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의 결실을 맺다
K씨가 마침내 검정고시 고졸 학력 시험에 합격했다. 그녀는 1962년생. 그러니깐 올해 예순한 살이다. K씨를 처음 만난 건 작년 10월경이다. 같은 해 4월에 초등학교 검정고시에, 8월엔 중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한 상태였다. 초고속 합격이라니 그녀의 의지는 대단했다. 마지막 시험인 고졸 검정고시를 앞두고 K씨는 처음으로 자신 없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의 발목을 잡은 건 다름 아닌 국어 과목이다. 글을 읽는 게 어려우니 문법은 물론 사회고 도덕이고 지문을 읽는 모든 문제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불합격 시험지와 함께 다시 한번 나를 찾아왔다. 당시 나는 은퇴 후 스마트폰 강사로 활동하느라 이곳저곳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나와 K씨는 바쁜 시간을 쪼개어 국어에 발목 잡히지 않는 최고의 방법을 고민해보았다. 목표가 생기고 전략을 세우니 마음만은 'K씨, 고졸 합격'이다. 시작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국어는 하루아침에 점수가 나올 수 있는 과목이 아니며 어른들에게 '어휘력과 문해력을 키우도록 책을 읽으세요!'라는 조언은 강사인 나도 쉽게 건넬 수 없는 말이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던 k씨를 보니 어떻게든 합격의 맛을 안겨주고 싶었다. 정해진 시간보다 한 시간씩 늘려 점수가 나올 수 있는 사회, 도덕 그리고 어쩌면 더 쉬울 수 있는 수학까지 '족집게 강사'로 빙의(?)해 예상 문제를 뽑아주었다. 약 5개월간의 지도 끝에 마침내 시험 날.
아침부터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쉽게도 결과는 7과목 중 세 과목인 국어, 영어, 과학에서 60점 이하의 점수라 통과하지 못했다. 서글퍼서 밤새 엄청 울었다는 얘기에 마음이 아팠다. 기초부족, 시간 부족에 비해 기대를 많이 했던 것도 있다. 7과목을 공부하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하였던 것 같다. 평일엔 슈퍼마켓 운영을 해왔으니 말이다. 새벽에 일어나 식구들 식사 준비, 여덟 시면 가게 오픈 준비, 낮에는 손님이 드나드니 책을 펴 볼 수도 없었고, 저녁 아홉 시에 마감하고 열두 시쯤 공부를 시작한다니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이런 조건에도 공부를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 것 자체만으로도 박수를 쳐 주고 싶다.
검정고시 '고졸 졸업 인정'이 예순한 살에게는 결코 쉬운 건 아니다. 다시 마음을 잡고 시작, 곧 있을 두 번째 시험까지는 두 달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
기본에 충실할 것, 그리고 요점 정리를 다시 한번 점검한 후 예상 문제와 기출문제를 풀자고 설명하였고 7과목 평균 60점은 되어야 하니 전략을 세워 공부하기로 했다. 한국사 과목은 1회 시험에서 60점 이상이라 볼 필요는 없었지만 조금 더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다시 보는 걸로 유도하였다. 영어 과목에서 60점 받기가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검정고시 시험 날.
시험이 끝나자마자 푼 시험지를 찍어 보내왔다. 결과는 알 수 없으니 발표가 날 때까지 기다려본다.
2023년 9월 1일 오전 10시
교육청 홈페이지에 조심스레 수강생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뒤 세 자리를 입력해본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라고 했던가.
'김**은 2023년 제2회 검정고시에 합격하셨습니다.'
"선생님, 넘 감사해요!
저 이젠 바리스타 자격증 따고 영어 공부만 할래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K씨 목소리에 나 또한 울컥했다.
모든 절망감과 주변의 걱정 어린 압박을 극복하고 당당히 검정고시 과정을 이뤄낸 k씨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