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인정이 고프다
어제 코칭을 마무리 하려는데 섬세하고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던 고객 분이 고개를 떨구더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당황스러운 상황을 어서 수습하고 인사를 하려는 노력을 하셨으나 오랫동안 억눌러온 회한이 봇물처럼 밀려나오 듯 눈물이 멈추어 지지 않았다. 그렇게 눈이 빨게 지도록 한참을 울고 나서는 한층 가벼워진표정으로 고맙다는 말씀을 하신다.
“선생님.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누구한테 관대하다는 말을 처음 들었어요. 아무도 저에게 이런 말을 해준 사람이 없었어요. 저는 그냥 제가 좋아서 딱해 보이는사람 있으면 챙겨주고 따뜻한 말도 해주었고요, 불편한 일이 있어도 그냥 참았으면서 살아왔어요. 근데 누구도 제 마음을 알아주거나 인정해주지는 않았어요. 그간 많이 실망하고 지쳤던 것 같아요.”
우리 모두는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간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물질적인 부와 성공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이타적이고 박애주의 적인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매 순간 의식을 하던 한하던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키고자 하는 가치에 기반하여 어떠한 선택과 행동을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 처지, 상황, 감정 등에 더 관심을 갖고, 남의 상황이나 처지, 이유, 가치들까지는 고려할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한다. 다들 너무 할 일도 많고 신경 쓸 일도 많아 피곤하기 때문이다. 이건 특별히 그 사람이 나쁘다거나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누구나 기본적으로 타고난 인지적 편향에 기인한다.
그렇게 해야만 나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일에 에너지를 더 집중할 수 있고, 정신적으로 과부하가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만사 오만가지에 신경 쓰고 살면 삶이 얼마나 고달프겠든가.
문제는 모두다 자신의 처지와 입장만 생각하며 살아가다 보면 관계가 힘들어진다. 직장인들 대상으로 회사 생활이 가장 힘들 때가 언제인지 질문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나의 노력을 인정받지 못했을 때, 또는 존중 받지 못하는 감정이 들었을 때라 답했다. MZ 세대는 물론이고 나이와 성별에 무관하게 나온 대답이었다.
그렇기에 타인의 감정을 읽어주고, 타인의 입장을 고려해주고, 타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필요한 것을 제공 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감동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내 기준으로 상대방에게 잘 해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존중해주는 것이다. 사람마다 관계 욕구가 다르고, 가치와 성향 등 모든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관계를 유지하는데 있어 섬세하게 마음을 써주고 소소한 선물을 자주 주고받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내향적이고 거리가 필요한 사람에게 자신의 방식대로 배려를 하다 보면 오히려 관계를 망칠 수 있다. 나는 받고자 하는 피드백을 받지 못해서 서운하고, 상대방은 원치 않는 과한 호의가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부담스럽거나 서운하지 않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은 예상외로 간단하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은지 물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의 말을 잘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행동이나 말로 보여준다. 더불어 상대로 하여금 그렇게 행동하게 하는 내면의 가치, 좋은 의도를 찾아 인정(Acknowledgement) 해주는 것이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는 데 이유가 있듯이 남이 어떤 행동을 하는 데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행동에 대한 이유가 부정되거나 무시될 때 우리는 관계를 통해 상처를 받게 된다. 역으로 나의 독특한 가치나 신념이 존중되고, 가치 있는 것으로 인정 받으면 안전감을 느끼게 된다.
이 공식은 회사에서 동료 관계, 상사-부하 관계, MZ 세대와의 소통에서도 통하고, 가정에서 부부간, 부모-자식 간의 관계에서도 통한다. 이 글을 읽고 관계가어려운 누군가가 떠오른다면 그 사람의 행동이 아니라 존재에 대해 호기심을 가져보자. 질문 거리가 자연스레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장점이 보이면 바로 인정해준다.
상대는 당신의 세심한 배려에 감동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