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손절하기 전 마지막 만남에 그 친구가 한 말
언니는 돈이 도대체 어디서 나?
궁금증과 짜증이 동시에 섞인 표정으로 그 친구는 말을 했다.
아, 내가 손절을 당했으니 친구였던 사람의 말이었다.
그게 맞겠다.
나는 저런 질문을 하는 저의가 궁금했다.
아니, 그냥 저런 걸 궁금해하는 사람의 심리가 궁금했다.
내가 뭐라고 말해야 저 여자가 듣고 싶었던 정답이었던 걸진 사실 지금도 모르겠다.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까.
내가 돈이 어디서 나는지 궁금하면 금수저 보고는 엉엉 울려고 하나?
아니면 본인이 본 금수저만큼도 아닌 게 명품을 갖고 있으니 화가 나는 걸까?
같은 대학을 나왔는데 집안차이가 나는 게 이렇게까지 박탈감을 주는 게 너무 싫은 걸까?
나는 학부로 졸업을 했는데 본인은 석사까지 어떻게든 끌었고 학력이 더 높은데,
내가 본인보다 편하게 사는 것 같아서 싫은 걸까?
쟤는 뭐 하는데 저렇게 돈이 많은 것처럼 살지?를
나보다 돈이 훨씬 많았는데 티를 안 냈던 거네, 로 귀결시키지 못하는 건 자랑이 아니다.
할아버지가 건물주고 아빠가 어떻고 투자가 저떻고 여러 가지를 말하면 알아들을 수나 있나 싶다.
듣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서 가장 쉽게 설명해 줬다.
투자한 것에서 수익 난 것의 일부를 나는 쇼핑에 쓴다고.
그랬더니 언니에게 그게 왜 있냐고 묻는다.
어릴 때부터 쌓인 투자라고 하니 인상을 쓴다.
본인은 머리가 좋은데 주변이 멍청하다고 인지하는 그녀가 투자의 복리를 모르는 걸 보면 이렇게 메타인지가 중요하다.
재벌가에서 3살짜리 아기에게 말도 안 되는 양의 주식을 증여하는 건 당연한 거고,
그냥 좀 사는 집안인 사람일 뿐인 내가 30대가 되어서 주식 수익 일부를 명품에 쓰면 미친 사치녀인가.
나보다 더 검소한 사람들은 당연히 존재한다. 그런데 그렇다 한들, 내가 법을 어겼나? 도덕을 저버렸나?
그리고 내가 내 돈으로 한심하게 사치를 부린 들, 본인처럼 빚내가며 오피스텔에 어떻게든 살려고 붙어있는 삶과 상당히 다르지 않을까.
대출해 가며 명품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해본 적도 없지만 그녀 눈엔 내가 그런 사람이어야만 하나보다 싶다.
그래야 본인이 덜 비참하니까.
그런데 다 이해하겠다.
내가 학력까지 이렇게 높였는데 세상은 그 대우를 해주지 않고 원망스럽겠지.
저 언니는 저렇게 놀아도 집에서 지원해 줘서 똑똑하고 다정한 남자 만나서 떵떵거리며 사는 거 같은데,
왜 나는 저 언니보다 똑똑하고 성실한데 난 못한 삶인 것 같지? 싶었겠지.
그런데 궁금하다.
내가 본인에게 건넨 호의와 위로, 공감, 시간들은 뭐로 보였는지.
왜 단순히 나를 그저 또 각도기로만 보고 비교를 혼자 해대며 쉐도우 복싱을 하는 건지.
예전과 똑같은 느낌이 들었다.
3년 전 내가 도저히 못 버티고 손절을 한 그때가 떠올랐다.
이번에 그녀가 나를 보며 언닌 어차피 남편이 있잖아, 그러니까 그런 도전을 할 수 있는 거지라며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고 주변 덕분에만 살아갈 수 있는 거란 식으로의 말을 내게 무한 반복할 때 눈치챘어야 했나.
그녀가 2년 전쯤, 내게 이메일까지 써가며 장문의 사과문을 보낸 이유는 뭘까 궁금했다.
저 언니는 언제나 한량같이 살고 부모님 돈 쓰며 사는 한심이니까,
저 언니의 한심스러운 삶을 볼 기대를 하고 쓴 글이었을까.
학력 하나는 내가 석사를 따서 높으니까, 그러니 인정은 더 받는 삶을 살거라 믿었겠지 나보다는.
