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같은 존재

평범한 남자 시즌 2-48 (추가개정판)

by 글짓는 목수

"좀 먹어요 안 에스더"

"给我吧,我来给她吃吧” (줘봐요, 내가 언니한테 먹일게요)

"미안해요, 모두들"

퇴근길에 죽을 사서 안에스더 목자의 집에 왔다. 띠아오찬의 연락을 받았다. 안에스더가 몸져누웠다고 한다. 마음의 병이 결국 몸에 병을 가져온 듯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아픔이 몸까지 병들게 한다. 죽은 자가 산자를 데려가려는 걸까? 오랜 시간 함께한 동반자의 빈자리는 그 무엇으로도 채워질 수 없나 보다.




'임자~ 나도 곧 따라갈게'


과거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였다. 장례식이 끝나고 장지(葬地)로 가기 전 이었다. 온 가족이 큰아버지가 두 손으로 받쳐 든 할머니의 커다란 영정사진 뒤를 따라 살아생전 생활하던 시골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마지막으로 할아버지 곁으로 왔을 때 할아버지는 말없이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드려다 보셨다. 천천히 손을 들어 평안하게 미소 짓는 할머니의 얼굴을 더듬었고 입은 열었지만 소리가 나지 않는 말을 할머니에게 하려는 듯 보였다. 그땐 할아버지가 무슨 말을 했을까 궁금했는데... 아마 할머니 곁으로 가려고 했던 말이 아니었나 싶다. 정말 할아버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할머니 곁으로 떠났다. 반백년이 넘는 세월을 같이 한 동반자가 사라지자 견디기 힘든 슬픔과 허전함이 멀쩡하던 몸에 병을 가져온 것이다.


사람 인(人)은 두 사람이 기댄 선 모습에서 왔다고 한다. 인간은 기대설 누군가가 필요하다.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타인의 도움 없이 홀로 서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는 항상 인생의 동반자를 찾아 헤맨다. 싫든 좋은 그 동반자에게 한 번 익숙해지면 그곳에서 헤어 나오는 것은 쉽지 않다. 같이 했던 시간이 길면 길수록 그의 말과 행동은 뇌리 속에 깊이 새겨져 지워지지 않는다. 지우려 하면 할수록 더욱 생생하게 떠오르기만 할 뿐이다.


"이렇게 나약해서 어떻게 목자를 한다는 겁니까? 자신도 제대로 못 추스르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를 하나님께 인도한다는 거예요?, 왜! 요한 따라 하나님한테 가려고요?"

"..."

"干嘛!大叔你说啥呀?”(아니!? 뭐라는 거예요 아저씨!)


띠아오챤은 아픈 사람에게 도리어 화를 내듯 말하는 나를 당황한 표정으로 만류한다. 안 에스더는 나의 말을 듣고나서 그제서야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숟가락을 들어 죽을 입안에 떠 넣는다.


”刚才你为什么这样对待她呀?”(아까 언니한테 왜 그런 거예요?)

“她不是需要我们的安慰和照顾,她需要刺激, 过去是过去回不去的,活者该活着不能跟死者在一起,她忘了她该做什么所以我就提醒她”(그녀는 위로가 필요한 게 아냐, 자극이 필요한 거지 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되돌릴 수 없어, 산자는 살아야 해, 죽은 자와 같이 있을 수 없는 거야, 그녀는 자신이 뭘 해야는지 잊어버린 듯해서 일깨워준 것뿐야)


띠아오챤은 걷다 말고 갑자기 그 자리에 멈춰 선다. 몇 발 앞서 나간 나를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라본다.


"干嘛?看什么?”(왜? 뭘봐?)

"大叔! 你什么像个孔子似的”(아저씨! 무슨 공자님 같아)

"꼬르륵"

"饿了”(배고프네)

”我们吃点儿炒年糕和鱼饼怎样?”(우리 떡볶이랑 어묵 먹으러 갈까?)

“哇!快点儿去吧"(와우! 빨리 가요!)


그녀는 신이 난 듯 펄쩍 뛰며 앞장선다. 대학가 분식집 앞에 서서 떡볶이와 어묵으로 허기를 달랜다. 그녀가 한국에 와서 한국 친구들을 따라간 분식집에서 처음 만난 떡볶이는 입에 넣자마자 경험해보지 못한 이상한 매운맛에 도저히 삼킬 수가 없었다고 한다. 연신 물을 들이키며 이렇게 매운걸 어떻게 먹냐며 한국 친구들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고 한다. 그랬던 그녀가 한국생활 1년 만에 한국의 달고 매운 떡볶이 마니아가 됐다. 떡볶이 생각만 하면 입에 침이 고여 참을 수가 없다며 포크에 떡볶이를 두세 개씩 꽂아 입안으로 쑤셔 넣고 있다. 입가는 이미 떡볶이 양념으로 벌겋게 코팅이 되었고 이마에선 땀이 흘러내리고 있다.


