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잔디
우리 집 건물 사이에 꽃잔디가 피어 있는 걸 봤어요.
꽃잔디.
연분홍빛으로 바닥을 따라 가득 피어나,
누군가 일부러 돌보지 않아도
묵묵히 자기 자리를 덮어가는, 그런 꽃이에요.
처음엔 무심히 지나쳤는데,
어느 날은 출근길에도
또 어느 날은 퇴근길에도
자꾸 그 꽃이 눈에 들어왔어요.
화려하지 않지만 오랫동안 피어있고
작고 단정한 꽃잎이 서로를 감싸듯 다정히 모여 있죠.
그 모습이 괜히 마음을 놓이게 했어요.
바닥을 덮을 만큼 가득 피어 있는 걸 보고
‘참 잘 자라고 있구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저녁, 꽃잎이 오므려져 있는 걸 보고
‘아픈가? 시들었나?’ '언제 또 피려나?' 하고 괜한 걱정을 했어요.
하지만 그 이후로 한 달 넘게 지켜본 꽃은,
다시 피고, 또다시 오므리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반복하고 있었어요.
어떤 날은 활짝 피어 있었고,
또 어떤 날은 조용히 오므려져 있었어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모습이 아니었죠.
그건 꼭,
스스로만 아는 리듬을 따르는 것처럼 보였어요.
생각해 보면 나도 그래요.
활짝 웃고, 열심히 일하고,
누군가의 기대에 응답하고 있을 땐
‘잘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지만,
입을 닫고, 마음을 오므리고,
멈추는 순간엔 괜히 불안했어요.
그동안은 피어 있는 시간만을
‘잘 사는 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마음이 닫히는 순간,
쉬고 싶다고 느끼는 순간이 오면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며
괜히 스스로를 다그치곤 했죠.
하지만 그 조용한 순간들은
아프거나 시든 게 아니었고,
그저 자신을 지키는 시간이었어요.
다시 피어나기 위해 잠시 꽃잎을 접어 둔 것이죠.
우리 역시 마음의 문을 살짝 닫아두는 시간이 필요해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내 안의 에너지를 지키기 위한
보호의 시간이었는지도 몰라요.
꽃이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꽃잎을 접듯,
우리의 마음도
보이지 않게 자신을 감싸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피어 있는 중인가요, 오므리는 중인가요?
어떤 모습이든 괜찮다고,
그 시간도 살아가는 일이라고
스스로에게 다정하게 말해줄 수 있다면
오늘은 조금 덜 지치지 않을까요?
오늘 하루,
마음을 꼭 열지 않아도 괜찮은
‘나만의 쉼의 리듬’을 허락해 보세요.
그게 단 5분이라도.
오늘도 나의 쉼이 당신의 쉼으로 이어질 수 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