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과 외국계 기업의 '진짜' 차이
취업 준비생(이하 '취준생')들 중 많은 분들이 외국계 기업에 '입사'하고 싶다고 얘기합니다. 그럼 전 외국계 기업에서 왜 '일하고' 싶은지 물어봅니다. 대부분의 경우 침묵이 이어집니다. 막연하게 외국계 기업에 들어가고 싶었던 거지,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고 싶었건 아니기 때문일 겁니다. 많은 기업들 중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들보다 유독 '구글'에 입사하고 싶어 하는 그들에게 또다시 물어봅니다.
구글 '본사'와 '한국 지사'의 차이점을 알고 계시나요?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직접 겪어도 파악하는데 몇 년은 걸리는 구조적인 차이를, 취준생들이 알리 만무합니다. 하지만 한 번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본사'로 입사를 하는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한국 지사'로 입사하게 될 텐데, 근본적인 차이도 모른 채 '본사'의 장점만 알고 '한국 지사'로 입사를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선택인지 말입니다.
국내 기업과 외국계 기업의 차이는 뭔가요?
무엇보다 본사와 지사의 역할 차이가 가장 큽니다. 국내 기업으로 취업을 한다는 건 대부분 ‘본사’로 입사한다는 말입니다. 본사의 경우, 회사 전체를 아울러 봐야 하기 때문에 연구, 제조, 생산, 영업, 마케팅, 재무 등 회사를 운영하기 위한 모든 부서가 촘촘히 엮여 있습니다. 다시 말해 특정 부서에 의무와 책임이 몰리기보단, 부서 간의 유기적인 움직임과 적절한 의사결정이 더 중요하단 거죠.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에 있는 외국계 기업은 본사가 아닌 ‘지사’입니다. 전반적인 회사의 운영은 위에 설명한 것처럼 본사가 다 책임지고 있으니, 지사의 핵심 역할은 '판매'가 됩니다. 이에 많은 경우 매출 및 영업 이익을 책임지는 ‘영업’ 부서 중심으로 지사가 운영되곤 합니다.
두 번째, 책임을 지는 주체의 단위가 다릅니다. 즉, 국내 기업은 팀 혹은 파트 단위로 책임을 지는 반면 외국계 기업은 온전히 직원 개인이 책임을 지게 됩니다. 외국계에서의 직장 생활이 얼핏 보면 야근도 없고, 주말 특근도 없어 자유로워 보이지만, 그 자유 이면의 막중한 책임을 생각하면 이 역시도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책임을 진다는 건 그만한 권한이 있다는 말입니다. 조직 단위로 책임을 지는 국내 기업의 경우, 각 조직의 인사권자(파트장, 그룹장 등)에게 권한 역시 몰리게 됩니다. 반면 외국계 기업의 경우, 각 개인이 그 권한을 가지게 됩니다.
세 번째, 문화 차이입니다. 국내 기업은 직원들 대부분도 한국 사람이고 같은 문화를 경험했기에 회사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문화를 배우고 익힐 필요는 없습니다. 기업마다 문화의 ‘정도 차이’가 존재할 뿐입니다. 반면 외국계 기업은 기업 문화의 태생이 한국이 아닙니다. 곳곳에 ‘그들’의 문화가 스며들어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지사의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일하는 직원은 한국 사람인데, 기업 문화는 한국 문화가 아닙니다. 어떤 문화가 좋고 나쁘고를 논하기보단, 본질적으로 다른 본사의 문화를 어떻게 한국에 접목시킬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이 과정에서 결국 지사장으로 통칭되는 ‘사람’을 거치게 되므로 본사의 문화는 약간의 변형을 거치게 됩니다. 지사의 문화가 제각각인 이유입니다. 외국계 기업의 외국 문화를 동경하고 입사했다가 전혀 뜻밖의 ‘외국스러운 한국 문화’에 당황하고 퇴사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외국계에서 일할 때 어떤 점이 제일 힘든가요?
개인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 가장 부담스러웠습니다. 관리자가 존재하나 말 그대로 ‘관리’일 뿐입니다.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기도 바쁜 초년생 시절, 책임까지 짊어져야 하는 외국계 기업에서의 생활은 막 실무 배치받은 직후의 이병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그에 못지않게 힘들었던 건 ‘내부(본사) 설득’입니다. 지사의 직원으로서 본사를 납득시켜야 하는 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습니다. ‘다름’을 이해시키기 위해 수많은 ‘명분’ 싸움을 거쳐야 합니다. 그것도 뼛속 깊이 박혀 있는 문화의 차이를 이해시켜야 하니 결코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고객은 살 준비가 되어 있으나, 회사가 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것도 꽤나 자주 말이죠.
'왜' 그 가격에 팔아야 하는가?
'왜' 파트너를 통한 간접 판매를 해야 하는가?
'왜' 그 파트너를 통해야 하는가?
Value selling을 했는가?
이후 또 다른 사업 기회는 있는가?
위와 같은 의문이 있는 본사를 설득하다 시간을 허비하다 보면 어느새 고객은 경쟁사에 조금 더 가까워져 있곤 합니다.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는 ‘지사’의 한계입니다.
국내 기업과 외국계 기업(지사)은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표면적인 것들에 현혹되기보다는 근본적인 차이를 이해해야 합니다. 취업을 준비 중이시거나 국내 기업 혹은 외국계 기업으로의 이직을 고민 중이신 분들 모두에게 보다 실질적인 정보가 되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