"我最喜欢的韩国的小吃就是떡볶이!"(내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떡볶이예요)

"我喜欢吃武汉的热干面”(난 중국 우한 러깐미엔 좋아하는데)

“哇!真的?”(와! 정말요?)


대학교 4학년 마지막 1년을 중국 우한에서 보냈다. 아침 등굣길에 곳곳에서 파는 빠오즈(包子), 씨판(稀饭), 또우장(豆浆), 요우티아오(油条) 그리고 차예딴(茶叶蛋)등은 이미 눈에 익다. 못 보던 음식이 보인다. 중국의 여러 곳을 다녔지만 아직 본 적이 없는 음식이다. 면은 면인데 알 수 없는 누런 소스와 잘게 썰린 파가 얹혀 있다. 그것을 젓가락으로 자장면 비비듯이 비벼서 먹는 우한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면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나는 당장 그 맛을 확인해야 했다.

중국 아침식사 (상상-빠오즈, 좌상-시판, 좌하-짠지 , 중앙-또우장, 우상-요우티아오, 우하-차예딴)

"老板! 这是什么菜?"(사장님, 이거 무슨 음식입니까?)

"你是哪里人难道热干面都不知道?"(어디서 왔길래 러깐미엔도 몰라요?)

"热干面?我也来一碗"(러깐미엔? 저도 한 그릇 주세요)


난 옆 사람이 면을 비비는 모습을 보고난 후 자장면 비비듯이 비비고는 입안으로 한 입 집어넣었다.


"우웩! 이게 뭐야! 퉤 퉤 퉤!"

난 그 자리에서 입에 넣었던 러깐미엔을 모두 뱉어내었다. 자장면보다는 색깔은 연한 소스였지만 뭐 자장면 비슷한 맛이겠지 하고 생각하고 입에 넣었던 그것은 나에게 충격적인 맛을 선사했다. 사람은 기존에 먹던 음식들의 맛에 근거하여 다른 음식의 맛을 유추한다. 그 범주에 들지 않는 맛은 이상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그 위에 얹힌 소스는 참깨소스였다. 걸쭉하고 텁텁한 소스가 덕지덕지 면이랑 섞여 입안에 달라붙는 느낌이 거북스럽다. 한자 그대로 덥고 건조한 면이란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이름이다. 입안에 잠시 사막을 가져다 놓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나는 몰랐다. 사막에 오아시스가 있다는 사실을...


러깐미엔은 참깨소스와 면이 섞여 입안으로 들어간 뒤 입안을 돌아다니며 침샘을 자극하면 흘러나온 침과 함께 뒤섞여 참깨장의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건조했던 면발의 느낌은 어느새 촉촉하게 녹아든 소스와 함께 부드럽게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그 속에 무짠지를 몇 개 넣어 새콤함을 더한다. 그 맛을 알고 난 후부터 매일 아침 일어나면 찾게 되는 음식이 되었다. 나중에는 등굣길에 중국 학생들처럼 자전거를 타고 가며 러깐미엔을 먹는 신공을 터득하기에 이르렀다.


"哇 你完全变成武汉人了 哈哈哈, 我也好想念吃热干面"(와! 완전 우한 사람 됐네요 하하하, 나도 러깐미엔이 그립네요)

"明年春节回家吃就行嘛"(내년 설날 집에 가서 먹으면 되지)

"我不能回去"(갈 수가 없어요)

”为什么?”(왜?)

“我如今没有地方可回了”(나는 이제 돌아갈 곳이 없어요)


떡볶이와 고향 얘기로 웃음꽃이 피었던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다. 손에 들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고 종이컵에 담긴 어묵 국물을 들이키며 입안을 씻어 넘긴다. 그리고 옆에 놓여있던 두루마리 휴지를 두세 번 돌려 뜯어내어 양념으로 코팅되었던 입술을 닦아낸다. 닦아낸 입술은 매운 떡볶이 양념에 화가 난 듯 닦아도 붉은 기운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녀는 등을 돌려 인도로 걸어 나간다. 어두워진 표정과 축 쳐진 뒷모습이 그녀에게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음을 예상케 한다.


"谢~大叔,我吃饱了 下次我请!再见!”(고마워요 아저씨 배부르게 잘 먹었어요. 다음엔 제가 살게요 )


누구에게나 향수를 불러오는 음식이 있다. 그녀는 떡볶이로 러깐미엔의 향수를 견디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쾅쾅쾅!"


나의 원룸 현관문을 강하게 두드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머리맡에 놓아둔 핸드폰을 손으로 더듬어 확인한 시간은 새벽 2시를 넘어가고 있다.