그러니 다시 연락이 닿았을 때, 이미 결혼까지 하고 안정적인 삶을 사는 나를 보니 스트레스를 그렇게 받았는 게 아닌가 싶다.
다시 미쳐가는 듯한 그녀를 보면서 이번엔 어떻게 손절을 해야 하나, 그냥 넘어갈까, 쟤가 취직만 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괜찮은 남자를 만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수없이 고민했다.
그래도 내게 이어가고 싶은 뜻을 밝힌 사람을 또 내치지는 말자 싶었으니까.
그런데 마지막 전화가 내가 설마 싶게 추측한 그녀의 심리가 맞아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암시하는 듯했다.
수학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라고 하자, 언니가 무슨 수학수업을 해? 라며 당황하며 얼마를 벌게 되는 거냐고 물었다.
얼마를 번다고 하자, 내가 버는 알바보다 못하네 난 일도 거의 안 하면서 그 돈 버는데!!라고 하길래 그렇구나 했다. 내게는 일을 조금이라도 다시 해보는 게 중요했기도 했고, 금액이 별로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면서, 수학강사 제의는 나도 왔어, 그런데 난 안 한다고 거절했어! 그딴 걸 왜 해?라고 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우린 다시 끝이구나 싶었다. 자존감이 박살 나다 못해 어떻게든 나를 까내리고 싶어서 안달 난 그 말을 듣는 게 힘들어졌다.
3년 전 손절하고, 너무 내게 막말로 답장을 하는 걸 보고 충격 먹어서 한동안 심리상담을 받은 게 생각났다.
주변에서 그 미친 여자는 제발 좀 손절하라는 얘기들을 귓등으로 넘겼던 지난 시절과 이번에 다시 연락을 한다고 할 때도 결국 정에 져버린 거냐며 언젠간 꼭 손절을 하길 바란다는 다른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아, 그랬지.
네가 나르시시스트인 걸 내가 알고 있었는데, 그게 3년이란 시간 동안 나아진 줄 알았던 건 내 욕심이지.
몇 학년을 가르치는 거냐는 질문에, 고2수학까지 가르친다는 말에, 갑자기 친구가 전화 왔다며 다시 전화하겠다면서 전화를 끊어버린 그녀.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예상대로 카톡이 왔다.
"언니 이제 연락 그만하자. 3년 만에 만났는데 예전처럼 언니가 엄청 좋지는 않아 미안해"
그래.
저번처럼 욕을 할 순 없겠지.
왜냐하면 다시 만났을 때부터 나는 한 번도 말로 네 심기를 거스르지 않았으니까.
네가 어떤 말을 해도 넘어가주는 걸 넌 너무 잘 알고 있었을 테니까.
그런데 단지, 나의 환경이, 나의 상황이 네 심기를 거슬렀겠지.
그러니 넌 더 이상 내가 엄청 좋아할 만한 언니는 아닌 것 같다는 말로 끝냈겠지.
프로필차단까지 되어있는 걸 보고 답장을 할 생각도 접었다.
그리고 그런 결론에 이르렀다.
그녀의 엄마가 그녀를 손절한 내용을 들을 때 그녀의 엄마가 너무 하신 것 같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젠 엄마분이 이해가 간다.
나도 이제 너를 손절한다.
아니, 손절해 줘서 고맙다.
다신 내 인생에서 마주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모른 척해주길.
네 말대로, 난 3년 전과 다르게 남편이 있어서인지 나이가 들어서인지 너랑 손절하고도 심리상담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
예전보다는 확실히 단단 해진 거겠지.
그게 넌 불편했을 거고.
그래도 잘 지내길 바란다.
네가 불행하면 또 네 주변 사람을 괴롭힐 게 넌 분명한 사람이니까.
그래서 잘되길 바란다.
너와, 네 주변을 위해서.
왜냐하면 그들도 우리 사회 속 일원이니까.
그리고 다시 만나서 웃고 떠들던 그 시간 동안의 내 모습조차 모든 걸 의심할 것 같은 네게 말하는데,
난 너와 잘 지내고 싶었고 그래서 네 막말들도 다 넘겼고 그게 너에 대한 내 우정이었다.
믿기 싫으면 믿지 말고,
그 우정이 진심이었기에 실망했고 다시 보기 싫은 거니까.
다른 사람의 진심조차 왜곡해야만 하는 네 인생을 불쌍히 여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