들의 나라를 만들려 이동하며 벌어지는 광야에서의 38년간의 역사를 서술한 내용이다. 이제 유대인들의 가나안 입성 전투 이야기(여호수아기)로 이어지려 한다. 신명기는 생략 ㅎㅎㅎ


언텍트 시대답게 매일 저녁 ZOOM 화상으로 모여 한 명씩 돌아가며 성경을 낭독한다. 걔 중에는 한국어가 서툰 한인 2세들은 영어로 성경을 읽는다. 그럴 때면 영어 듣기로 한국어 성경 읽기를 따라 내려가는 오픈북 리스닝 컴프리핸션 (Open book listening comprehension)까지 병행하게 된다. 덕분에 영어 공부도 한다. 잘 들리지는 않지만... 쩝


목사님이 민수기 부분을 읽은 소감을 각자에게 물어본다.


"왜 이렇게 독자를 생각하지 않고 적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들 웃음바다가 된다. 내가 너무 솔직했나? 하지만 정말 재미가 없다. 다들 뭔가 의미심장한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은 진지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 같다는 생각에 좀 멋쩍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굳이 남들 눈치 보며 마음에도 없고 생각도 나지 않은 말들을 억지로 쥐어짜 내며 말하고 싶지 않았다.


'다들 하나님에 대한 은혜와 위대함을 찾아서 얘기하는데 나만 이상한 건가?'


그냥 솔직히 필터 없이 내가 받은 느낌을 그대로 말했다. 물론 안에 내용에 대해서 얘기할 수도 있었겠지만 민수기 내용은 너무도 세세한 지역명을 포함한 이동경로와 재물의 종류와 그 숫자 그리고 세세한 율법에 대한 설명으로 도배가 되어 있어 기억하기도 어렵고 기억할 가치도 별로 없어 보인다. 한 가지 인상적인 게 있다면 여자는 사람 수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것과 인간을 하나님께 세금으로 받쳤다는 내용이다.


이래서 교회 사람들이 신약부터 읽으라고 하는 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구약부터 읽다간 아마 얼마 읽지도 못하고 나가떨어질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넘쳐나는 요즘 세상에 스스로 자진해서 지루하고 따분한 내용을 강인한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 내려갈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민수기를 읽고 받은 따분함을 감출 순 없었지만 읽고 나니 떠오른 한 가지 의문점이 있다.

"왜 하나님은 가나안으로 들어가는 유대인들 2세들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그렇게 세세한 율법들을 만들어 주신 걸까?"


목사님은 하나님이 나라를 운영해보지 못한 어린양들에게 세심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알려주어 그들이 나라를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은혜를 베풀었다고 해석한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 보면 하나님은 왜 인간들에게 그들이 스스로 율법을 세우고 체계를 만들도록 인도하지 않으셨을까 하는 의문을 같게 한다.


유대인 무리 중에는 모세 같은 유능한 인물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로 하여금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세세한 율법을 만들도록 해도 되지 않았을까? 왜 하나부터 열까지 어린아이들에게 밥을 떠먹이듯 다 만들어주신 걸까? 어찌 보면 하나님은 그들이 자율적으로 나라를 세우기보단 하나님이 세운 나라에 그들을 집어넣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치 태초에 에덴동산을 만들어 놓고 아담과 하와를 그곳에 풀어놓은 것처럼...


하지만 하나님은 여러 번 당했다. 풀어주면 방종과 불평불만만 쏟아내는 인간들을 믿지 못하시게 된 것일까 아담과 하와에서부터 시작된 불복종을 경험한 하나님은 더 이상 인간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기보다는 율법을 통한 강한 통제만이 인간을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인간은 신을 닮아 그렇게 수 없이 많은 법과 제도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인가?


성경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감사하다.

성경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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