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이 있으세요?

by 여행이

[39년 동안 뉴욕 브로드웨이 극장가를 지켜온 한인 샌드위치 가게가 문을 닫았다.
이 소식에 단골로 드나들던 배우와 스태프들이 마음을 담아 노래로 작별 인사를 건넸다.]

한 자리에서 손님들에게 온 마음을 쏟아내며, 가족 밥상 차리듯 진심을 다해 만든 샌드위치가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되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가슴 뭉클한 소식이다.

나도
늘 마음이 가는 단골가게가 있다.
병원, 해마다 혹은 수시로 찾는 몇몇 음식점,
커피 맛과 분위기가 좋은 카페, 그리고
옷가게.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곳, 미용실까지.
변화를 두려워해서도, 낯선 곳이 불편해서도 아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은 오히려 많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바꾸지 않는 곳들이 몇 있다.

다니다 보면 마음의 고향처럼 느껴지는 곳,
집밥 같은 편안한 메뉴와 주인장의 따뜻함이 전해지는 곳이다.
단골 옷가게는 오래 다니다 보니 내 취향을 속속들이 알고,
나에게 마네킹 역할을 맡기듯 이것저것 마구마구 건네며 입혀본다.
오랜 세월 함께하다 보면 곳곳에 잔잔한 이야기가 스며드는 법이다.

그중에서도 미용실은 특별하다.
파마와 커트를 19년째 맡기고 있는 곳,
이사오기 전 살았던 16단지 앞의
'민**헤어펌'.
일에 대한 자부심, 성실함, 그리고
비슷한 나이대에서 오는 공감이 마음을 놓이게 한다.
손님과 지나치게 허물없이 지내지 않으면서도
따뜻하게 선을 지키는 그 관계가 좋다.
정성 어린 손끝에서 전해지는 진솔함과 온기가 언제나 머리카락뿐 아니라 마음까지 다듬어 준다.



이번에 머리를 하러 갔더니
앙증맞은 컵받침을 선물이라며 내민다.
남편분의 손재주를 무기 삼아 정성껏 만든 컵받침은
올 3월, 개업 20주년을 맞아 단골손님들에게 드리는 선물이라 했다
나는
동생과 함께 특별히 두 개씩 미리 챙겨 받았다.

이곳을 찾을 때마다
사랑방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사람들처럼 처음 보는 손님과도 자연스레 이야기가 오간다.
여자들에게 미용실이란 참새가 방앗간 찾듯 빼놓을 수 없는 장소이기 때문일까

원장님이 매개가 되어
화제는 끊임없이 흘러간다.
동네의 숨은 맛집과 카페, 믿고 다닐 수 있는 병원,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과 트렌드까지...
머리를 다듬는 몇 시간이 지루할 틈이 없다.

모여든 손님들은 한 목소리로 말한다.

" 이 미용실이 문 닫는 일은 절대 없도록 우리 끝까지 함께 해요."
우리끼리 이렇게 못을 박으며 이 공간을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마음을 나눈다.

원장님은 언젠가 미용실을 완전히 접게 되면,
TV 방송 프로그램인 '유퀴즈 온 더블록'에 소개된 브로드웨이 샌드위치 가게처럼 지인과 단골들을 모아 폐업 파티를 열고 싶다고 했다.

정말 멋진 생각이다.




머리를 하고 돌아온 날,
가족들은,
집 앞에도 미용실이 있는데 왜 굳이 차를 타고 그곳까지 가느냐며 의아해했다.
하지만 이번에 아들 결혼식을 앞두고 커트며 염색을 맡겨 본 남편이
"가는 이유가 있었네." 하고 말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헤어스타일을 넘어서 전해지는
따뜻하고 진솔한 분위기를 남편도 느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