"아놔 ~ 씨X! 또 어떤 자식이 또 술 처먹고 남의 집 문을 두드리고 난리야!"


대학가 근처 원룸에는 가끔씩 술에 취한 대학생들이 집을 잘못 찾는 경우가 있다. 남의 집 도어록 비밀번호를 잘못 누르거나 문을 두드리거나 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특히 3월의 대학교 개강 시즌이 되면 그런 꽐라된 대학생들의 주사를 심심찮게 목격한다. 얼마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쾅쾅쾅! 세리야~~ 제발! 문 좀 열어봐 쾅쾅쾅! 제발! 쾅쾅쾅!”


‘아놔! 이 새벽에 또 어떤 새끼가…’


한 번은 새벽에 누가 옆 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어떤 술 취한 청년의 목소리였다. 그는 몇 분 동안을 옆집 현관문을 두드리며 그 집에 사는 사는 여자의 이름을 불러댔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소리가 멈췄다. 잠시 뒤 한 그 청년은 빌라 앞에 있는 오래된 고분 위에 올라가 확성기를 들고 여자 이름을 부르짖었다.


♩ ♪ 날 떠나지 마 가는 널 볼 수가 없어 ♫ ♬


그 청년은 박진영의 [날 떠나지 마] 노래를 부르는 라이브 쇼를 하는 통에 그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밤잠을 설치고 베란다로 몰려나와 보기 싫은 생쇼를 감상해야 했다. 결국 경찰까지 출동했다. 경찰이 그를 고분 위에서 끌어내리려 하자 그는 바지를 내리고 고분 위로 올라오려는 경찰들을 향해 오줌을 갈겼다. 경찰들은 그를 잡으려 올라가다 오줌 세례를 받으며 구경 나온 주민들의 한바탕 폭소를 자아냈다.


"야! 세리! 얼굴값만 하는 줄 알았더니 몸 값까지 하냐! 네가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그때 그 청년은 내가 서있는 베란다 쪽을 향해 손가락질을 해대며 소리쳤다.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내 쪽을 응시했다. 알고 보니 그 청년은 나의 옆집에 사는 그 유흥주점 여자를 짝사랑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 야단법석에도 그 여자의 방에는 불이 꺼진 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원룸 건물 앞에 주차된 하얀색 BMW3가 그녀가 집에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세리야~ 제발 얼굴 좀 비춰줘~ 나 모든 걸 다 용서할게! 나 너 정말 사랑한단 말이야! 나 이제 너 아님 안돼”


‘세리’라는 옆집 여자는 은택형의 송별회 때 유흥주번 [파라다이스]에서 마주친 이후로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다. 그녀는 아침에 내가 출근하면 집에 들어오는 듯했고 내가 회사에서 야근 중일 때 출근하는 듯 거의 마주칠 일이 없었다. 지금 저 젊은 청년은 그녀가 몸도 파는 여자라는 사실을 이제야서 알게 된 모양이다. 사실 이런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오밤 중에 술에 취해 그녀 집을 찾아오는 남자가 여럿 있었다.


‘참~ 옆집 여자 진짜 얼굴값 몸값 다 하는구만’


그녀는 끝내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다. 그 청년은 결국 경찰에게 붙잡혀 끌려가는 것으로 소동이 마무리되었다. 소동이 끝나고 동네가 조용해지자 옆집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뒤 베란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한 남자가 원룸 입구에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서둘러 앞에 주차된 검은색 벤츠를 타고 조용히 사라졌다.




“쾅쾅쾅!”

“아놔~ 또 어떤 자식이 찾아온 거야? 근데 왜 우리 집 문을 두드리고 지랄이야!


이번엔 알콜성 치매로 집도 헷갈린 모양이다. 모처럼의 단잠을 깨어 기분이 상당히 좋지 않다. 하지만 나가봐야 좋을 게 없다. 그냥 조용히 사라지길 바라며 귀를 막고 이불을 덮어썼다.


"쾅쾅쾅, 大叔! 是我貂蝉开门啊!” (아저씨! 나예요 띠아오챤! 문 좀 열어줘요)

"헉! 이 시간에 띠아오챤이?"


들리는 목소리는 띠아오챤이 분명해 보인다. 뭔가 크지도 작지도 않은 다소 떨리는 듯한 목소리가 문틈 사이로 새어 들어온다.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현관으로 성큼 다가간다.


"띠아오챤?"

