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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이런고야 (17)

얼굴

by 최병석

나이가 들었다고

빈 통에 세월이 들어와 앉았다고

널직한 바다에

고단한 파도가 한바탕 다녀갔다고

바라볼 힘이

처진 눈두덩 위에서 꿈벅거리고 있다고

삐죽나온 하얗게 센 털이

콧바람때문에 흔들리고 있다고

명을 다한 거무튀튀한 딱지가

훈장처럼 낯짝위에 내려앉아 있다고

면도기의 서슬퍼런 날이

굵어진 턱수염에 무뎌 질 수 있다고

벌어진 틈사이로

쑤셔넣을 이쑤시개도 이제

통나무정도는 되야겠다고

하얗던 치아도 닳고 닳아

오른쪽 왼쪽 위에서 아래서

황금색으로 번쩍거리고 있다고


그게 아닐테지

씻어내며 물을 끼얹고

비누칠을 해대며 박박 닦아 내도


거울은 날마다 내게 고자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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