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과 중국 간의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이는 중국군의 무력 시위 중 가장 눈에 띄는 행동은 다수의 군용기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전개하는 것이다. 방공식별구역이란 각국의 국방부가 설정한 특정 공역을 말하는데, 국제법상 영공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기에 받아들이지 않는 국가가 더 많다.
하지만 속도가 빠른 항공기가 영공에 침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타국의 방공식별구역을 진입할 때는 미리 통보하는 것이 관례이다. 이를 인정하지 않는 러시아나 중국 등의 항공기가 우리 KADIZ를 침범하는 일은 과거부터 종종 있었는데, 최근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폭격기 2기 동해 상 비행
을지 연습에 불만 표시?
다수의 언론에 의하면 지난 23일, 러시아군 전략폭격기 Tu-95 2기가 KADIZ에 진입해 동해 공해 상공을 비행했다. 이 사실은 러시아 관영매체인 스푸트니크 통신에 의해 알려졌는데 러시아 국방부는, “예정된 7시간의 비행을 했다”라며 특정 단계에서 한국 공군의 F-16 전투기들이 출격했다고 전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와 관련해, “러시아 군용기의 KADIZ 진입 이후 우리 군은 우발상황에 대비해 정상적인 전술 조치를 했다”라고 발표했다. 이번 KADIZ 침입은 공교롭게도 한미 연합 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 본 연습 이틀 차에 이루어져,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견제 측면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고희 바라보는 Tu-95
굉음내는 소련 폭격기
Tu-95는 1950년대부터 실전 배치된 구소련제 장거리 전략폭격기이다. 최초 비행으로부터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현역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 폭격기는, 우수한 설계를 바탕으로 20여 개의 개량 기종을 낳기도 했다.
전장 46.2m, 전폭 50.1m의 우람한 몸집을 가진 Tu-95는 최대 925km/h의 속력과 15,000km의 항속거리를 보이며, 20톤에 달하는 폭장량을 자랑한다. Tu-95의 가장 큰 특징은 어마어마한 소음이 꼽히는데, 이번에 KADIZ를 침범한 것으로 알려진 Tu-95MS는 엔진 개량을 통해 진동과 소음을 반으로 줄인 모델이지만 그럼에도 엄청난 굉음을 낸다.
“만만한 게 우리지”
네티즌들의 반응은
한편, 러시아 전략폭격기가 KADIZ에 침입했다는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불만 있으면 미국 방공식별구역 가서 비행해라”, “우리나라가 만만하냐”, “자주국방에 힘써야 하는 이유다”, “골동품 가지고 도발하기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는 심기가 불편할 때마다 KADIZ에 진입해왔고, 매번 ‘훈련이었다’, ‘예정된 비행이었다’ 등의 이유를 내놓았다. 하지만 2019년에 러시아 조기경보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했던 사례를 생각하면, 보다 적극적이고 기민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