"是! 大叔! 你快点儿开门,好不好?”(예 아저씨 빨리 문 좀 열어요)


나는 잠긴 문을 열었다. 띠아오챤은 가죽 미니스커트에 쇄골이 다 드러나 보이는 달라붙은 니트를 입고 있다. 얼굴엔 짙은 화장이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물기에 범벅이 되어 얼룩져 있다. 그녀가 입고 있는 니트는 누군가가 심하게 잡아당긴 모양이다. 한쪽으로 심하게 늘어나 그녀의 브레지어 한쪽이 드러나 보일 정도이다. 그녀는 내가 문을 열기가 무섭게 현관으로 뛰어들어오고는 서둘러 문을 닫아버린다. 그리고는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문고리를 잡은 채 현관 바닥에 주저앉아 버린다.


“有什么事?你鞋子呢?” (무슨 일이야? 신발은?)


그녀는 대답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거친 숨을 내쉬며 숨을 고른다. 그녀는 맨발로 뛰어왔는지 스타킹을 입고 있는 발바닥은 흙이 잔뜩 묻어있다.


"大叔! 你帮我拿点水好吗?” (아저씨! 물 좀 줄래요?)


나는 얼른 냉장고로 가서 생수를 컵에 따라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한 번에 물을 다 들이켜고는 현관 문고리를 잡고 자리에서 일어서 방안으로 발을 옮긴다.


"미안해요 아저씨!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야? 도대체?"

"今晚我睡在你家可以吗?”(오늘 밤 아저씨 집에서 자도 돼요?)

“你先说一说,到底什么事? 又是上次那些私人放贷家伙们?” (우선 말해봐 도대체 무슨 일이야? 설마

또 접때 그 사채업자들이야?)

“不是”(아녜요)

“那么...”(그럼...)

“我先洗一洗,好不好?"(우선 좀 씻으면 안 될까요?)


그녀는 욕실로 향한다. 발바닥을 다쳤는지 한쪽 발을 바닥에 제대로 딛질 못하며 절뚝거리며 욕실로 들어간다. 그녀가 욕실로 들어가고 샤워기 물줄기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난 이 상황이 옛 기억을 다시 상기시키며 불길한 예감을 지울 수가 없다.


'이건 도대체 뭐지? 반복되는 건가? 오늘 잠은 다 잤구만, 내일 출근해야는데... 아하~'


한참이 지나 물소리가 멈춘다. 욕실 문이 살짝 열리더니 그녀가 문틈 사이로 고개만 내민다. 젖은 머리를 올려 잡은 손 아래로 물기가 흘러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大叔! 给我简单的衣服好吗?”(아저씨, 간단히 입을 옷 좀 없어요?)


나는 옷장 서랍에서 흰 티셔츠와 반바지를 꺼내 그녀가 내민 손에 쥐어준다. 그녀는 잠시 뒤 머리엔 수건을 두른 채 욕실에서 나온다. 절뚝거리며 몇 걸음을 내딛다가 방바닥에 주저앉는다. 이맛살을 찌푸리며 발바닥을 매만진다.


"我脚掌好像被划伤了吧”(나 아무래도 발바닥을 다친 것 같아요)


나도 같이 방바닥에 앉아 그녀의 발바닥을 살핀다. 그녀는 맨발로 뛰어오다 무언가 깊고 날카로운 것에 베어 살과 살이 벌어져 있다. 붉은 속살에서 계속 핏물이 새어 나오고 있다. 나는 그녀의 발에 소독약과 연고를 바르고 밴드로 벌어진 살을 붙여준다. 그녀는 적지 않는 통증에도 내가 그 일을 끝낼 때까지 가만히 나를 쳐다보고 있다.


"现在怎么样?"(이제 어때?)

"还好 谢谢!”(괜찮아요 고마워요)


그녀는 내가 붙인 밴드를 만져본다. 나와 상처 부위를 번갈아 쳐다본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연다.


"大叔! 你能帮我吗?”(아저씨 나 좀 도와줄 수 있어요?)


띠아오챤은 평소와는 다른 진지한 표정이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를 응시하며 말한다.


“这是第一次啊,我求人家做什么” (나 처음이야, 누구에게 부탁이란 거 해보는 게…)


그녀는 여태껏 그 누구에게도 부탁이란 것을 해보지 않았다. 그녀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나는 도대체 무슨 일인지는 궁금했다.


[네 손이 선을 베풀 힘이 있거든 마땅히 받을 자에게 베풀기를 아끼지 말며]

- [잠언] 3:27 -


불현듯 오늘 낮에 교회에서 봤던 성경구절이 떠올랐다. 가장 괴롭고 아픈 상처는 다른 이에게 쉽게 드러내지 못한다. 사람이란 본디 사악해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그곳을 후벼 팔 수도 있다. 더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 그래서 상처받은 자는 누군가에게 쉽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못한다. 그래서 비밀을 지켜줄 신이라는 존재에게 간절히 기도하며 도움을 바란다. 지금 나는 그녀에게 유일한 신과 같은 존재이다.


나는 그녀의 간절한 눈빛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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