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성공을 축하하지 못하는 사회에 대하여

by 나무를심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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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타인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는가."


이 책을 집어 든 당신에게, 가장 먼저 묻고 싶은 질문이다.

이 질문은 예의에 대한 것이 아니다. 성숙함을 묻는 질문도 아니다. 선한 마음을 가졌는지를 가늠하려는 시험 역시 아니다. 이 질문은 훨씬 더 잔인하고, 훨씬 더 정확하며 직설적으로 당신이 어떤 구조의 삶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묻는다.


우리는 흔히 말한다. “축하해.” “대단하다.” “네가 해낸 거야.” 이 말들은 가볍다. 너무 가벼워서, 스스로를 속이기에 적당하다. 형식적으로 건네는 대부분의 경우, 그 말은 예의의 형태를 가장한 침묵이며, 불편함을 숨기기 위한 사회적 소음에 가깝다. 그러나 이 문장들이 진심일 때는 상호적 교감으로 이어져 그다음 단계의 정서적 성장을 이루는 토대가 된다.


누군가의 성공 소식을 들었을 때, 당신의 첫 감정은 무엇이었는가. 기쁨이었는가, 아니면 계산된 반응이었는가. 축하를 표현하는 박수였는가, 아니면 순간적인 자신과의 비교였는가.


이 책은 그 첫 감정과 마지막 감정을 묻는다. 그러나 그 감정을 도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대신 냉정하고 철저하게 민낯을 해부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배워왔다. 타인의 성취를 축하하지 못하는 이유는 개인의 인성 때문이라고. 마음이 좁아서, 성숙하지 못해서, 혹은 열등감이 많아서라고 말이다. 사회적으로 학습된 결과, 우리는 이 불편한 감정을 개인의 결함으로 밀어 넣고, 더 이상 깊고 신중히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따라서 앞선 설명은 지나칠 정도로 너무 편한 데다가 거짓말에 가깝다.

만약 이 감정이 개인의 문제라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는가. 왜 성공한 사람의 주변에는 언제나 비슷한 말들이 따라붙는가. “운이 좋았을 뿐이다.” “너무 튄다.” “변했다.” “초심을 잃었다.” 이 문장들은 마치 누군가 미리 써 둔 각본처럼 놀라울 만큼 반복된다.


이 책은 그 각본의 사회적, 심리적, 문화적 출처와 원리 그리고 해석의 흐름을 추적한다.

타인의 성공은 왜 기쁨이 아니라 위협이 되는가. 왜 어떤 이들의 성취는 축하받는 순간보다 공격받는 순간이 더 빠르며 나락은 일순간이 되는가. 왜 사람들은 앞서가는 이를 끌어내리면서, 그것을 정의라고 믿게 되는가.

이 질문들에 답하는 과정에서 이 책은 위로하지도 공감하지도 않는다. 대신 하향 평준화를 따르는 이들의 퇴행 중력의 구조적 속내를 바닥까지 드러낸다. 인간의 본능, 집단의 알고리즘, 그리고 사회가 은밀하게 조작해 온 왜곡된 행동들을 하나씩 펼쳐 보일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당신은 몇 번이고 불편해질도 모른다. 누군가를 떠올릴 수도 있고, 어떤 장면에서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독자를 안전한 관찰자의 위치에 두지 않는다. 언제나 독자 역시 구조의 일부임을 상기시킨다.


이 책을 집어든 용기있는 당신에게 경고한다.

이 책은 당신을 위로하기 위한 책이 아니다. 당신의 감정을 정당화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당신이 이 문제의 바깥에 서 있다고 허락하지 않는다.


만약 이 책을 읽고 싶지 않다면, 지금 덮어도 좋다. 이 책은 도망칠 수 있을 때 도망치라고 말해 주는 몇 안 되는 책 중에 하나다. 만약 당신이 이 책이 던지는 질문에서 눈을 돌리지 못했다면, 누군가의 성공 앞에서 느꼈던 그 미세한 불편함이 아직 마음속에 남아 있다면, 이 책은 당신을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대하게 될 질문들에 대한 답은, 생각보다 당신 가까이에 있다. 예상컨데 그 답을 알게 된 뒤에는, 이전처럼 누군가를 위해 쉽게 박수칠 수도, 쉽게 비난할 수도 없게 될 것이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