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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기와 함께 하는 미술품컬렉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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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고양고양 Jul 13. 2022

남재현 작가님 <차 속 나무 심기> 컬렉팅

달님, 안녕?

컬렉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컬렉션의 주제를 브로드하게라도 정해보는 것이 좋다. 물론 모든 작품이 그 주제에 부합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주제가 있으면 해당 주제에 대해서 깊이있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삶의 큰 즐거움이 된다.

우리 가족은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소재의 작품들을 컬렉팅하고 있다. 컬렉션명도 아이 별명에서 따온 "슈니컬렉션"이다. 참고로 판화는 컬렉팅하지 않고 원화만 하고 있다.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아이와 함께 작품을 감상하면서 아이가 선택하는 작품으로 컬렉션을 꾸며볼 예정이다.

앞으로 슈니컬렉션의 전부는 아니라도 일부는 종종 소개해보려 한다. 우리도 초보컬렉터이기 때문에 공부하는 입장이기도 하고, 혹여나 작가님께 누를 끼치는 건 아닐까 약간은 망설여졌다. 그래도 다른 분들이 사진으로나마 함께 작품을 감상해주면 기쁨이 배가될 것 같아 용기를 내본다.

오늘은 우리가 거실벽에 걸어두고 감상하는 남재현 작가님의 "차 속 나무 심기"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작품 덕에 우리집은 24시간 휘영청 밝은 달을 감상할 수 있으니 감사하다. 좋은 의미의 작품이기에 복도 많이 들어오지 않을까 기대도 해본다.

남재현, <차 속 나무 심기>(2021)

콜라스트갤러리 <MyMy>전에 전시된 모습

장지 위에 동양화 물감과 먹을 이용해서 실사처럼 표현된 달 그림이다. 비현실적이지만 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 있는 오스틴 미니쿠퍼(작가님 피셜!)가 달 앞을 유유히 지나간다. 그 안에 타고 있는 태연한 표정의 귀여운 비숑 프리제가 인상적이다.

위 사진에서 보여지듯이, 달에 대한 묘사는 극사실적이다. 나무, 비숑프리제, 오스틴 미니쿠퍼도 다 현실세계의 산물이건만 이 모든 오브제가 모여서 연출하는 세계는 비현실적이라서 매력적인 작품이다. 보들레르의 "이 세상 밖이라면 어디라도(N'importe ou hors du monde)"라는 시가 떠오르기도 한다. 작품보다는 훨씬 어두운 세계관의 시이지만 말이다.

콜라스트의 남재현 작가소개에 따르면 달은 희망과 소망이 들어간 이상향이라고 한다. 비행기, 자동차 등의 교통수단을 타고 달에 감으로써 잠시 현실을 떠나갔다 온 듯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고 한다. 우리 전통에서 달은 추석때 간절히 소원을 비는 대상이기도 하기 때문에 좋은 의미로 가득한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작품을 집에 들인 뒤 남편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 일도 잘 풀리는 느낌이라 고마운 그림이다.

컬렉팅 계기

지난 2021년 12월, 성수동에 위치한 콜라스트갤러리의 <MyMy> 전시를 구경갔다가 남재현 작가님의 이 작품에 인연이 닿았다.

사진을 보면 수많은 달 그림들이 있었지만, 우리 마음에 들어온 것은 이 귀여운 비숑프리제가 있는 작품이었다. 당시 남재현 작가님 그림들이 sold out 되는 바람에 애초에 전시예정이 아니었던 이 작품이 급하게 공수가 되었다고 알고 있다. 아마도 우리와 인연이 되려고 그랬나 보다.

아이가 아직 9개월 때였지만 갤러리에서는 조용히 작품을 감상해 주었다. 뒤에 서있는 사람은 내 친정 여동생인데 여동생 역시 남재현 작가님 그림을 한 점 컬렉팅했다. 그래서 약간은 민망했지만 이런 단체사진도 한 컷 찍었다.

사실 당시에 남재현 작가님이 어떤 분이신지 스터디하고 컬렉팅했던 것이 아니라서 작가님의 프로필은 나중에 찾아보게 됐다. 남재현 작가님은 작품활동을 꾸준히 하시고 다양한 개인전과 단체전을 오랜 기간 해오신 분이셨다. 컬렉터 입장에서는 아티스트의 절필이 제일 두려운데, 그럴 위험은 매우 낮아 보였다. 올해 들어서는 케이옥션 프리미엄 경매에도 출품이 되어 낙찰이 되기도 했으니 시장성도 어느정도 검증됐다고 보여진다. 컬렉터 입장에서는 감사한 일이다. 꽃길만 걸으소서..

아들이 좋아하는 달 그림

저 때는 걷지도 못하던 어린 아기였는데 지금은 어느덧 16개월이 되었다. 이 그림을 보여주면서 "달님, 안녕?"하면 꺄르르 웃어주기도 한다. 이렇게 달 아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국민문짝 장난감을 갖고 놀기도 한다. 앗, 이렇게 잠옷을 입고 머리가 뻗친 어리벙벙한 상태로도 멋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미술품 컬렉팅의 큰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